ADVERTISEMENT

경기 침체 유탄 맞은 M&A, 반년 새 거래액 9000억 달러 줄어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01호 16면

M&A의 세계

전 세계 인수합병(M&A) 시장은 2020년 하반기부터 코로나19의 영향에서 회복하며 지난해 사상 최대의 호황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 들어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에 따른 실물, 금융 시장의 복합적 위기가 본격화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후퇴한 상황이다. 이는 숫자로도 확연히 드러난다. 글로벌 투자은행(IB) 크레딧스위스에 따르면 M&A 거래 금액은 팬데믹이 본격화된 2020년 상반기 1조5000억 달러에서 2021년 하반기 2조9000억 달러 수준까지 급등했다가 올 상반기엔 2조 달러 수준으로 쪼그라든 상황이다. 거래 건수도 같은 기간 1만6800건에서 1만8900건으로 늘었다가 다시 1만6600건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올해 들어 월별로 거래 건수와 금액이 급격히 줄고 있어 하반기에는 추가적인 감소가 예상된다.

일론 머스크

일론 머스크

어려움을 겪고 있는 M&A 시장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것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트위터 인수 파기 사례다. 트위터 내의 가짜 계정 문제가 거래 중단의 표면적인 이유로 지목됐고 일부 미디어들은 트위터의 주가 하락을 원인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가짜 계정 문제는 머스크가 내세운 계약 파기의 명분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다.

주가 하락 또한 근본적인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양측이 합의한 주당 인수가격은 54.20달러로, 현재 주가 수준 대비 30%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트위터의 주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 하락해 왔다. 그리고 머스크의 인수 시도 직전인 지난 1분기에도 30달러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가 하락은 전혀 새로운 변수가 아니다.

숨겨진 진짜 원인은 자금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일 것이다.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주식 매각으로 마련한 11조원 정도의 자금 이외에 나머지 47조원의 마련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의 원래 계획은 테슬라 지분을 담보로 16조원을 대출하고, 외부 투자자들로부터 31조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은행이나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으며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더해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트위터의 향후 실적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도 큰 부담이 됐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 주요 소셜미디어 업체들의 지난 2분기 실적은 매우 부정적이다. 어닝 쇼크로 인해 스냅챗의 주가가 하루 만에 약 40% 폭락한 것이 대표적이다. 트위터 역시 매출이 역성장하면서 적자로 전환된 상태다. 그만큼 인수 매력도가 크게 떨어졌다는 의미다.

그래픽=양유정 yang.yujeong@joongang.co.kr

그래픽=양유정 yang.yujeong@joongang.co.kr

트위터의 상황을 빌려 설명하면, 금융 위기나 경기 침체 등 부정적 거시 경쟁 환경은 M&A 시장에 자금 경색과 인수 매력도 감소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인수 이후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은 커지는데 투자금 모으기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도 매수자들이 자금을 구하지 못해 거래를 종결하지 못하는 사례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중이다.

투자금 확보가 어려워진 상황은 연기금과 공제회 등의 신규 투자 감소에서도 드러난다. 국내 M&A 시장에 주요 투자자 역할을 하고 있는 연기금과 공제회 등은 여유 자금 부족으로 신규 투자를 급격히 줄이고 있다. 거래에 필요한 대출(인수금융) 상품을 제공하는 은행이나 증권사 역시 최근엔 금리를 10%까지 올리면서 투자를 꺼리고 있다. 그나마 고금리 대출도 구하기 어려운 탓에, 시장이 급격히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편 대상 회사 또는 유사한 상장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한 점도 문제다. 상장 기업들의 주가는 해당 산업의 향후 실적 전망을 반영하는 것이므로, 매수자들은 이를 지목하여 매매 가격이 낮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매도자 입장에서는 주가 하락은 일시적인 상황이라 생각하고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가격을 고수하곤 한다. 양측의 눈높이 차이가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렵사리 거래에 대한 합의가 완료되더라도 이러한 상황에 따른 리스크를 계약서에 반영하는 과정마저 험난하다. 매도자 입장에선 매수자가 거래 대금을 마련하지 못하거나, 무리한 조건 변경을 요구해서 거래 종결이 어려워지는 상황을 막을 방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매도자는 회사 실적의 급격한 악화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넣고 싶어 한다.

이렇게 경기 침체 초입의 유탄을 맞고 있는 M&A 시장은, 당분간 거시 경제 상황의 변화와 궤를 같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팬데믹 직후 2020년과 같은 급격한 경기 회복 가능성에서는 점점 멀어지는 중이기 때문에, M&A 시장이 침체기로 들어설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과거 경험을 기반으로 이 상황을 적정한 가격에 좋은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기회로 보는 시각 또한 한켠에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철민 VIG파트너스 대표. 서울대에서 계산통계학 학사, 듀크대에서 MBA 학위를 취득했으며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일했다. 2005년 VIG파트너스(옛 보고펀드) 설립 당시 창업 멤버로 합류한 뒤 2018년부터 대표를 맡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