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와 농산물 등 원재료값 하락으로 지난달 수입물가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수입물가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7월 수출입물가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는 전달보다 0.9% 하락했다. 수입물가 하락은 지난 4월(-0.6%) 이후 2개월 만이다. 수입물가는 1년 전보다는 27.9% 올랐다. 다만 상승률은 전월(33.6%)보다 낮아졌다. 전년 동월 대비 수입물가 상승률이 30% 밑으로 떨어진 건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이다.
수입물가 상승세가 꺾인 건 국제 유가와 곡물 가격 등이 하락한 영향이다.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로 원유 등의 수요가 줄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면서다. 용도별로 원재료가 전달보다 2.9% 하락했다. 원재료의 세부 항목인 원유 등 광산품 수입물가가 2.8% 하락했고, 농림수산품은 1.1% 떨어졌다.
원유만 보면 전달보다 6.8% 하락했지만, 1년 전보다는 61.6% 상승했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6월에는 배럴당 113.27달러에서 7월에는 배럴당 103.14달러로 8.9% 하락했다. 곡물 가격도 내려갔다. 밀과 옥수수 가격은 전달보다 각각 9.4%, 1.9%씩 하락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7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보다 8.6% 하락한 140.9포인트를 기록했다. 2008년 10월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곡물 수출 재개를 합의한 영향이 컸다.
환율 영향을 제거한 계약통화 기준 7월 수입물가는 전달보다 2.8% 하락했다. 농림수산품과 광산품 등으로 구성된 원재료의 경우 계약통화 기준으로는 4.9% 하락했다. 원화값이 지난 6월 달러당 1277.35원에서 7월 달러당 1307.4원으로 2.4% 하락(환율 상승)한 영향이다. 국제 유가 하락 등에도 원화값 하락이 수입물가 하락 폭을 줄였다.
수입물가가 떨어지며 국내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상승 압력도 다소 줄어들게 됐다. 수입물가 상승은 국내 생산자물가지수(PPI)에 영향을 주고, 이는 시차를 두고 다시 CPI에 반영된다.
지난달 수출물가도 국제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전달보다 2.1% 하락했다. 1년 전보다는 16.3% 상승했다. 농림수산품 가격이 2.3% 올랐지만, 석유 및 석탄제품 등을 포함한 공산품 가격이 2.2% 떨어진 영향이다. 서정석 한은 경제통계국 물가통계팀 장은 “국제 유가 하락으로 석탄 및 석유제품, 관련 화학제품 가격이 크게 떨어지며 원화 가치 하락을 상쇄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