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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7월 CPI 상승세 둔화에 긴축 속도 조정?…“승리 선언 이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8.5% 상승했다. 사진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에서 소비자가 과일을 사기 위해 현금을 내는 모습. [AFP=연합뉴스]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8.5% 상승했다. 사진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에서 소비자가 과일을 사기 위해 현금을 내는 모습. [AFP=연합뉴스]

증시는 들썩이고 수퍼 달러 행진은 잠시 멈춰섰다. 41년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던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지난달 소폭 둔화하자 시장이 들뜬 모습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하지만 식료품과 주거비 오름세가 여전히 물가 상승 압력을 자극하는 만큼 “축포를 터뜨리기엔 이르다”는 의견도 많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투자 심리 회복, 나스닥 '베어마켓' 탈출

10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환호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날보다 2.13% 급등한 4210.24로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2.89% 뛰었다. 107거래일 만에 베어마켓을 탈출했다. 베어마켓은 최근 고점에서 20% 이상 주가가 하락하는 시기의 약세장을 곰에 비유한 말이다.

달러도 주요국 통화대비 약세를 보였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유로화와 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1973년=100)는 이날 전날보다 1.01% 하락한 105.102로 마감했다.

투자 심리가 들썩인 건 이 날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때문이다. 7월 CPI는 1년 전보다 8.5% 상승했다. 1981년 11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던 지난 6월(9.1%)보다 둔화했다. 시장 예상치(8.7%)도 밑돌았다. 특히 전달과 비교하면 상승률은 0%로 물가 변동이 없었다.

시장에선 Fed가 긴축 보폭을 줄일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렸다. 실제 시카고상업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11일 오전 2시 33분 기준(현지시간) 37.5%로 예상됐다. CPI 발표 전인 지난 9일(68%)보다 30.5%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0.5%포인트 인상할 확률을 전망하는 수치는 같은 기간 32%에서 62.5%로 높아졌다.

씨티그룹의 숀 스나이더 투자전략본부장은 지난 10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노동시장이 유지되고, 인플레이션(물가 오름세)은 잠재적으로 내려가고 있어 일종의 ‘골디락스’ 시나리오가 엿보인다”고 호평했다. 물가가 과열되지 않고, 경기 침체가 우려될 만큼 냉각되지도 않은 이상적인 경제가 골디락스다.

들썩이는 식료품과 주거비가 변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한 달 성적표’만으로 미국이 최악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서 벗어났다고 평가하기엔 이르다는 시각도 많다. 인플레를 자극하는 불쏘시개가 여전히 남아 있어서다. 지난달 CPI 상승 폭이 둔화한 데는 원유 수요 감소 우려 등으로 국제 유가가 하락한 영향이 크다. 지난달 미국 에너지 물가는 전달보다 4.6% 하락했고, 휘발유 가격은 7.7% 급락했다.

유가는 가격 변동성이 크다. 게다가 오름세가 이어지는 식료품과 주거비가 물가의 흐름을 좌우할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식료품 가격은 7개월 연속 전달보다 0.9% 이상 증가했다. 주거비도 6개월 연속 0.5% 이상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식료품(13.4%)과 주거비(32.1%)가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에너지(9.2%)보다 높아, 물가 상승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음식을 제외한 근원 CPI도 1년 전보다 5.9% 올랐다”며 “물가가 당장 정점(피크 아웃)을 통과했다고 보긴 어렵고, 1~2개월 추세적으로 하락하는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9월에도 자이언트 스텝?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일단은 물가 상승 압력이 둔화했지만, Fed가 연말까지 고강도 긴축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릭 라이더 최고투자책임자는 지난 10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지난달 CPI 상승률은 여전히 우려할 정도로 높은 수준으로 Fed가 공격적인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Fed)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부 Fed 위원은 내년까지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찰스 에반스 미국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물가 상승 속도는 여전히 너무 높다”며 “기준금리를 올해 말 3.25~3.5%까지, 내년 말 3.75~4%까지 각각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달러당 원화값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달러당 원화값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한편 코스피 지수는 외국인과 기관의 쌍끌이 매수로 상승 마감했다. 11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73% 오른 2523.78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의 긴축 속도가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투자 심리가 회복한 것이다.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1338억원)과 기관(4670억원)이 6008억원어치 순매수했고, 개인은 6030억원 순매도했다.

원화값은 달러 약세 영향으로 상승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전날보다 7.4원 오른(환율 하락) 달러당 1303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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