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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신동빈 경제인 4명만…尹 첫 특사서 MB 제외한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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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 후 첫 사면인 광복절 특사에서 ‘민생·경제’를 앞세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주요 경제인 4명만 사면·복권했다.

윤 대통령이 대선 때부터 공언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특사 명단에서 결국 빠졌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 최경환 전 의원 등 여야 정치인들과 고위 공직자도 일괄 배제했다.

최근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점과 집중호우에 따른 수해 피해로 고위층 사면에 대한 국민 반감을 고려한 조치라고 한다.

윤석열 “어려운 경제 극복 위해 결정”

법무부·국토교통부·해양수산부·경찰청은 12일 오전 11시 1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 브리핑을 갖고 오는 8월 15일자로 ‘2022년 광복절 특별사면·감형·복권·특별감면·가석방’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이번 사면을 통해 장기간 지속된 코로나19로 어려운 서민들의 민생을 안정시키고,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을 비롯해 서민과 우리 사회의 약자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기회와 희망을 드리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면의 대상과 범위는 어려운 경제를 극복하기 위해 각계의 의견을 넓게 수렴해서 신중하게 결정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광복절 특사·복권 대상자는 총 1693명이다. 이들은 일반 형사범 1638명, 중소기업인·소상공인 32명, 특별배려 수형자 11명, 경제인 4명, 노사 관계자 8명으로 구성됐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재용, 5년간 취업제한 풀려 삼성전자에 공식 복귀할 듯

2022년 8월 1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2022년 8월 1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합동 브리핑에선 특히 주요 경제인(4명)을 포함시킨 게 강조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경제 활성화를 통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최근 형 집행을 종료한 이재용 부회장을 복권하고, 집행유예 기간 중인 신동빈 회장을 특별사면(형선고실효) 및 복권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시금 경제발전에 동참하는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과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도 사면 대상에 포함했다”라고 했다. 다만 막판 사면 최소화 방침에 따라 당초 거론됐던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등은 제외됐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지난 7월 29일 형기가 만료됐고 이후 5년간 취업 제한이 걸려 있던 상황이었는데, 이번 복권으로 이 부회장은 공식적으로 삼성전자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

노사 통합을 위해 주요 노사 갈등 사건 관계자도 특사에 포함했다. 조상수 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위원장, 허권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 등이다. 한 장관은 “집단적 갈등 상황을 극복하고 노사 통합을 통한 사회발전의 잠재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요 노사 관계자도 포함했다”라고 했다.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수 전 지사, 남재준·이병기 전 국정원장, 최경환 전 의원,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는 이번에 전원 제외했다.

6월 28일부터 3개월 형집행정지 중인 이 전 대통령의 경우 윤 대통령이 지난 대선 선거운동 때부터 수차례 사면 방침을 공언했지만, 최근 반대 여론이 부각된 탓에 제외됐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최근까지 측근들에게 “절대 정권에 나를 특사해달라는 구걸을 하지 말라” “윤 대통령이 국정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면 사면이 안 되더라도 괜찮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괜찮다”에도…윤석열 말 뒤집기에 심기 불편

2019년 3월 29일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2019년 3월 29일 이명박 전 대통령. 연합뉴스

이 전 대통령의 한 측근은 “가만히 있다가 안 된 거면 별 말을 안 하겠는데, 윤 대통령이 틈 날 때마다 사면해주겠다고 해놓고 안 해주니 이 전 대통령은 심기가 불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해 11월 언론사들과 인터뷰를 통해 “미래지향적으로 볼 때 이제는 (이 전 대통령이) 댁으로 돌아가셔도 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당선인 시절인 올해 3월 16일에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회동을 하기로 돼 있었는데, 이때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특사를 건의하겠다고 했다가 회동이 무산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9일에도 “(전직 대통령을) 이십몇 년을 수감생활을 하게 하는 건 안 맞지 않습니까”라고도 했다. 그러다 지난달부터 기류가 변했다. 윤 대통령은 7월 22일 “국정이라는 것은 헌법 가치에 대해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정서가 함께 고려돼야 하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최근까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여론은 40%가량이 찬성, 60%가량은 반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정부는 건설업(807명), 자가용화물차·여객운송업(4명), 공인중개업(92명), 생계형 어업인 어업면허·허가(569명), 운전면허(59만2037명) 등 행정제재 대상자 총 59만 3509명에 대한 특별감면 조치도 시행했다. 또한 정부는 모범수 649명을 가석방했다고도 밝혔다.

‘블랙리스트’ 김은경 8·12 가석방…“촛불국민 생각 되짚어”

이날 의정부교도소에선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실형을 복역 중이던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광복절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그는 출소 직후 기자들을 만나 “그동안 촛불을 들었던 국민들의 생각을 되짚어봤다”라며 “위기가 겹치는 시기에 어떻게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갈까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하는 시간이었다”라고 밝혔다.

취재진이 “여전히 위법 행위가 없었다는 입장인가”라고 묻자, 김 전 장관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사법부가 할 일은 아니고, 제도 개선이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별사면은 통상 특정인에 대해 형집행을 면제하고,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형 선고의 효력 자체를 없앨 수 있는 대통령의 헌법적 권한이다. 감형은 형의 선고를 받은 사람의 형벌을 줄여 주는 일이다. 복권이란 형 선고의 효력으로 상실되거나 정지된 자격을 회복시키는 걸 뜻한다. 특별감면은 보통 면허 정지 및 취소 처분을 받아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민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다.

모범 수형자 가석방은 사면과 별개로 징역 또는 금고형을 받고 수형 중에 있는 사람에 대해 행장(行狀)이 양호하고 개전의 정이 뚜렷하여 나머지 형기의 집행이 불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법무부 장관이 일정한 조건 하에 임시로 석방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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