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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3선 총리’ 베를루스코니, 내달 총선 출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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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지난 4월 로마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가 지난 4월 로마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탈리아의 논쟁적 정치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6) 전 총리가 총선 출마를 통한 정계 본격 복귀 의사를 밝혔다. 그는 3번에 걸쳐 9년간 총리를 지냈으나 인종 차별적 실언과 성추문으로 불명예 퇴진했다. 영국 가디언의 10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그는 이탈리아 국영방송 라이(Rai)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내달 25일 조기 총선에서 상원의원에 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가 내건 이유는 “(내가 의회에 복귀하면) 모두가 행복할 것”이라는 주장과, “전진이탈리아(FI) 당내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총선 출마) 압력을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이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대표인 FI는 이탈리아 최초 여성 총리가 유력한 조르자 멜로니(45)가 이끄는 극우당 ‘이탈리아형제들’(FdI), 동맹(Lega)과 함께 우파연합의 일원이다. 현재 우파연합 지지율은 약 45%로 내달 총선에서 상·하원 과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를루스코니는 지난 7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멜로니 대표에 대해 “결단력과 용기를 갖춘 지도자”라며 “우리는 멜로니를 지켜야 한다”고 킹메이커를 자처하기도 했다.

베를루스코니는 이탈리아 재벌로 정계에 진출한 뒤 지난 1994~2011년 3번에 걸쳐 9년간 총리를 지냈다. 그는 경제와 정치, 언론까지 한 손에 틀어쥐며 ‘베를루스코니 현상’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건설업에서 크게 성공해 재벌이 됐고 70년대 방송사를 차린 뒤 군소 민영방송사 지분을 꾸준히 사들여 90년 생방송 뉴스 프로그램까지 방영하게 되면서 정치적 영향력까지 확보했다.

그가 직접 정계에 뛰어든 건 94년 총선 때 FI를 직접 창당하면서다. 성공한 기업가 이미지를 앞세워 자신이 소유한 언론사의 영향력을 활용한 덕분에 총선에서 승리, 우파 연립정부를 구성해 총리에 취임했다. 그러나 집권 후 동맹이 깨지면서 1년도 안 돼 총리에서 물러났고 96년 총선에서 참패했다. 이후 그가 장악한 언론 덕분에 2001년 총선에서 승리했고, 2006년 총선에서 석패했지만 2008년 총선에서 다시 승리를 거머쥐며 3선 총리에 올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장기 집권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이탈리아 경제 위기와 미성년자와의 성 추문 의혹까지 겹치면서 2011년 총리직에서 불명예 퇴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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