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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는 대피 골든타임 중요..."유리창 깨지자마자 탈출해야"

중앙일보

입력

지난 8일 오후 9시 7분께 서울 관악구 부근 한 빌라 반지하에 폭우로 침수된 일가족 3명이 갇혀 신고했지만 결국 사망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사고가 난 빌라 바로 앞 싱크홀이 발생해 물이 급격하게 흘러들었고, 일가족이 고립돼 구조되지 못했다. 사진은 침수된 빌라 배수작업. 연합뉴스

지난 8일 오후 9시 7분께 서울 관악구 부근 한 빌라 반지하에 폭우로 침수된 일가족 3명이 갇혀 신고했지만 결국 사망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사고가 난 빌라 바로 앞 싱크홀이 발생해 물이 급격하게 흘러들었고, 일가족이 고립돼 구조되지 못했다. 사진은 침수된 빌라 배수작업. 연합뉴스

100년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 관악구 반지하에 거주하던 일가족 3명이 숨진 가운데 전문가들은 ‘대피 골든타임’을 강조했다.

정창삼 인덕대 스마트건설방재학과 교수는 11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반지하는 유리창이 지상과 접해 조그맣게 나있어 지상에 물이 차면 수압 때문에 유리창이 깨지면서 물이 일시에 들어온다”며 “집에 물이 차게 되면 수압이 한쪽에만 걸리기 때문에 방문을 열 수가 없다. 길을 가다 차가 침수되면 문이 안 열리는 것과 똑같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게 굉장히 시간이 중요하다”며 “유리창이 깨지자마자, 수위가 올라오기 전에 바로 바깥으로 나가야되는데 취약계층, 약자분들은 위험할수록 안전한 곳에 머물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어 골든타임을 놓치기 때문에 안타까운 사건이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감전 사고에 대비해 탈출 전 두꺼비집을 내려야 하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정 교수는 “여유 있게 사전 대피를 한다면 두꺼비집이랑 가스밸브를 잠그는 게 좋지만 침수 상황에서는 젖은 손으로 두꺼비집을 만지는 게 오히려 안 좋을 수 있다”며 “반지하에서 물이 차는 것처럼 긴급한 상황이면 그냥 몸이 빠져나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대통령실이 9일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카드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일가족 3명이 사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사고 현장을 방문한 사진을 배경으로 했다. 사진 대통령실 페이스북

대통령실이 9일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카드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일가족 3명이 사망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사고 현장을 방문한 사진을 배경으로 했다. 사진 대통령실 페이스북

서울시가 주거 목적의 지하ㆍ반지하 건축을 불허하기로 한데 대해 정 교수는 “늦게나마 이런 대책을 만드는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서울 시내의 5%, 20만 가구가 반지하에 살고 있다. 굉장히 많은 수치”라며 “예전에도 이런 사건이 생기고 유사한 대책이 나왔지만 실행되지 않았던 이유가 그분들의 소득이 높지 않고,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에 발표된 것처럼 임대주택 유도 등을 통해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면 좋겠다. 워낙 가구 수가 많기 때문에 일순간에 해결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초구에서 한 남매가 맨홀에 빠져 숨지거나 실종된 사건과 관련해선 “야간에 갑자기 빗물이 올라와 무릎까지 차고 흙탕물이다보니 바닥이 안보인 것인데 그렇다고 해서 맨홀 주변에 맨홀의 위치를 표시하는 어떤 구조물을 만들 수도 없다”며 “인도보다는 자동차도로쪽에 맨홀이 좀 더 많이 위치하고 있으니 도로 이용을 자제하고 가능하면 이동을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정 교수는 “수압이라는 게 굉장히 무섭다. 맨홀 뚜껑의 무게가 40kg 정도 되는 거기에 1톤짜리 차량이 있어도 수압에 의해서는 금방 열린다”며 “관로 개선 공사 등을 통해 수압을 줄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강남역 인근에서 차가 침수되자 차 위에 올라가 있던 이른바 ‘서초동 현자’ 대처법에 대해선 “저도 그 사진을 봤는데 상황 판단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며 “급류가 있어 빠져나올래야 나올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면 개인적으로는 가능한 빠져나오는게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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