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무역수지 누적 적자 229억달러…올해 역대 최대 기록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올해 1월부터 이달 10일까지 누적 무역수지 적자가 약 23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전까지 역대 최대였던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기록한 연간 무역수지 적자(206억 달러) 기록을 넘어섰다. 4월부터 4개월 연속으로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8월 열흘 동안에도 무역수지 적자가 나면서 5개월 연속 적자 우려가 커졌다.

11일 오전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전 부산항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연합뉴스

8월 1~10일 무역수지 -10조원

11일 관세청의 8월 1~10일 수출입 통계를 보면 이 기간 수출액(잠정)은 지난해 동기 대비 23.2% 늘어난 156억8000만 달러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34.1% 증가한 233억65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달 들어 10일까지의 무역수지 적자는 76억7700만 달러(약 10조원)인데, 같은 기간 기준으로 수출입 통계 집계 이래 가장 큰 적자 폭이다.

이는 수출이 양호한 실적을 거뒀지만, 수입이 이보다 훨씬 크게 늘어나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로 국제유가가 뛰면서 원유 등 에너지 품목의 수입 물가가 크게 오른 영향이다. 실제 수입 품목별로 살펴보면 원유(50.1%), 가스(96.4%), 석탄(162.5%) 등의 전년동기 대비 증가율이 가팔랐다. 이런 흐름이 바뀌지 않는다면 8월 무역수지도 적자가 나면서 5개월 연속 적자 기록을 세우게 된다. 2008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무역수지 적자가 장기화하면서 연간 무역수지에도 경고등이 들어왔다. 10일까지 누적 무역수지 적자가 229억3000만 달러(약 29조9000억원)를 기록하면서 역대 최대 적자 기록(206억 달러)을 넘어섰다. 1996년 1년간의 누적 적자를 아직 한 해의 3분의 1 이상이 남은 시점에서 넘어선 것이다. 하반기에 특별한 반등이 없는 한 올해 적자 규모가 역대 최대에 달할 가능성이 크다.

수출 품목별로 보면 1일부터 10일까지 석유제품(177.0%), 승용차(191.9%) 등의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었지만, 반도체(-5.1%), 무선통신기기(-17.7%) 수출은 감소했다.

복합적 원인에 전망도 암울

올해 무역수지 적자 행진의 주된 이유는 국제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이 첫손에 꼽힌다. 여기에 대중(對中) 무역수지 적자가 장기화하면서 기름을 부었다. 이전까지 중국은 한국의 수출 ‘텃밭’이었지만, 5월부터 대중 수출은 줄고, 수입은 늘면서 이달까지 4개월 연속 대중 무역수지 적자가 유력하다. 이달 1일부터 10일까지 대중 무역수지는 8억9000만 달러 적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중국의 봉쇄조치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지만, 중국 제조업체의 기술력 향상 등 구조적 요인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원인이 복합적인 만큼 당장 무역수지 적자 흐름이 꺾일 요소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올해 무역수지 적자가 최소 300억 달러 이상은 기록해 역대 최대에 달할 가능성이 크다”며 “300억 달러도 보수적으로 잡은 수치”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해외에서 수요가 늘지 않다 보니 수출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은 제한적이고 대중 무역이나 에너지 가격 같은 악재도 당장 해소될 것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박명섭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중국과의 무역구조가 중간재를 우리가 수출하는 데서 수입하는 쪽으로 바뀌면서 구조적 적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 단기간에 무역수지가 개선되긴 어려워 보인다”며 “다만 수입 에너지·농산물 가격이 워낙 큰 폭으로 오른 만큼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어느 정도 떨어지면서 적자 폭이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한국의 수출 시장과 상품을 다각화해서 수출 둔화세를 반전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일본, 상반기 무역수지 적자 역대 최대 

일본 무역 상황도 한국과 유사하다. 한국처럼 원자재를 해외에서 많이 수입하고, 제조 기술을 기반으로 한 수출 의존도가 크다.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상반기(1~6월) 통계를 보면 일본 무역수지 적자는 7조9241억엔(약 77조6000억원)으로, 상반기 기준 사상 최대 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엔화 가치가 2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데다 수입에 주로 의존하는 국제유가와 식량 가격이 상승한 탓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독일도 1991년 이후 31년 만에 처음으로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는 등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무역수지 적자를 겪고 있다"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