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민주당, 문재인 지우기…당 강령서 ‘1가구 1주택’ 삭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더불어민주당이 당의 헌법 격인 강령에서 ‘1가구 1주택’이란 문재인 정부 주거 원칙을 삭제한다.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 핵심관계자는 11일 중앙일보 통화에서 “강령에서 ‘1가구 1주택’이란 표현을 삭제하기로 한 게 이번 개정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전준위 강령분과는 전날 회의를 열고 이렇게 의견을 모았다. 현행 경제 분야 관련 강령은 “실수요자 중심의 ‘1가구 1주택’ 원칙으로 내집 마련 기회를 보장한다”고 선언하고 있는데, 이를 “실거주·실수요자 중심으로 내집 마련 기회를 보장한다”는 문구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1가구 1주택’이란 문구는 2020년 강령 개정 당시 문재인 정부가 다주택자를 겨냥해 내놓은 ‘징벌적 중과’ 정책을 민주당이 뒷받침하기 위해 추가됐다. 그러나 대선·지선 패배 이후 이를 삭제하는 데 당내 공감대가 모였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전준위원은 “민주당 정책 방향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보면 된다”며 “1가구 1주택이란 원칙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 투기가 아닌 실거주 목적이라면 1가구 다주택도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이런 움직임을 두고 당내에선 “대선 패배의 주된 원인으로 부동산 실정이 지목된 상황에서, 당 쇄신을 위해 ‘문재인 정부 지우기’에 나선 것”(민주당 관계자)이란 해석도 나온다. 다주택자를 사실상 ‘악(惡)’으로 규정한 문재인 정부의 관점을 파기해서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반부터 다주택자를 투기 세력으로 규정하고, 이들과 전쟁에 나섰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2017년 6월 취임식에서 “부동산 시장 과열은 공급 부족 문제가 아닌 다주택자의 투기가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임기 내내 ‘부동산 내로남불’ 논란에 시달렸다. 2017년 8월 다주택자에 대한 고강도 규제를 골자로 한 8·2 대책이 발표됐는데, 같은 달 공개된 고위공직자 재산 내역에서 김 전 장관을 포함해 당시 조국 민정수석, 장하성 정책실장 등이 다주택자였다. 2020년 7월엔 노영민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청와대 참모진에게 ‘1주택만 남기고 다 처분하라’고 지시했는데, 본인은 주택 처분 과정에서 지역구였던 충북 청주 아파트를 팔고, 서울 반포동 아파트는 남겨둬 ‘똘똘한 한 채’ 논란을 자초했다.

이번 강령 개정 작업에서 전준위는 문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였던 ‘소득주도성장’이란 문구도 ‘포용성장’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전준위는 16일 전체회의를 열어 강령 개정안을 확정하고, 28일 전국대의원대회에서 표결에 부칠 방침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