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풍계리 핵실험 준비중"…물폭탄에 도로 유실, 차질 전망도

중앙일보

입력 2022.08.12 15:46

업데이트 2022.08.12 15:54

"북한이 여전히 7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한ㆍ미 당국의 판단이 나왔다. 다만 최근 집중 호우의 영향으로 핵실험장 주변 작업에 차질을 빚는 정황도 보인다.

4개월째 "北, 핵실험 준비 중"

베던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전화 브리핑에서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7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며 "한국, 일본 등 동맹과 긴밀히 공조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장ㆍ단기 군사적 대비 태세를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한ㆍ미 당국은 지난 5월부터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한 순간도 배제하지 않아왔다. 북한이 결심만 서면 언제든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ㆍ미는 풍계리 핵실험장 근처에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질 때보다 인력과 장비가 일거에 철수한 '폭풍 전야'와 같은 상황이 더욱 위험하다고 보고 특히 주시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유엔 전문가패널 보고서에는 "북한이 핵 기폭 장치 실험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관련, 미국의 핵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에 "핵 기폭 장치 실험은 실제 핵실험 전에 핵물질 주위에서 고폭약을 폭발시켜 핵폭발에 필요한 조건에 도달하는 지 확인하는 작업"이라며 "지하 핵실험을 감행하기 전에는 절대 하지 않는 핵실험 직전의 마지막 단계"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5월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도 "북한이 핵 기폭장치 실험을 수차례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8년 5월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는 모습. 연합뉴스.

2018년 5월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는 모습. 연합뉴스.

3번 갱도 초고속 복구

풍계리 핵실험장은 과거 북한이 여섯 차례의 핵실험을 했던 장소다. 북한은 앞서 2018년 5월 싱가포르 북ㆍ미 정상회담을 약 한 달 앞두고 ‘신뢰 조치’의 일환으로 한ㆍ미ㆍ중ㆍ러ㆍ영 등 국제 기자단이 참관한 가운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했다.

당시 2, 3, 4번 세 개의 갱도를 폭파했지만, 갱도 내부가 아닌 입구만 폭파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실제로 현재 핵실험 실시 가능성이 가장 높은 '3번 갱도'의 경우 지난 5월 두 달만에 거의 대부분 복구됐다. 지난 6월에는 대규모 핵실험용으로 만들어진 '4번 갱도' 주변에서도 움직임이 포착됐다. 당시 군은 호우로 도로가 유실돼 정비 작업이 이뤄지는 정황으로 판단했다.

'물 폭탄'에 핵실험장도 타격?

다만 최근 북한 지역도 강타한 집중 호우의 영향으로 7차 핵실험 준비도 차질을 빚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초고속 복구해둔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주변의 도로가 유실되거나 옹벽이 무너진 정황 등이 확인됐다. 북한은 이번 폭우를 "자연의 광란"이라고 칭하고 있다. 이번 주말에도 하루에 300~400㎜의 집중 호우가 예보됐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10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에 "최근 몇 주간 폭우로 인해 영변, 평산, 풍계리 등 북한의 주요 핵 시설의 공사가 사실상 중단됐다"고 말했다. 영변 핵시설이 있는 평안북도는 이번 홍수가 집중된 지역 중 하나다.

하이노넨 연구원은 또 "이달 말과 다음달 초에 또 폭우가 내릴 수 있어 풍계리 핵실험장 활동이 또 제약을 받을 수 있다"며 "적어도 9월 중순까지는 핵실험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핵실험 계측 장비는 습도에 약하고 비가 올 경우 방사성 물질이 지반으로 스며들 우려가 있어 지난 여섯 차례의 핵실험은 모두 맑고 건조한 날씨에 진행됐다.

앞서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도 "풍계리 핵실험장 2번과 4번 갱도로 이어지는 도로에서 지난 6월 중순부터 공사가 진행됐지만 최근 호우로 인해 차량 통행이 통제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지역에 산사태가 발생해 옹벽이 무너졌고 4번 갱도 주변이 침식(erosion)으로 파괴된 정황이 뚜렷하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풍계리 핵실험장 주요 지원 지역(Main Support Area) 주변에 건물 두 동이 새로 들어선 모습도 포착됐다"며 "(핵실험 준비는) 장기 계획의 일환으로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산사태로 인해 풍계리 핵실험장 2번과 4번 갱도로 이어지는 도로가 막힌 모습. 38노스 위성사진.

최근 산사태로 인해 풍계리 핵실험장 2번과 4번 갱도로 이어지는 도로가 막힌 모습. 38노스 위성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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