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칼럼] ‘대만 방정식’ 풀 정교한 외교해법 몰두해야

중앙선데이

입력 2022.08.13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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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1호 31면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 전 외교통상부 장관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 전 외교통상부 장관

국제무대에서 한 국가의 권력이 빠르게 상승하면 주변 국가들은 경계심을 갖게 된다. 상승국이 그러한 주변국들을 안심시키지 못하면 두려움을 느낀 주변국들은 서로 연합하여 상승국을 포위 견제한다. 이는 다시 상승국의 불안감을 자극하고 상승국과 주변국들 양 진영 간에 긴장은 더욱 고조된다. 그러한 안보딜레마 상황에서 어떤 우발적 사고가 발생하면 연쇄반응을 일으켜 큰 전쟁으로 폭발하곤 했다. 1차대전 이전의 유럽이 그랬다.

1871년 통일 이후 독일 국력이 급속도로 상승하자 주변국은 독일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정세를 꿰뚫어보고 겸손한 자세의 외교로 주변국들을 안심시키고 독일을 대상으로 연합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20년간 조용히 실력을 키웠던 정치가가 바로 비스마르크 재상이었다. 그는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러시아, 이탈리아 등과 함께 동맹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숙적인 프랑스를 견제하고 평화를 유지했다.

미·중, 대만 문제로 갈등 심화
1차대전 직전 양극화 때와 비슷
한·미동맹 강화는 의미 있는 선택
중·일과의 관계 설정도 신중해야
선데이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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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새로 등극한 젊은 왕 빌헬름2세는 성장한 독일의 힘을 과시하고 고압적 외교를 펼쳐나갔다. 그리고 1890년 비스마르크를 해고하고 러시아를 독일에 묶어두었던 재보장조약의 연장을 거부해버렸다. 독일에서 떨어져나간 러시아는 독일의 숙적인 프랑스 그리고 그 다음 영국에 접근했고, 결국 세 나라가 뭉쳐 반독일 연합전선을 형성했다. 유럽정치는 독일-오헝제국 진영과 영불러 진영으로 양극화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1914년 6월 오스트리아 황태자가 세르비아에서 암살당하자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폭발했다. 그것이 1차대전이다.

현재의 국제정세가 1차대전 이전 상황과 비슷해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등장 이후 중국은 공세 외교로 전환했다. 중국의 대부흥을 이룩하자며 중국몽을 내세웠고 중국몽의 핵심목표로 대만통일을 자신의 임기 내에 완성할 것임을 밝혔다. 일대일로를 통해 유라시아를 중국 중심으로 통합하고, 중동과 아프리카, 중남미에 세력을 확장하며, 태평양 진출을 위해 남중국해의 영유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미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과 부딪치고, 불안감이 커진 일본이 미국에 더욱 밀착하게 만들었다. 홍콩에서의 민주화운동을 무력 진압하면서 덩샤오핑 이래 중국-대만 간 평화공존의 기반이 되었던 일국양제 정책이 폐기되고, 대만인들의 마음도 중국으로부터 멀어졌다.

한편 미국에서는 1970년대 초 이래 시도해온 대중국 포용정책이 실패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미국이 수십 년 공력을 들였음에도 중국은 민주화가 아니라 권위주의를 강화하고 미국에 맞서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 이후 시작한 대중국 대결정책은 바이든 대통령에 의해 오히려 더 강화되고 체계화되었다. 그 후 민주당과 공화당 간에는 누가 더 중국을 강하게 밀어붙이느냐 경쟁이 벌어진 듯하다. 더구나 올해 말 중간선거와 2년 후 대선이 걸려있는 상황에서 누구도 중국에 약하게 보이면 안 된다는 듯이 중국 때리기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그러한 전반적인 분위기에 대해 절제해야 된다는 대중국 온건론은 포용정책의 주도자였던 키신저 박사 등으로부터 나오고 있지만 별로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정치는 중국진영 대 미국진영으로 선명하게 나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양 진영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그런 와중에 벌어진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방문과 중국의 전격적 대만포위 군사훈련 과정을 지켜보면서 미·중 관계가 대단히 위태로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냉전 때는 그래도 미·소 간에 소통채널이 있었고 암묵적인 게임의 룰 같은 것이 있어서 상대방의 행동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소통 채널도, 게임의 룰도 없다. 그 와중에 미·중은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처럼 기싸움을 했다.

미국의 정치인들은 중국의 대만 무력통일을 막지 못한다면 자유주의 질서를 주도해온 미국의 지도력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이 대만의 민주주의를 지키지 못한다면 동맹국들이 떨어져 나갈 것이다. 서태평양은 중국의 바다가 되고 한국과 일본은 고립될 것이며 양국으로 향하는 무역항로도 중국에 의해 통제될 것이다. 아세안도 중국영향권으로 본격 편입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대만은 그래서 미국의 추락이냐, 중국의 패권 도전 좌절이냐의 결정적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그렇기에 미국도 중국도 절박하고, 세계는 더욱 위험해지고 있다.

대만사태의 파장은 한반도에도 밀려오고 있다. 주한미군사령관 폴 라카메라 장군은 지난해 5월 의회청문회에서 주한미군을 지역 범위의 작전계획에 통합시킬 것임을 밝혔다. 최근 주한미군기지에서 U-2S 고고도정찰기가 대만 쪽을 향해 비행했고, 중국이 서해와 인근 보하이 해상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했다.

그러한 와중에 윤석열 정부가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하고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은 의미 있는 전략적 선택이다. 동맹의 강화와 함께, 중국과의 호혜적이며 건설적인 관계 설정, 일본과의 관계 회복 등의 난제들을 정교한 외교로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대만사태를 둘러싼 국제정세의 큰 흐름을 놓치지 말고 다양한 시나리오와 전략을 준비해둘 때다.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 전 외교통상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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