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개·너구리·멧돼지 습격 피해 늘어, 개체 수 조절 시급

중앙선데이

입력 2022.08.13 00:01

업데이트 2022.08.1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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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1호 22면

야생동물과 공존 해법

멧돼지·너구리 등에 이어 유기견이 야생화된 들개, 수백 마리씩 모여드는 백로·가마우지·떼까마귀 등 야생동물이 인명·재산 피해를 주는 경우가 늘고 있어 공존을 위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민물가마우지, 너구리, 제주도 들개, 멧돼지. [중앙포토]

멧돼지·너구리 등에 이어 유기견이 야생화된 들개, 수백 마리씩 모여드는 백로·가마우지·떼까마귀 등 야생동물이 인명·재산 피해를 주는 경우가 늘고 있어 공존을 위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민물가마우지, 너구리, 제주도 들개, 멧돼지. [중앙포토]

지난달 17일 서울 송파구에서 한 50대 여성이 너구리 3마리의 습격을 받았다. 너구리를 고양이로 착각해 가까이 다가갔다 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에도 서울 강북구와 도봉구 우이천에서 너구리가 산책 중인 강아지를 문 사건이 발생했다. 너구리가 사람이나 반려견을 공격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오히려 극한 상황에 몰리면 죽은 척 누워 있는 습성이 있다. 다만 새끼를 낳아 기르는 여름철에 예민해진다. 11일 서울시야생동물센터에 따르면 구조된 너구리는 2017년 35마리에서 지난해 81마리까지 늘었다. 올해도 지난달까지 25마리가 구조됐다.

서울에서 너구리 출몰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도심 개발로 서식지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너구리는 난지도, 암사숲지, 북한산·청계산 등에서 주로 서식했는데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시민들의 눈에 띄는 것”이라며 “개과에 속하는 너구리는 광견병 등에 취약해 섣불리 접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너구리가 어디에, 얼마나 살고 있는지 조사해 시민에게 습성과 주의점을 알리는 현수막 등을 설치할 방침이다.

야생동물의 피해는 너구리만이 아니다. 중남부 지역에서는 여름 철새인 백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구미시 지산동에는 수년 전부터 400~500마리의 백로가 둥지를 틀고 있다. 대구 범어동과 포항 효자동 등에도 수백 마리가 자리를 잡았다. 백로가 머물렀던 나무는 강한 산성의 배설물 때문에 고사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인근 주민들은 소음과 악취에 시달리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 도심이 팽창하며 서식지와 가까워져 생긴 문제인데다 백로는 유해조수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포획도 어렵다.

유해조수 구제 과정서 인명피해 속출

경기 팔당호, 대전 대청호, 강원 섬강·동강 등에는 반갑지 않은 손님인 민물가마우지가 급증해 어민들이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배설물이 나무를 말라 죽게 하고, 닥치는대로 물고기까지 잡아먹기 때문이다. 영월군 등은 가마우지를 유해조수로 지정해달라고 건의했다. 겨울 철새인 가마우지는 시베리아의 추위를 피하기 위해 한반도를 찾는다. 2003년 경기도 김포에서 200여 마리가 처음 확인된 이후 해마다 급증해 지난겨울에는 3만2000마리에 달했다. 이 중 일부가 돌아가지 않고 아예 터를 잡았다. 영월군 등에서는 가마우지를 유해조수로 지정해달라고 건의했다.

최창용 서울대 산림자원학과 교수는 “민물가마우지는 수심이 깊은 물과 호수를 좋아하는데 4대강 사업으로 이런 서식 환경이 굉장히 좋아졌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지난달 13일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민물가마우지 관리지침’을 배포했다. 박소영 환경부 생물다양성과장은 “묵은 둥지 제거, 공포탄을 활용한 소음 유발 같은 비살생적인개체수 조절 방법을 적용해 효과를 살피는 한편 실제 피해 사례를 조사하기 위한 것”이라며 “필요한 경우에는 포획 등 적극적인 구제 방법을 추가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야생동물과는 달리 사람들이 유기해 도시 근교의 산에서 야생화된 들개는 인재에 가깝다. 울산시 울주군은 이달 동안 들개포획단을 운영한다. 최근 영남알프스 일대에 들개 출몰이 잦아지면서 주민과 등산객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광주 무등산 일대에서도 들개떼가 출몰하면서 시민이 불안을 호소하자 무등산국립공원사무소가 포획에 나섰다. 제주도가 지난해 실시한 야생화된 들개 실태조사 결과 한라산 중턱에 2000마리가 서식하며 소·닭 등 가축과 노루 등 야생동물을 잡아먹는 최상위 포식자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를 작성한 제주대 연구팀은 유기견 발생을 줄이기 위한 동물등록제 도입과 야생들개를 대상으로 한 중성화 수술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그래픽=양유정 yang.yujeong@joongang.co.kr

그래픽=양유정 yang.yujeong@joongang.co.kr

한반도에 서식하는 동물 가운데 가장 자주 나타나 가장 큰 피해를 주는 것이 멧돼지다. 몸집이 크고 많이 먹는데다 특유의 땅을 파 먹이를 찾는 습관 때문이다. 지난달 부산 청룡동의 한 농가에서 멧돼지로 농작물 피해를 보았다는 민원이 금정구청에 접수됐다. 밤에 수십 차례 나타난 멧돼지에 의해 축대가 무너졌고, 키우던 가지·오이·사과 등의 농작물에 피해를 봤다. 심지어 농가에서 기르던 반려견 2마리 중 1마리도 멧돼지 받쳐 목숨을 잃었다. 옥수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농작물 수확 시기가 다가오며 피해 사례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달까지 부산 기장군에 접수된 멧돼지 피해 민원은 140건이다. 지난해 민원 261건의 절반을 넘어섰다. 지난 3일까지 부산 금정구에 접수된 멧돼지 민원도 53건으로 지난해 8월 2일까지 접수된 30건의 약 2배에 달한다. 10년간 멧돼지 생태를 연구한 이성민 박사는 “멧돼지로 인한 농작물 피해 사슴, 고라니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회복도 안 된다”며 “피해를 본 구역의 그해 농사는 끝난 수준”이라고 말했다.

2019년 10월 국내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병한 이후 대대적인 포획으로 전국의 멧돼지는 상당수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환경부 산하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에 따르면 ASF 발생 후 2년6개월 동안 23만 마리의 멧돼지를 포획했다. 올해 들어서만 6만 마리가 넘는다. 그런데도 피해 사례가 줄지 않는 것은 도시의 팽창으로 서식지가 그만큼 좁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서울 중계동에서는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부스에 갇힌 대형 야생 멧돼지가 발견됐다. 노원소방서는 전문 엽사를 불러 50분 만에 사살했다.

멧돼지는 유해야생동물로 포획이 가능하다. 인가 주변에 출현해 인명·가축에 위해를 입힐 수 있는 멧돼지 및 맹수류, 털과 분변으로 피해를 주는 집비둘기, 장기간에 걸쳐 무리를 지어 농작물 또는 과수에 피해를 주는 참새·까치·직박구리·까마귀 등이 법에 따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돼 있다. 유해야생동물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잡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수렵기간 에 해당 지역을 수렵장으로 지정해야 선제 포획이 가능하다. 멧돼지만 ASF 방역을 위해 한시적으로 예외를 인정할 뿐이다.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공존해야 한다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만 동물로 인한 피해를 최대한 예방하고,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적절하게 보상할 방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뿐이다.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는 포획·수렵을 통한 개체 수 조절이 우선이다. 특히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사실상 섬이나 다름없는 우리나라에서 자연적으로 개체수가 유지되기는 어렵다. 이동 경로가 제한돼 태어나고 죽는 것에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최창용 교수는 “멧돼지 개체군 자체가 이미 커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성장 속도는 빨라질 수밖에 없는데 사실상 포식자가 없는 상황”이라며 “인간이 최상위 포식자가 된 이상 수렵·포획을 통한 인위적인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해조수 구제 과정에서 또다른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달 21일 경남 양산에서는 유해조수 구제 활동을 하던 50대 남성이 다른 엽사가 멧돼지로 오인해 쏜 엽총에 맞고 숨졌다. 2020년 경북 영양에서도 멧돼지 포획에 나섰던 40대 남성이 오인 사격으로 숨졌고, 지난해에도 경기 양주에서 고라니를 잡으려던 70대 남성이 나물을 채취하던 사람에게 중상을 입히는 등 해마다 인명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13일에는 충북 옥천의 한 채소밭에서 60대 남성과 30대 여성이 전기 울타리에 감전돼 숨졌다. 전기 울타리는 멧돼지나 고라니 등의 야생동물을 막기 위해 3년 전에 설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원래 야생동물이 접촉했을 때 놀라 달아날 정도의 낮은 전류가 흘러야 하지만 사고가 난 전기 울타리에는이런 안전장치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지자체는 유해조수 방지를 위해 전기 울타리 설치를 지원해왔다.

지자체마다 피해 보상 기준도 제각각

유해야생동물로 인한 피해 보상 및 예방 체계가 미흡하다는 점도 문제다. 관련 지자체마다 피해 보상 기준이 달라 멧돼지로 인해 농작물 피해를 보았을 때 보상되는 금액이 다르다. 사는 지역에 따라 보상액이 클 수도 있고 아예 없을 수도 있다. 보상을 받더라도 보상액이 실제 피해액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태반이다. 예를 들어 멧돼지가 사과나무를 부러뜨려 몇 년을 기른 나무가 죽어도 보상금은 1년 치 사과 수확량에 한해 지급되는 식이다. 포획 포상금 지급 기준도 제각각이다. 지금껏 국가 차원에서 유해야생동물 개체 수 조정에 대한 고민이 미흡했다는 방증이다. 이상민 박사는 “멧돼지에 의한 피해를 파악하고 보상하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음은 물론 단순히 포획하는 방안뿐만 아니라 개체 수를 얼마나 조정할 것인지, 피해 예방을 위한 다른 방안은 없는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도심에서 야생동물과 공존하기는 쉽지 않다. ‘평화의 상징’이던 비둘기도 유해동물이 된 지 오래다. 비둘기 배설물은 강한 산성을 지녀 시설물을 파손할 수 있고, 깃털은 아토피 피부염 등의 원인이 될 우려도 있다. 지자체들은 먹이 주기를 막고 알을 수거하는 등의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뾰족한 효과는 없다. 반면 매년 10만 마리가 한반도에서 겨울을 나는 떼까마귀를 관광자원으로 삼은 울산시가 공존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울산시는 2012년부터 태화강 주변 12만5000㎡에 대나무 숲을 조성해 떼까마귀 무리가 도심 대신 서식지로 선택하도록 유도했다. 지난겨울에는 관광객이 태화강 국가정원을 산책하면서 떼까마귀 똥에 맞으면 지역에서 사용 가능한 5만원 쿠폰, 떼까마귀 인증샷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면 2만원 쿠폰을 주는 ‘운수대똥’ 이벤트를 벌였다. 울산시는 떼까마귀 등 철새를 이용한 다양한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세계조류학대회도 유치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원복 한국동물연합 대표는 “도심에서 야생동물이 출현하는 것은 서식지가 많이 파괴됐다는 증거”라며 “단순히 유해야생동물이라고 낙인을 찍어 죽이는 것보단 불임 먹이 살포 등 개체 수를 조정할 수 있는 다른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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