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 에이스 송영진(18)은 "우승 후보를 이긴 것만으로도 정말 좋고,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 대전고가 12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56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주최) 유신고와의 16강전에서 9-3으로 완승해 8강에 안착한 뒤였다.
대전고가 8강 길목에서 맞붙은 유신고는 지난달 청룡기 대회에서 우승한 강호다. 대전고는 7회까지 3-3으로 팽팽하게 맞서다 8회 초 한꺼번에 6점을 뽑아 난적의 고비를 넘었다. 선발 투수로 나서 4와 3분의 2이닝을 버틴 송영진은 승리의 디딤돌을 놓은 주역 중 한 명이다. 5회 말 3점을 내줬지만, 모두 비자책점이었다.
송영진은 "솔직히 경기 도중 체력 문제로 안 줘도 될 점수를 준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아쉽다"면서도 "상대가 강해도 우리가 무조건 이긴다고 생각하고 팀원끼리 똘똘 뭉쳐서 플레이했다. 그 덕에 좋은 결과(승리)가 나온 것 같다"며 기뻐했다.
송영진은 명실상부한 대전고 마운드의 기둥이다. 시속 150㎞에 육박하는 구속에 제구력까지 갖췄다. 스스로도 "변화구 제구력과 유연성은 어느 투수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있다. 다음 달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 대표팀 최종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렸다.
송영진은 "내가 '약팀에게만 강하다'는 이미지 때문에 저평가 됐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며 "이번엔 강팀을 만났으니 내 공을 믿고 던지려고 했다. 중간에 내려온 건 아쉽지만, 앞으로도 내 한계를 뛰어넘으려고 하고 있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송영진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야구 선수를 꿈꿨고, 부모를 졸라 4학년부터 야구를 시작했다. 그 첫 번째 결실을 맺을 시간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다음 달 15일 열리는 2024 신인드래프트다.
송영진은 일단 "1라운드 5순위 안에 이름이 불리는 게 목표"라고 했다. 심준석(덕수고), 김서현(서울고), 윤영철(충암고) 등 쟁쟁한 고교 톱클래스 투수들이 유력한 후보로 꼽히지만, 그 자신에게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여긴다.
송영진은 "톱 5 안에 들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크게 실망하지 않을 거다. 나를 믿고 계속 열심히 하겠다"며 "잘 던지는 투수들의 영상을 많이 보면서 최대한 그들의 장점을 내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눈동자를 빛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