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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개돼지로 보이나"...고민정은 왜 개딸에 찍혔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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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는 11일 라디오에서 "당헌 80조 개정 논의는 굉장히 불필요하고 소모적"이라며 반대 입장을 폈다. 뉴스1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는 11일 라디오에서 "당헌 80조 개정 논의는 굉장히 불필요하고 소모적"이라며 반대 입장을 폈다. 뉴스1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후보가 요즘 소위 ‘개딸(이재명 지지자)’들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지난 10일 “나는 친문(친문재인)계이자 비명(비이재명)계”라고 밝힌 즈음부터다.

8·28 전당대회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당헌 80조’ 개정 논란에서 고 후보는 “개정”을 요구하는 ‘개딸’들과 대척점에 섰다. 고 후보는 11일 KBS라디오에서 “개정 논의는 굉장히 불필요하고 소모적”이라며 “만약 개정을 한다면 ‘이재명 대표 후보를 위한 방탄용’이란 공격이 들어올 것이고, 개정을 안 하면 ‘이 후보를 버릴 것이냐’는 문제가 생기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후보(가운데)는 최근 친명계를 자임한 서영교(왼쪽), 박찬대 최고위원 후보와 일정을 동행하면서 사실상 '러닝메이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춘천에서 열린 간담회에서의 모습. 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대표 후보(가운데)는 최근 친명계를 자임한 서영교(왼쪽), 박찬대 최고위원 후보와 일정을 동행하면서 사실상 '러닝메이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춘천에서 열린 간담회에서의 모습. 연합뉴스

이어 “개정 논의는 이 후보의 입지를 굉장히 좁아지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헌 80조는 ‘부정부패 등으로 검찰에 기소되면 당직이 자동 정지’되는 조항이다. ‘개딸’들은 이 후보가 만약 기소됐을 때 당직이 정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당헌을 개정할 것을 주장하지만, 고 후보가 반대 의견을 피력한 것이다.

그러자 고 후보 페이스북에는 “후보에서 내려와라” “당원들이 개돼지로 보이냐”는 등의 악성 댓글이 수십 개 달렸다. 한 이재명 강성 지지자는 “문재인 대표 시절의 주승용처럼 될 거냐”란 댓글도 적었다. 2015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대표일 때 비문계 주승용 최고위원이 사안마다 면전에서 반발했던 것처럼,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고민정 최고위원도 그렇게 될 것이란 비판이다.

2015년 5월 주승용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왼쪽)이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 도중 정청래 최고위원과 공개 석상에서 언쟁을 벌이다 문재인 대표의 만류를 뿌리치며 퇴장하고 있다. 뉴스1

2015년 5월 주승용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왼쪽)이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 도중 정청래 최고위원과 공개 석상에서 언쟁을 벌이다 문재인 대표의 만류를 뿌리치며 퇴장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지지자들의 이같은 집단적인 ‘고민정 죽이기’는 경선 전략과 무관치 않다. 이재명 지지자들은 총 5명의 최고위원을 모두 친명 색깔이 분명한 이들로 채우기 위해 소위 ‘줄 투표(특정 후보에 표를 몰아주는 투표)’를 시도하고 있다. 친명계인 정청래·박찬대·장경태·서영교 최고위원 후보 등이 지지 대상이다. 한 친명계 초선 의원은 11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도 이재명 후보는 민주당에서 비주류다.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지도부를 친명계 인사들로 채울 필요가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자신을 비명계라고 밝힌 고 후보는 ‘개딸’들에게 눈엣가시와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고 후보는 순항 중이다. 고 후보는 7일까지 진행된 강원·대구·경북·제주·인천 권리당원 투표에서 22.24%를 얻어 2위를 기록해 1위 정청래 후보(28.40%)를 바짝 쫓고 있다. 12.93%를 얻어 3위를 기록한 박찬대 후보를 10%포인트 가까이 따돌리고 있다. 여성 최고위원 1명이 무조건 최고위원 5명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고 후보는 순위와 상관없이 서영교 후보만 이기면 최고위원에 당선될 수 있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는 지난달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친인척 채용을 비판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페이스북 캡처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 후보는 지난달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친인척 채용을 비판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페이스북 캡처

고 후보가 선전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익명을 원한 친문계 재선 의원은 “기본적으로 그간 쌓아온 인지도가 가장 큰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나운서 출신으로 청와대의 ‘입’인 대변인을 지냈고, 21대 국회 입성 이후에는 소위 ‘셀럽(celeb·유명인사)’으로 매스컴을 탄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친문계 초선 의원은 “‘개딸’들이 당의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듯한 움직임에 불만을 가진 합리적인 성향의 당원들도 상당하다”며 “그들이 ‘최고위원 중 1명은 메기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냐’며 눈에 확 띄는 고 후보를 미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명계 강성 지지층들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명계 최고위원 후보들을 '줄투표'하자며 만든 웹포스터.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친명계 강성 지지층들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명계 최고위원 후보들을 '줄투표'하자며 만든 웹포스터.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친문계가 상당히 와해했지만 여전히 지역 조직은 탄탄한 점도 고 후보 선전의 배경이다. 현재 최고위원 후보 중 친문계는 고 후보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출신인 윤영찬 후보 둘 뿐이다. 권리당원 1명당 최고위원 후보 2명에게 투표할 수 있기 때문에 친문계 당원들은 두 후보에 표를 몰아줄 수 있는 구조다. 반면 친명계 권리당원은 친명계 후보 4명을 두고 투표해야 하기 때문에 표가 분산된다.

고 후보가 ‘개딸’들의 견제를 뚫고 계속 치고 나갈 수 있을지는 11~13일 투표에 나서는 충청권 권리당원 13만명의 표심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12~13일 투표가 진행되는 1차 국민(여당 지지층은 배제) 여론조사도 변수다. 고 후보는 11일 통화에서 “두 조사에서 정청래 후보에 크게 밀리지 않는다면 친문계 조직이 강한 대의원 투표에서는 반전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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