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덥고 습할 때는 한국식 '핫 팟타이'로 기분 전환 [쿠킹]

중앙일보

입력 2022.08.11 13:13

10년간 프렌치 가스트로 펍 ‘루이쌍끄’의 오너 셰프로 받은 사랑을 뒤로하고, 2019년 돌연 “평생 해보고 싶었던” 국숫집에 도전했다. 프랑스와 스페인 유학 시절 배운 유럽 면 요리에 이어, 우리나라 전국 곳곳은 물론이고 일본, 홍콩, 싱가포르, 중국 등지를 다니며 면을 공부했다. 면 요리 전문점 ‘유면가’에 이어, 현재 요리연구소 ‘유면가랩’을 운영 중이다. 그동안 면을 공부하며 알게 된 면 이야기와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레시피를 소개한다.

이유석의 면면면⑪ '핫' 팟타이

덥고 습한 날에 제격인 태국음식 팟타이를 고추장을 넣어 한국식으로 재해석했다. 사진 이유석

덥고 습한 날에 제격인 태국음식 팟타이를 고추장을 넣어 한국식으로 재해석했다. 사진 이유석

2000년대 중반, 프랑스 어학연수 시절의 이야기다. 같은 반에 태국 학생들이 여럿 있었기에 종종 어울리곤 했다. 어느 날 그 무리에 끼어 생일파티가 열리는 한 친구의 집에 가게 됐다. 그때의 나는 태국 요리를 전혀 접해본 적이 없던 터라, 그날 처음 맛본 태국 요리가 그렇게 입에 맞지는 않았다. 물론 그날 요리한 친구는 요리사가 아닌 일반 학생이었기에, 제대로 된 요리였다고 보기는 힘들었지만 말이다.

그나마 나름 잘 먹을 수 있던 게 새콤달콤한 면 요리였다. 바로 팟타이다. 그것마저도 솔직히 베트남 쌀국수와는 다른, 더 낯설면서도 이국적인 거리감이 있어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고 친구들이 태국 음식에 관해 설명해주는데도 듣는 둥 마는 둥 했던 기억이다. 며칠이 지난 후, 그때 먹은 팟타이의 여운이 머릿속에 드문드문 떠오르는 정도가 전부였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십 년 전쯤, 당시 여자친구이자 지금의 아내가 먹고 싶다고 해서 프랜차이즈 태국 식당에서 음식을 포장해왔다. 집까지 가면서도 팟타이 면이 불면 어쩌지 조마조마했는데, 생각보다 면이 크게 불어있지는 않았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먹은 팟타이는, 내 기억과 맛이 좀 달랐다. 아마도 핵심 재료인 ‘타마린드(인도와 동남아시아 음식에 새콤한 향미를 더해주는 재료)’를 넣지 않았거나 미량만 들어간 것 같았다. 굴 소스와 스리라차 소스 위주로 맛을 내서인지 중식 같은 맛이 무척 익숙하게 느껴졌다.

연남동 툭툭누들타이 전경. 타마린드에 식초와 설탕을 첨가해 만든 툭툭누들타이만의 소스는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사진 툭툭누들타이

연남동 툭툭누들타이 전경. 타마린드에 식초와 설탕을 첨가해 만든 툭툭누들타이만의 소스는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사진 툭툭누들타이

다시 그로부터 몇 달 후, 이번에는 연남동 ‘툭툭누들타이’에서 여자친구와 식사를 했는데 이때 먹은 팟타이는 또 느낌이 달랐다. 예전 태국 친구가 해줬던 그 이색적인 ‘타마린드’의 새콤함이 훨씬 절묘한 밸런스를 주는 가운데, 달걀과 부추, 숙주가 주는 고유한 식감도 무척이나 좋게 느껴졌다. 슬쩍 주방을 보니, 태국 요리사들이 직접 불 앞에서 팬을 잡고 능숙하게 요리하고 있었다. 아마 현지 요리사가 바로 만든 팟타이를 처음으로 먹은 날이 아닐까 싶다.

그 이후로도 ‘툭툭누들타이’를 종종 즐겨 다니게 됐다. 근래에도 칼럼을 쓰기 위해 공부차 찾았다가 마침 매장에 있던 툭툭누들타이의 임동혁 대표를 만나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그동안 임 대표는 여러 개의 태국 요리 브랜드를 성공시키며 업계의 대가로 자리 잡았다. 임 대표의 말에 따르면, 툭툭누들타이의 소스는 타마린드를 따듯한 물에 조물조물 풀어서 액상화한 뒤, 식초와 설탕을 첨가해 만든 전용 소스라고 한다.

임 대표와 대화를 이어가면서 전해 들은 얘기를 풀자면, 지금이야 많은 식당에서 타마린드를 사용해 소스를 만들지만, 과거에는 대부분 스리라차와 굴 소스, 식초 등으로만 맛을 냈다고 한다. 어쩌면 많은 이들이 후자의 맛에 더 익숙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익숙한 맛은 국내 식당만의 이야기는 아닌 모양이다.

태국 차이나타운 인근에 위치한 노점 레스토랑. 사진 unsplash

태국 차이나타운 인근에 위치한 노점 레스토랑. 사진 unsplash

태국 현지에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관광지에는 길에 무척 많은 팟타이 노점상들이 있는데, 현지의 태국 셰프들과 요리사들 대부분(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으나)은 관광지 노점에서 파는 팟타이를 진짜 ‘팟타이’라고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유인즉슨, 첫째로 외국인 관광객의 입맛에 맞게 간장과 굴 소스 등으로 맛을 낸 중국 광둥식 ‘차우면(차오몐)’에 더 가깝게 변형된 채소 볶음면이라는 이유가 가장 크고, 둘째로 적지 않은 노점들이 식재료를 재활용하는 등 위생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때문에, 관광지 노점상에서 팟타이를 맛본 사람들이 정통을 추구하는 국내 태국요리점의 음식을 맛보고 실망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타마린드는 열이 가해졌을 경우 특유의 시큼한 냄새가 더 강해지는데, 한국인들에게는 호불호가 많이 갈릴 수 있다. 이런 사실을 모를 경우, 재료 상태가 좋지 않다고 오해하는 손님도 간혹 있다고 한다.

이번 여름은 유난히 무덥게 느껴진다. 뜨거운 햇볕에 축축한 습기까지 더하면 태국의 날씨 저리 가라 할 정도다. 그러니까 요즘 날씨는 태국의 팟타이가 딱 어울릴, 그럴 날씨다. 냉장고에 굴러다니는 재료가 있다면, 부담 없이 팟타이 한번 도전해보셔도 좋을 것 같다. 태국식 새콤한 ‘팟타이’도 좋고, 한국식 재료를 더한 팟타이여도 좋지 않을까. 사실 타마린드는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식재료다. 요리에 사용하려면, 물에 불려서 씨를 걸러내야 하는 등 번거로운 과정도 거쳐야 한다. 다행히 요즘엔 인터넷 쇼핑을 통해 편하게 요리할 수 있는 타마린드 소스를 쉽게 구매할 수 있으니, 정통 팟타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도전해 봐도 좋을 듯하다.

다른 식재료를 써서 색다른 팟타이를 만들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요리연구가 백종원 씨는 한 방송에서 타마린드 대신 곶감을 사용하는 예시를 보여준 적 있는데, 무척 뛰어난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쌀국수가 없어도 팟타이를 만들 수 있다. 태국에서는 반죽에 달걀이 들어간 ‘에그 누들(바미)’과 ‘인스턴트 라면(마마)’을 팟타이를 비롯한 다양한 면 요리에 쓴다고 한다.

Today’s Recipe 이유석의 핫 팟타이

핫 팟타이라고 이름 지은 이 레시피는 기름에 새우 대가리를 볶은 후, 스리라차와 굴 소스, 고추장을 배합한 소스를 넣은 뒤 볶은 한국 특유의 매콤한 맛을 살린 팟타이 입니다.

재료준비

이유석의 핫 팟타이에 들어가는 재료들

이유석의 핫 팟타이에 들어가는 재료들

재료(1인 기준): 쌀국수 면 80~100g, 새우 7~8마리(중간 사이즈), 숙주 한 줌, 채 썬 양파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으깬 페페론치노 1개분(또는 페페론치노 1개), 채 썬 양파 2큰술, 다진 땅콩 2큰술, 다진 할라피뇨 1작은술, 라임(또는 레몬)1/4개, 식용유 4 큰술
소스재료: 스리라차 소스 1.5큰술, 피시소스 1큰술, 고추장 1큰술, 굴 소스 1작은술, 설탕 1.5큰술, 식초 2~3큰술(취향껏)

만드는 법
1. 쌀국수 면은 30분 정도 미리 물에 살짝 불려놓는다.새우는 깨끗이 손질해 대가리와 몸통을 분리한다.
2. 스리라차 소스와 고추장, 굴 소스, 피시 소스, 설탕, 식초를 섞어 소스를 만든다.
3. 프라이팬에 식용유 2큰술을 두르고, 새우 대가리를 먼저 볶는다. 이때, 주걱으로 꾹꾹 눌러서 즙이 모두 나오게 한다.
4. 새우 대가리를 건지고, 으깬 페페론치노를 넣어 10초간 볶다가 양파와 마늘을 추가한다.
5. ④의 팬에 ②의 소스를 부은 후, 불려둔 쌀국수 면을 넣고 볶는다.
6. 숙주와 부추, 채 썬 청양고추, 새우 몸통을 넣고 같이 볶아준다. 이때 면이 너무 달라붙으면 물 한 큰술 정도 놓는다.
7. 숙주와 부추를 30~40초 정도 볶아 숨이 죽으면 팬의 한쪽에 몰아두고, 다른 한쪽에 남은 식용유 2큰술을 두른 후 달걀을 깨서 넣는다.
8. 스크램블이 되도록 달걀을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준 뒤, 면과 함께 몇 차례 섞은 다음 접시에 담는다.
9. 완성된 면에 다진 할라피뇨와 땅콩을 뿌린 뒤, 라임 또는 레몬을 뿌려낸다.

이유석 셰프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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