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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택지휘·카드뉴스 논란…윤 대통령 첫 재난대응 서툴렀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국가 재난 상황의 대응 방식은 그 총책임자인 대통령의 평가로 직결된다.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취임 후 첫 재난 상황에 직면한 윤석열 대통령. 정치권과 민심의 평가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가장 큰 논란은 ‘자택 지휘’다. 윤 대통령은 비가 쏟아지던 지난 8일 저녁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퇴근해 서초동 자택에서 폭우 관련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렸다. 윤 대통령의 지휘는 이튿날 새벽 3시까지 이어졌다. 과거 대통령들은 폭우 등 재난 상황이 예상되면 청와대 경내 지하벙커에 있는 국가위기관리센터로 이동했다. 센터에는 재난 관련 각종 상황이 집계되고, 각 부처와 화상 회의도 가능한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의 국가위기관리센터로 이동하지 않고 자택에서 전화로 지시했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1일 라디오에서 “(지난 8일 퇴근 때) 바로 차를 돌려서 용산으로 돌아갔어야 한다. 그래도 집에 가야 되겠다면 그 ‘국가지도통신차량’이라도 (자택인) 아크로비스타 앞에 대기시켰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같은 당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전날 “아파트에서 어떻게 국가 재난을 관리하고, (재난 관리) 그게 장악될 수가 있냐”고 지적했다. 민주당에선 “폰트롤타워”(핸드폰+컨트롤타워)라는 조롱 섞인 비판도 나왔다.

윤 대통령이 지난 9일 신림동 일가족 참변 현장을 방문한 사진을 대통령실이 홍보용 카드뉴스로 만든 것도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재난 참사를 국정 홍보에 이용한다”는 지적이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반지하 일가족 참사 현장을 국정 홍보에 활용하는 인식이 경악스럽다”며 “실력도, 개념도 없는 대통령실 무능 인사들을 전면 교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결국 카드뉴스를 삭제했다.

야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도 이날 라디오에서 “설사 대통령이 거추장스럽게 또 사무실 나가야 하냐고 얘기하더라도 참모들이 그러시면 안 된다고 (얘기)했어야 한다”며 “한덕수 국무총리는 경험이 많다. 대통령이 댁에 계신 것보다는 사무실로 나가는 게 훨씬 국민을 안심시킬 거라고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번에 카드뉴스 논란 등 정무적 감각이 부족했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우리가 개선할 과제”라고 말했다. 다만 “폭우가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는 관련 부처가 제대로 역할을 하도록 빨리 지시하는 게 중요하다. 장소가 중요한 건 아니며, 지시 자체는 신속하고 적절히 이뤄졌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정부의 최종 책임자로서 대통령이 비판을 감내해야 한다”면서도 “과거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치수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아 생겨난 문제까지 오롯이 떠안고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폭우 피해 속에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0%대를 기록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8~10일 진행해 11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윤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평가는 28%, 부정평가는 65%로 집계됐다. 2주 전 조사보다 긍정평가가 6%포인트 하락했다. 부정평가 이유로는 ‘경험과 능력이 부족해서’가 33%로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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