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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적자에도, 경상수지는 흑자…정부 “쌍둥이 적자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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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최근 계속되는 무역적자에도 노동력ㆍ자본에서 발생하는 수익까지 포함하는 ‘경상수지’는 여전히 흑자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상수지와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상태를 보여주는 ‘재정수지’가 나란히 마이너스를 나타내는 이른바 ‘쌍둥이 적자’에 빠질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정부는 가능성이 낮다고 선을 긋고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1일 관세청과 산업통상자원부ㆍ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1∼10일 무역수지는 76억77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이달에도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면 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게 되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7년 12월∼2008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올해 전체로 보면 8월10일까지 누적 무역수지는 229억3000만 달러 적자다.

하지만 경상수지는 흐름이 다르다. 올 상반기 누적 기준으로 247억8000만 달러 흑자다. 1년 전보다는 흑자 폭이 40%가량 줄었지만, 한은의 당초 예상치인 210억 달러 흑자를 넘어섰다. 지난달에도 경상수지는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경상수지는 수출과 수입의 격차를 나타내는 상품수지, 이자나 배당ㆍ임금 등을 포함한 본원소득수지, 여행ㆍ운송 등 서비스수지 등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무역수지에서 마이너스가 나더라도 이보다 더 넓은 개념의 경상수지에서는 플러스를 보고 있는 것이다. 본원소득수지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흑자 폭을 확대했고, 서비스 수지는 지난해 같은 기간 적자에서 올해 흑자로 돌아섰다.

경상수지 가운데 재화의 수출입 격차를 나타내는 ‘상품수지’를 보더라도 무역수지와 달리 선방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상품수지는 200억1000만 달러 흑자, 무역수지는 103억 달러 적자다. 큰 틀에서 둘은 같은 개념이지만, 범위나 집계 방식은 다르다. 상품수지는 수입액에서 운임ㆍ보험료가 빠지기 때문에 수입액이 상대적으로 적게 잡히고, 무역수지에서는 잡히지 않은 중계무역이나 가공무역도 수출해 포함해 계산한다. 이 때문에 통상 상품수지가 무역수지보다 흑자(적자) 폭이 크게(작게) 나타난다.

이런 점에서 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도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무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경우 한국은 1998년부터 25년 연속 경상수지 흑자 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따라서 정부는 일각에서 우려하는 ‘쌍둥이 적자’의 현실화 가능성은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도 지난주 기자들과 만나 “(올해 연간 기준으로) ‘쌍둥이 적자’는 발생 가능성이 없다”며 “무역수지 적자에도 경상수지는 300억∼400억 달러 흑자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기재부 관계자도 “한 나라의 외화 수입과 지출의 차이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최종 성적표는 무역수지가 아니라 경상수지”라며 “국제 에너지 가격이 예상보다 더 하락한다면 경상수지는 더 개선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지금 같은 무역적자 상황이 길어진다면 경상수지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집계 방식과 범위의 차이로 무역적자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무역적자가 계속 이어지는 상황은 경상수지 흑자와 상관없이 대외 경제 환경이 그만큼 나쁘다는 의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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