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무원 등 29명 무더기 입건...커지는 전북지사 경선 수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6월 29일 전북도청 공연장에서 열린 '제34~35대 전라북도지사 퇴임식'에서 당시 송하진 전북도지사(왼쪽)가 김관영 전북지사 당선인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뉴스1

지난 6월 29일 전북도청 공연장에서 열린 '제34~35대 전라북도지사 퇴임식'에서 당시 송하진 전북도지사(왼쪽)가 김관영 전북지사 당선인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뉴스1

전·현직 공무원 10명 연루

정계를 떠난 송하진(70) 전 전북도지사의 이름이 최근 지역 정가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의 비서실장(4급)을 지낸 전직 간부 3명 등 핵심 측근들이 줄줄이 경찰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다. 측근들은 “과잉 수사”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경찰은 “조사 결과에 따라 입건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11일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전북지사 경선 과정에서 부당한 방법을 이용해 특정 후보를 도우려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전·현직 전북도 공무원 10명과 현 전북자원봉사센터장 등 29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 중 전북자원봉사센터장 출신으로 도 사무관(5급)을 지낸 A씨는 최근 구속기소된 상태다.

A씨 등은 올해 대선과 지방선거가 맞물린 시기에 민주당 당원을 모집한 뒤 도 산하기관인 전북자원봉사센터에서 입당 원서 1만여 장에 담긴 개인 정보를 바탕으로 당원 명부를 작성·관리해 온 혐의를 받고 있다. 송 전 지사를 보좌하던 전 전북도 대도약정책보좌관(3급)과 전 예산과장·공보관(이상 4급)도 입건됐다.

경찰은 “입당 원서를 받는 것은 홍보물 발송·합동토론회 등 공직선거법에서 규정한 당내 경선 운동 방법이 아니다”며 “당원을 직접 모집하거나 당원 명부를 관리하는 데 관여한 사람들을 입건 대상으로 추렸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지난 4월 22일 개인 정보 유출 의혹 등을 조사하기 위해 전라북도자원봉사센터를 압수수색한 뒤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뉴스1

경찰이 지난 4월 22일 개인 정보 유출 의혹 등을 조사하기 위해 전라북도자원봉사센터를 압수수색한 뒤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자원봉사센터서 민주당 입당 원서 무더기 발견  

앞서 경찰은 지난 4월 22일 자원봉사센터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센터 간부 B씨 캐비닛에서 민주당 입당 원서 사본 1000여 장을 발견했다. 이후 1만400여 명의 당원 명부도 찾아냈다. B씨 등 센터 직원 2명은 A씨 지시로 입당 원서를 엑셀 파일 형태로 정리하는 작업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의 압수수색 시점은 민주당 전북지사 후보 1차 경선 마감 하루 전날이었다.

당시 1차 경선을 통과한 김관영 전 국회의원과 안호영(완주·진안·무주·장수) 의원 측은 이구동성으로 “이번 사건은 본 캠프와 무관하며 수사당국은 명백히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경찰은 A씨 등이 송 전 지사를 도우려 당원 모집에 나선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3선 출마 후 모든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던 송 전 지사는 당 경선 과정에서 컷오프(경선 배제)된 뒤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수사 대상이 된 송 전 지사 측근들은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신분으로 당원을 모집했다”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일 수 있지만, 선거법 위반은 아니다”고 했다.

송 전 지사 비서실장을 지낸 C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송 지사를 위해 지인과 친인척 등을 상대로 당원을 모집한 건 맞다”며 “하지만 모두 당사자 동의를 얻었고, 당비도 대납한 적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은 권리당원 여론조사 5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를 더해 후보를 결정했기 때문에 모든 후보가 당원 모집에 혈안이었다”며 “정작 지사가 컷오프되는 바람에 당원 명부는 써보지도 못했다”고 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송 전 지사 부인도 당원 모집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C씨는 “사모가 직접 당원을 모집한 게 아니라 밑에서 심부름하는 사람들이 당원을 모집한 뒤 생색을 내기 위해 보고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경찰이 지난 4월 22일 개인 정보 유출 의혹 등을 조사하기 위해 전라북도자원봉사센터를 압수수색한 뒤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뉴스1

경찰이 지난 4월 22일 개인 정보 유출 의혹 등을 조사하기 위해 전라북도자원봉사센터를 압수수색한 뒤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뉴스1

宋측 “당원 모집 지시하지도, 보고받지도 않았다”

일각에서는 ‘송 전 지사가 당원 모집을 지시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 송 전 지사 측은 “지시하지도, 보고받지도 않았다”는 입장이다. “여러 번 선거를 치러본 측근들이 각자 알아서 당원을 모집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더구나 “송 전 지사는 지난 2월에야 3선 출마를 결정했고, 평상시 ‘당원도 일반인 여론과 비슷하니 당원 모집에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얘기했다”는 게 C씨 설명이다. 측근들이 입건된 데 대해 송 전 지사는 “안타깝다”고만 했다고 한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송 전 지사 측 당원 명부가 김관영 지사 캠프로 넘어간 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이에 대해 송 전 지사 측은 “측근 일부가 김관영 후보를 돕긴 했지만, 당원 명부를 조직적으로 활용할 만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송 전 지사 측근들 사이에선 “경찰이 실적을 쌓기 위해 과잉 수사를 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기소된 사람(A씨)에 대해 법원에서 구속해야 할 정도로 중대한 범죄라고 인식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사안인데, 과잉 수사라고 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