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 내면 13만원 돌려받아”...고향기부제 앞둔 지자체, 선물보따리 푼다

중앙일보

입력 2022.08.11 16:11

업데이트 2022.08.11 16:47

충북 단양군 단양읍 삼봉로에 조성된 복자기 가로수길 모습. 사진 단양군

충북 단양군 단양읍 삼봉로에 조성된 복자기 가로수길 모습. 사진 단양군

고향사랑기부제 내년 1월 시행 

충북 단양군은 ‘고향사랑기부제’ 도입을 앞두고 세수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인구 2만8000여 명의 단양군은 재정자립도가 12.7%에 불과하다. 한 해 예산 4000억원 중 지방세 수입은 270억원으로 직원 인건비를 감당하기도 힘들다. 군(郡) 재산을 빌려주거나, 매각·시설 사용료로 받는 세외수입을 더해도 자체 재원이 늘 부족하다. 예산의 72%가 의존 재원이다.

고향사랑기부제를 활용하면 단양군은 출향인이나 타지에 사는 사람에게 연중 기부금을 받는다. 이 돈을 취약계층 지원이나 주민 복리사업에 쓸 수 있다. 조성우 단양군 지방소득세 팀장은 “단양 같은 시골 마을은 10억원만 더 있어도 면(面)별로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다”며 “고향사랑기부제가 재정이 열악한 군 단위 지자체에 가뭄의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단양군은 조만간 관광지마다 고향기부제 홍보를 위한 팸플릿을 놓기로 했다. 기부자에게 줄 답례품으로 마늘, 고추장 등 특산품이나 온달관광지 입장권과 레포츠 시설 이용권 등을 구상 중이다. 조 팀장은 “차별화된 답례품을 개발하는 게 승부처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 1월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 예정인 가운데 전국 자치단체가 유인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전담팀을 꾸려 모금을 극대화할 방안을 찾거나, 답례품 선정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곳도 있다. 관광객을 명예 주민으로 위촉하는 ‘관계 인구’ 맺기, 스포츠단을 활용한 마케팅도 준비 중이다.

고향사랑기부제 개념. 사진 충북도

고향사랑기부제 개념. 사진 충북도

10만원까지 100% 세액공제…답례품도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자치단체에 기부금을 내는 제도다. 자발적인 기부를 통해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기부자에게 지역특산품을 제공해 지역경제도 살리려는 취지로 도입했다. 지난해 10월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5개월 뒤면 전국 243개 광역·기초자치단체에서 동시 시행한다. 현재 법제처 심사 중인 관련법 시행령은 9월초 공포 예정이다.

기부한도는 연 500만원이다. 주소지를 제외한 전국 지자체 어디에나 기부가 가능하다. 청주시민을 예로 들면, 충북도와 청주시를 제외한 241개 지자체에 기부할 수 있다. 답례품은 기부금액의 30% 범위 내에서 줄 수 있다. 법률은 ‘지역에서 생산한 특산품이나 가공품, 관할구역에서 통용되는 상품권’ 등을 명시했다.

세금 혜택도 있다. 10만원 이내 기부금은 전액 세액공제를 받는다. 10만원을 낼 경우 국세(소득세 9만900원)와 지방세(지방소득세 9100원)를 10만원 깎아주는 방식이다. 10만원을 넘기면 세액공제 혜택이 줄고, 기부금액에 비례해 자부담 비율이 점점 높아진다. 10만원을 초과한 나머지 금액의 세액공제율이 16.5%로 확 낮아지기 때문이다.

정승호 충북도 고향사랑기부제 담당은 “10만원을 내면 10만 원어치 세금 감면 혜택에 3만원 상당 답례품을 받을 수 있어 기부자가 13만원을 돌려받는 구조”라며 “100% 세액공제가 되는 10만원 이내 기부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난 8일 강원 춘천시 농협 강원지역본부에서 열린 고향사랑기부제 추진 현황 점검 화상회의에서 김용욱 강원농협 본부장(오른쪽)이 각 시군 농정지원단장과 함께 준비사항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강원 춘천시 농협 강원지역본부에서 열린 고향사랑기부제 추진 현황 점검 화상회의에서 김용욱 강원농협 본부장(오른쪽)이 각 시군 농정지원단장과 함께 준비사항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역특산품에 관광 투어·상품권·기념품 구상 

고향사랑기부제는 일본의 고향납세제를 따온 시책이다. 일본은 대도시권과 지방의 세수 격차를 줄이기 위해 2008년 지방세법 개정으로 고향납세제를 시행했다. 세제 혜택과 답례품 다양화 등 개선을 거쳐 납세 규모가 첫해 865억원에서 2020년 7조1486억원으로 약 83배 증가했다.

심두섭 지방행정연구원 실장은 “일본은 고향납세제를 통해 대도시권 재정이 지방으로 흘러 들어가도록 유도했다”며 “중앙정부에 세원이 많이 몰려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고향기부제를 통해 국세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재정 분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각 지자체가 현재 가장 관심을 갖는 대목은 답례품이다. 대체로 특산품을 우선순위에 놓고 있다. 조정선 전북 무주군 고향사랑기부팀장은 “세제 혜택은 전국이 같지만, 답례품은 지역마다 천차만별이라 기부자의 눈에 띌 만한 품목을 선정할 예정”이라며 “지역 특산품인 사과나 천마, 찰옥수수, 도라지 청, 떡갈비 세트 외에 고액 기부자를 위한 공예품, 통합관광 상품권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군부대가 있는 강원 양구군은 병사 부모를 대상으로 양구군 외박지 투어, 신혼부부 사진 촬영 티켓 등 이색 답례품을 준비 중이다. 최근 고향사랑기부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 전남 영암군은 영암 민속씨름단을 활용한 답례품 개발을 추진한다. 곽경애 영암군 세정팀장은 “달맞이 쌀이나 황토 고구마 등 농산물 외에 유튜브와 방송 출연으로 인기가 있는 영암 민속씨름단 선수들과 협업해 기념품 등을 제공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최북단 연천군 신서면은 수도권에서 가장 극심한 인구감소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연천군 신서면 대광리 빈 건물의 모습. 연합뉴스

경기도 최북단 연천군 신서면은 수도권에서 가장 극심한 인구감소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연천군 신서면 대광리 빈 건물의 모습. 연합뉴스

각 지자체 전담팀 신설, 기부금 모집 연구용역 

영암군은 부모님 영상을 촬영해 기부자에게 전달하는 서비스와 영암군 내 골프장을 찾은 방문객을 관계인구로 맺는 것을 논의하고 있다.

도심 지역이 많은 인천시는 지역화폐 ‘이음카드’를 답례품으로 고려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인천은 타지에서 온 출향인이 많고, 특산품도 제한적이라 고향기부제에 불리한 위치에 있다”면서도 “강화·웅진군의 특산품이나 인천의 근대문화유산을 돌며 방문객이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지역화폐를 답례품으로 주는 것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도는 영광 굴비·모시 송편, 함평 장어 등 시군별로 특산품 수요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 전담팀 구성과 연구용역도 진행 중이다. 전북도는 도와 시군 합동 TF를 구성해 모금 홍보반, 답례품 지원, 기금 운영 등 분과로 나눠 대응하고 있다. 전남도는 지난 1월 본청 직원 7명으로 구성된 고향사랑추진단을 꾸렸다. 울산 울주군 전담인력 배치하고, 경북 군위군은 농협중앙회와 답례품 발굴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충북도는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를 위한 연구용역을 지난 5월부터 2달간 진행했다. 도민·출향민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기부 의사와 답례품 선호도, 희망 기부금액 등을 조사했다. 강원도는 답례품 개발과 기금 모금을 위한 시뮬레이션, 도와 시·군 협력 방안 등에 대한 연구 용역 결과를 9월께 내놓을 예정이다. 인천시도 최근 인천연구원에 관련 정책 연구를 맡겼다. 전남 해남군은 상금 300만원을 걸고 이달까지 기부금 활용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전국 곳곳이 인구감소 지역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앙포토

전국 곳곳이 인구감소 지역으로 나타나고 있다. 중앙포토

‘부익부 빈익빈’ 가능성도…“기부자 혜택 더 늘려야” 

전문가들은 고향사랑기부제가 지역 인지도나 특산물 인기 여부에 따라 되레 ‘부익부 빈익빈’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을 지적한다. “일본에 비해 세금 감면 혜택이 적어 기부자의 ‘애향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측면이 있다”고도 했다. 염명배 충남대 명예교수(경제학과)는 “일본은 기부금 2000엔(약 2만원)을 넘으면 답례품이 나오고 초과 금액은 소득공제와 세액공제로 대부분 돌려줘 기부자가 얼마를 해도 큰 부담이 없다”며 “우리도 세액공제나 답례품 비중을 높이는 등 기부자에게 혜택을 더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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