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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기지 이달 정상화…대통령실 “주권 사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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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중 수교 30주년(8월 24일)이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문제를 두고 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실은 11일 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사드 기지가 이달 말 정상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지난 10일 윤석열 정부 첫 한·중 외교장관 회담 후 한국은 과거 ‘3불’(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 미사일방어시스템 및 한·미·일 군사동맹 불참)에 더해 ‘1한’(사드의 제한적 운용)을 선시(宣示·널리 알린다는 뜻)했다며 공식화하자 대통령실이 하루 만에 구체적인 사드 기지 정상화 시점을 공개하며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사드 정상화는 어떤 상황이냐”는 질문에 “빠른 속도로 사드 기지 정상화가 진행 중이고, 8월 말이면 거의 정상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현재 사드 기지는 임시 작전배치 상태로, 문재인 정부 당시 미국은 한·미안보협의회(SCM) 등 계기가 있을 때마다 조속한 정상화를 촉구했다. ‘기지 정상화’는 임시시설을 사용하는 한·미 장병의 임무 수행 여건 개선과 자재·설비 등의 반입 보장 등을 뜻한다. 반면에 이미 배치된 사드는 북한 미사일 감시태세를 유지하는 등 정상 운용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종섭 국방부 장관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의 반대 때문에 사드 정상화 정책을 바꾸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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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위 관계자는 또 중국의 ‘3불 1한’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자 “사드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 방어 수단이며, 안보주권의 문제로 결코 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밝혔다. “전 정부(문재인 정부)에서 중국에 약속이나 협의한 것으로 판단하느냐”는 질문엔 “분명히 말하지만 이는 협의나 조약이 아니다. 전 정부 입장이고 그런 의미에서 계승할 합의나 조약은 아니며 윤석열 정부는 윤석열 정부의 입장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드 3불과 관련해서는 어떤 관련 자료가 있는지를 포함해 (문재인 정부로부터) 인수·인계받은 사안이 없다”고도 설명했다.

실제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때부터 ‘사드 3불’과 관련한 문재인 정부의 자료를 찾았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고 한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인수·인계를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안보실과 외교부에 ‘3불’ 관련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여권 일각에선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관련 자료가 폐기됐거나 대통령기록물로 이관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드 3불 관련 문 정부서 인계받은 것 없다”

경북 성주 사드 기지. 뉴스1

경북 성주 사드 기지. 뉴스1

지금까지 한·중 간의 사드 갈등은 ‘3불’에 집중됐다. 윤석열 정부는 ‘3불’에 대해 “전임 정부의 입장 표명일 뿐 양국 간 합의나 약속이 아니다”는 입장으로 일관했다. 반면에 중국은 “새 관리는 과거의 부채를 외면할 수 없다”며 사드 ‘3불’을 사실상의 약속 또는 공식 합의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다 지난 10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 직후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1한’을 꺼내들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밤 영문 홈페이지에도 “예전에 한국 정부가 ‘세 가지 아니다와 하나의 제한’ 정책을 공식 표명했다(Previously, the ROK government officially announced its policy of ‘three nos and one restriction’)”고 올렸다.

박진(左), 왕이(右)

박진(左), 왕이(右)

‘3불’의 경우 한·중 양국이 그 구속력과 성격 등을 놓고 이견을 보였다면 ‘1한’은 한·중 간 논의 여부 자체도 불명확했다. 실제 ‘1한’과 관련, 한·중 간 협의가 있었는지, 이뤄졌다면 협의의 결론은 무엇이었는지 등의 내용은 알려진 바 없다. 앞서 중국의 관영매체 환구시보는 2017년 한·중 외교장관 회담 직후 ‘3불 1한’ 표현을 사용한 적이 있지만 정부 차원의 공식 언급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 정부는 중국 측이 ‘3불’ 이외에 추가 요구는 없었다고 밝혀 왔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 원일희 수석부대변인도 중국 측이 문재인 정부에 ‘1한’을 요구했다는 보도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사드 기지가 정상화되지 않자 일각에선 ‘1한’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했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1한’은 이미 배치된 사드의 운용과 직접 연동되는 사안이다. 경우에 따라 중국 측이 요구해 온 “사드 배치 프로세스의 즉각 중단 및 관련 설비 철거” 주장을 수면위로 다시 꺼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3불 1한’ 주장을 한·미 동맹의 이간책으로 사용하고, 사드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다른 움직임에 나서지 못하도록 제약하는 장치로 활용하려는 의도”라며 “사드는 시진핑 주석의 특별 관심사안인 만큼 중국 외교부가 한국 측에 자국 입장을 강하게 표명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입장 발표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진호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한’은 기지 운용에 대한 문제인 만큼 한국을 향한 압박인 동시에 미국을 우회 저격하는 메시지”라며 “다만 최근 미·중 갈등의 최대 현안이 반도체 공급망 문제인데 한국은 반도체 분야의 핵심 경쟁력을 가진 국가이기 때문에 중국이 사드 문제를 놓고 한국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긴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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