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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플레 일단 꺾였다, Fed 스텝 조절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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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AF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AFP=연합뉴스]

증시는 들썩이고 수퍼 달러 행진은 잠시 멈춰섰다. 41년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던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지난달 소폭 둔화하자 시장이 들뜬 모습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하지만 “축포를 터뜨리기엔 이르다”는 의견도 많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날보다 2.13% 급등한 4210.24로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2.89% 뛰었다. 107거래일 만에 베어마켓을 탈출했다. 베어마켓은 최근 고점에서 20% 이상 주가가 하락하는 시기의 약세장을 곰에 비유한 말이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달러도 주요국 통화대비 약세를 보였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유로화와 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1973년=100)는 이날 전날보다 1.01% 하락한 105.102로 마감했다.

투자 심리가 들썩인 건 이 날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때문이다. 7월 CPI는 1년 전보다 8.5% 상승했다. 1981년 11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던 지난 6월(9.1%)보다 둔화했다. 시장 예상치(8.7%)도 밑돌았다. 특히 전달과 비교하면 상승률은 0%로 변동이 없었다.

시장에선 Fed가 긴축 보폭을 줄일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렸다. 시카고상업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11일 오전 2시 33분 기준(현지시간) 37.5%로 예상됐다. CPI 발표 전인 지난 9일(68%)보다 30.5%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0.5%포인트 인상할 확률 전망은 같은 기간 32%에서 62.5%로 높아졌다.

하지만 ‘한 달 성적표’만으로 미국이 최악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서 벗어났다고 평가하기엔 이르다는 시각도 많다. 인플레를 자극하는 불쏘시개가 여전히 남아 있어서다. 지난달 CPI 상승 폭이 둔화한 데는 원유 수요 감소 우려 등으로 국제 유가가 하락한 영향이 크다. 지난달 미국 에너지 물가는 전달보다 4.6% 하락했고, 휘발유 가격은 7.7% 급락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유가는 가격 변동성이 크다. 게다가 오름세가 이어지는 식료품과 주거비가 물가의 흐름을 좌우할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식료품 가격은 7개월 연속 전달보다 0.9% 이상, 주거비도 6개월 연속 0.5% 이상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음식을 제외한 근원 CPI도 1년 전보다 5.9% 올랐다”며 “물가가 당장 정점(피크 아웃)을 통과했다고 보긴 어렵고, 1~2개월 추세적으로 하락하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은 물가 상승 압력이 둔화했지만, Fed가 연말까지 고강도 긴축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릭 라이더 최고투자책임자는 같은 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지난달 CPI 상승률은 여전히 우려할 정도로 높은 수준으로 Fed가 공격적인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Fed)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부 Fed 위원은 내년까지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찰스 에반스 미국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물가 상승 속도는 여전히 너무 높다”며 “기준금리를 올해 말 3.25~3.5%까지, 내년 말 3.75~4%까지 각각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11일 코스피 지수도 투자 심리가 다소 회복하며 외국인과 기관이 쌍끌이 매수에 나서 전날보다 1.73% 오른 2523.78에 상승 마감했다. 원화 값은 달러 약세 영향으로 상승(환율 하락)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값은 전날보다 7.4원 오른 달러당 1303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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