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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 노린 세 차례…모두 밀정 있었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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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1호 20면

제국의 암살자들

제국의 암살자들

제국의 암살자들
윤대원 지음
태학사

널리 알려진 대로, 백범 김구는 1938년 중국 창사의 조선혁명당 당사 남목청에서 가슴에 총을 맞아 죽을 고비를 겪었다. 『백범일지』에도 나오는 사건이다.

한데 앞서 1935년에도 두 차례 김구를 겨냥한 암살 계획이 있었다. 모두 일제가 진행한 일로, 독립운동가들과 가까운 밀정을 활용했다. 두 번째 시도는 밀정이자 이중첩자로도 보이는 인물을 통해 무정부주의 계열과 김구의 갈등을 증폭해 이용하려는 다단계 계획이었다. 이 책 『제국의 암살자들』에 따르면, 이는 조선총독부 상하이 파견원들의 비밀 보고서에서 확인되는 내용이다.

독립운동사의 오랜 연구자인 저자는 최근의 연구 성과와 기존의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세 차례 김구 암살 공작과 관련 밀정들의 면면, 그리고 배경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1932년 이봉창·윤봉길의 연이은 의거 직전 독립운동이 처했던 상황부터, 의거 이후 피난길에 오른 김구가 임시정부와 거리를 두고 펼친 활동, 다시 임시정부 재건에 나선 과정을 아우른다. 단일한 시각의 스토리텔링 대신 사료를 풍부하게 인용하는 전개가 이 책의 특징이자 강점. 김구와 장제스가 만난 시기 등 자료마다 팩트가 엇갈리는 부분은 그 근거까지 일일이 언급한다. 덕분에 사료 해석의 문제, 독립운동사 연구의 쟁점 등도 헤아리게 된다.

얼핏 딱딱한 학술서 같지만, 자료에 바탕한 하드보일드한 서술이 오히려 종종 긴박감을 자아낸다. 특히 암살 공작 진행 과정은 첩보영화를 보는 것 같다. 또 조소앙과 김구의 입장 차이, 김원봉과 김구의 경쟁 구도, 중국국민당의 대일 전략 등 당시 정세의 복합성을 이해하게 하는 설명도 나온다.

‘암살’이나 ‘밀정’ 같은 영화가 다룬 대로 밀정들은 독립운동 주변에 자주 출몰했다. 책에 따르면 이름만 알 뿐 누군지 모르는 밀정들이 여럿이다. 밀정인지 아닌지 논문마다 시각이 다른 인물도 있다.

밀정은 남목청사건에도 어른거린다. 총을 쏜 범인 이운환의 배후로 백범이 지목한 인물 중 하나는 박창세인데, 저자에 따르면 이미 1935년 일제의 보고서에 그를 통해 백범을 암살하는 구상이 나온다. 책에 따르면, 이는 두 차례 암살 시도처럼 최근에야 알려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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