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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변화 대비해야"…대만과 긴장고조, 中리스크에 떠는 세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5월 29일 코로나19 확산으로 봉쇄된 중국 상하이 예원 일대 거리의 상점 문이 닫혀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29일 코로나19 확산으로 봉쇄된 중국 상하이 예원 일대 거리의 상점 문이 닫혀있다. 연합뉴스

서방 국가와 기업들의 ‘중국 리스크’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만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와 부동산 시장 거품 등이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 “지난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면서 촉발한 중국과의 긴장이 많은 기업에게 위협으로 다가왔다”며 “기업은 그동안 익숙하게 생각해온 사업 방식을 급격하게 변경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경제보다 안보 문제가 더 중요한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FT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1990년 모스크바에 진출한 맥도날드가 철수했다”며 “미국 기업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직면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자 중요한 생산 기지인 만큼 서구 기업이 중국 내 사업장 운영을 전면 중단하거나 철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뒤 서구 기업 입장에서 중국에 공장을 짓거나 중국에서 원자재를 공급받는 것은 가장 경제적인 선택지였고, 서구 기업이 중국 정부가 제공하는 호의적인 환경에서 경영하는 것에 익숙해졌다는 게 FT의 지적이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지난 3일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지난 3일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FT는 "대부분의 산업에서 단순한 제품을 생산할 때도 중국을 분리하는 건 달성하기 힘들고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는 막대한 비용 증가를 초래하고 서구 경제의 약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중국에서 매출과 이익의 상당 부분을 얻는 회사는 앞으로 전개될 시장의 변화에 대비해 손해를 피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상상할 수 없는 일이 갑자기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곳은 FT만이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과 부동산 개발업계 자료를 종합한 결과 중국의 전국 아파트 판매량이 13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다”며 “중국에서 세계 경제에 엄청난 파급력을 미칠 거품이 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늘어나는 미완공 아파트가 중국과 세계 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뇌관이 될 수 있단 지적이다.

WSJ은 “중국의 부동산 대기업인 에버그란데 그룹(헝다 그룹) 등이 심각한 유동성 문제를 겪으면서 수많은 아파트의 건설이 중단됐다”며 “미완공 아파트를 계약한 많은 구매자가 주택 대출 상환을 보류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대 3700억 달러(481조원)로 예상되는 손실을 중국의 은행들이 흡수하지 못하면 금융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지난달 보고서에서 “2020~21년 판매된 약 240만 가구의 주택이 시공사의 재정 문제 때문에 예정대로 완공되지 않을 수 있다”며 “이는 중국 경제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인으로 자리잡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경제성장률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중국 국가통계국]

중국 경제성장률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중국 국가통계국]

중국 경기 둔화 우려도 투자자에게는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중국의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1년 전보다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요 도시를 봉쇄하면서 내수가 줄고 부동산 부문 생산이 7% 감소한 영향이다.

소비 위축은 수치로 엿볼 수 있다. 중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동월대비)은 2.7%를 기록했지만,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0.8% 오르는 데 그쳤다. WSJ은 “근원 물가 상승률이 낮다는 건 내수가 약하다는 것을 뜻한다”며 “중국 정부가 소비를 자극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개선의 기미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역시 “다른 주요 국가들과 달리 중국은 엄격한 코로나19 통제 정책과 부동산 위기로 소비자와 기업의 지출이 억제돼 경기 회복력이 매우 취약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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