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에 꿀벌 15만마리...‘파란눈 양봉가’ 놀라운 정체

중앙일보

입력 2022.08.12 05:00

업데이트 2022.08.12 09:11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 호텔은 서울 용산 삼각지에 별도의 양봉장을 꾸렸다. 지난달 27일 양봉장을 점검하고 있는 마르코 토레 총주방장의 모습. 사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페어몬트 앰버서더 서울 호텔은 서울 용산 삼각지에 별도의 양봉장을 꾸렸다. 지난달 27일 양봉장을 점검하고 있는 마르코 토레 총주방장의 모습. 사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서울 용산구 삼각지 한복판. 힙스터들의 신흥 성지로 통하는 이곳의 한 건물 옥상에서 수많은 벌과 씨름하는 남자가 있다. 이탈리아 출신의 요리사 마르코 토레다. 꿀벌을 통해 도시 생태계 회복을 꿈꾸는 초보 양봉가이자, 여의도에 있는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호텔(이하 페어몬트 서울) 총주방장이다. 27일 오후 양봉장을 찾은 마르코는 훈연기를 사용해 꿀벌들을 진정시킨 뒤, 한동안 벌통을 이리저리 살폈다. 여왕벌과 꿀벌은 모두 건강한지, 말벌로 인한 피해는 없는지 등을 확인하던 그는 “꿀벌들이 건강하게 꿀을 열심히 모으고 있는 모습을 확인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페어몬트 서울은 지난해 6월 서울 삼각지역 인근 건물 옥상에 양봉장을 조성했다. 아코르 그룹의 페어몬트는 호텔 옥상에서 직접 양봉을 하는 것으로 세계적으로 이름난 브랜드다. 도시의 꿀벌 개체 수 증진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인데, 전 세계 20여 개 페어몬트 호텔에서 직접 양봉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에는 tvN 드라마 ‘도깨비’의 무대로 익숙한 캐나다 호텔도 있다. ‘페어몬트 르 샤토 프롱트낙(Fairmont LeChateau Frontenac)’이다. 옥상에서 직접 벌을 키우고, 여기에서 나온 꿀로 음식을 만든다.

페어몬트 서울은 기계 설비 등의 문제로 호텔 옥상에 양봉을 하는 것이 어려워, 남산 아랫마을에 별도 공간을 만들었다. 호텔 총주방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주기적으로 양봉장을 찾아 꿀벌 상태를 체크하고, 벌집을 관리하고 있다. 대략 15만 마리의 꿀벌이 이곳에서 자라고 있다. 오는 9월 꿀을 수확해 휘낭시에‧마들렌 등 호텔의 다양한 베이커리 메뉴에 활용할 예정이다. 자체 벌꿀 브랜드 출시도 앞두고 있다. 마르코 총주방장은 “남산이 가깝고 먹이 경쟁이 적은 데다, 농약도 없어 농촌보다 꿀벌이 더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메이필드호텔 직원들이 직접 운영하는 예산농장의 모습. 사진 메이필드호텔

메이필드호텔 직원들이 직접 운영하는 예산농장의 모습. 사진 메이필드호텔

페어몬트 호텔처럼 친환경 먹거리를 개발하는 호텔ㆍ리조트는 의외로 여러 곳이 있다. 코로나 확산 이후 ‘건강한 먹거리’와 ‘가치 소비’를 여기는 소비자가 늘었고, ESG(친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개선) 경영 문화가 산업 전반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어서다.

충남 예산에 위치한 ‘예산농장’은 서울 메이필드호텔이 직영하는 농장이다. 약 20만㎡(6만 평)에 달하는 부지에서 아스파라거스‧양파‧매실‧감자‧배추‧쌀 등을 재배하고 있다. 파종부터 수확, 그리고 조리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메이필드호텔에서 직접 관리한다.

메이필드호텔 측은 농장을 운영하며 조리 과정에서 버려지는 음식 쓰레기가 크게 줄었다고 강조한다. 호텔 관계자는 “양질의 식재료를 정량으로 재배하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20년 동안 호텔에서 운영한 농장이라 노하우가 많다”고 전했다.

하이원리조트 운암정 내 '오가닉팜'. 세프들이 직접 유기농 작물을 재배하는 공간이다. 사진 강원랜드

하이원리조트 운암정 내 '오가닉팜'. 세프들이 직접 유기농 작물을 재배하는 공간이다. 사진 강원랜드

강원랜드 하이원리조트도 지난해 4월부터 친환경 농장 ‘오가닉팜’을 운영하고 있다. 호텔 셰프들이 직접 유기농 작물을 재배하고, 이를 레스토랑과 밀키트 제품에 활용하고 있다. 리조트와 호텔에서 배출하는 음식 폐기물이 ‘동애등에’라는 곤충의 먹이가 되고, 그 분변토가 퇴비로 재활용되고 있다. 이른바 자연순환 농법이다. 애플민트‧바질‧루꼴라 등 하이원리조트의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특수 야채 대부분이 이렇게 재배되고 있다. 하이원리조트 관계자는 “자연 분해된 분변토를 친환경 퇴비로 활용하는 농법인데, 탄소 배출 감축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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