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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류에 60대 남성 휩쓸려 실종…물 안 빠져 여전히 고립된 주민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1일 오후 1시 16분께 강원 강릉시 연곡면 삼산리 솔봉 계곡 인근에서 60대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돼 소방대원들이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오후 1시 16분께 강원 강릉시 연곡면 삼산리 솔봉 계곡 인근에서 60대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돼 소방대원들이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종·고립 속출 전국 곳곳 폭우 피해   

서울·경기·강원에서 11명이 숨진 기록적인 호우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1일에도 여전히 곳곳에서 크고 작은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11일 오후 강원 강릉시 연곡면 삼산리 솔봉 계곡. 119구조대원들이 급류가 흐르는 계곡 곳곳에서 실종자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솔봉 계곡에선 이날 오후 1시 16분 가족과 피서를 온 A씨(66)가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 강원소방본부에 따르면 사고 직후 119종합상황실엔 “장인어른이 물살에 떠내려간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곧바로 현장에 119구조대 등 소방인력 33명과 장비 8대를 투입해 신고 지점과 하류 일대를 중심으로 수색작업을 벌였다. 이후 4시간 만인 오후 5시17분 사고 지점에서 4㎞ 떨어진 하류에서 A씨를 발견했다. A씨는 헬기를 이용, 인근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강원소방본부 관계자는 “수색을 통해 사람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지점을 발견했는데 거센 물살로 현장 접근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물살 거세 실종자 수색 어려워 

지난 10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의 한 아파트 앞 도로가 물에 잠겨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의 한 아파트 앞 도로가 물에 잠겨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연일 이어진 폭우로 불어난 물에 고립된 생활을 하며 드론으로 의약품을 받은 지역도 있다. 원주시는 이날 300㎜에 육박하는 집중폭우로 사흘째 고립된 원주시 호저면 산현리 마을에 드론을 이용, 의약품을 전달했다.

원주시에 따르면 호저면 산현리 3가구 4명의 주민은 지난 9일 폭우로 마을로 통하는 유일한 길이 침수되면서 고립됐다. 이런 상황에서 주민 1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 진단 검사 결과 양성판정을 받았다. 주민들은 고립으로 확진자가 병원에 갈 수 없게 되자 원주시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원주시는 드론을 이용해 의약품을 해당 주민에게 전달했다.

홍천군 내촌면 화상대1리도 사흘째 고립된 상황이다. 이 마을도 20여 가구, 50여 명이 모여 사는데 내촌천을 따라 이어진 마을 길 1㎞가량 침수됐다. 주민 김모(56)씨는 “길이 끊어져 고립이 며칠씩 이어지는 상황에서 혹시 아픈 사람이라도 생길까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시간당 50㎜의 집중호우가 쏟아진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에선 지난 10일 오후 아파트 주민 수십명이 나와 양동이로 물을 퍼내고 주차장 입구에 모래주머니를 쌓는 등 배수 작업을 벌였다. 또 인근 골목에 빗물이 성인 허리까지 차오르자 소방당국은 20t에 달하는 빗물을 처리하기 위해 긴급 배수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빗물 '성인 허리까지 차올라' 긴급 배수작업

충청권에 폭우가 쏟아지며 대전 지역에도 비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10일 대전 유성천 하천보행도가 침수돼 있다. 뉴스1

충청권에 폭우가 쏟아지며 대전 지역에도 비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10일 대전 유성천 하천보행도가 침수돼 있다. 뉴스1

이 밖에도 우암동과 방서동, 복대동 등지에서 맨홀 역류가 발생했고, 용암동과 개신동 등 일부 저지대 도로가 물에 잠겨 통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까지 충북도소방본부에 접수된 배수지원 요청은 34건에 이른다. 이와 함께 나무 쓰러짐, 도로 침수, 토사 유실 등에 따른 안전조치 요청도 84건이나 접수됐다.

대전과 충남에서도 집중호우 피해가 잇따랐다. 대전에서는 지난 10일 오전 5시 39분쯤 대덕구 신탄진동에서 집 마당에 물이 50㎝ 넘게 차오르고 있다는 구조요청이 접수돼 소방대원이 집 안에 고립돼 있던 2명을 구조했다.

지난 10일 오후 7시 40분쯤 충남 공주시 사곡면 호계리에서는 주택 인근 하천이 범람해 구조대가 출동해 주민 2명을 긴급 대피시켰다. 앞서 오전 11시쯤엔 청양군 대치면 구치리하천변에 고립된 주민을 구조대가 출동해 안전지역으로 이송하기도 했다.

산사태 마을 길 덮쳐 주민들 고립 

지난 10일 오전 강원 횡성군 청일면 속실리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흙과 나뭇더미가 마을을 덮쳐 아수라장으로 변해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오전 강원 횡성군 청일면 속실리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흙과 나뭇더미가 마을을 덮쳐 아수라장으로 변해 있다. 연합뉴스

누적강수로 지반이 약해지면서 산사태 우려지역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강원 횡성군 청일면 속실리 일명 ‘매피지골’에서는 지난 10일 오전 3시 30분쯤 산사태가 발생해 7가구(8명)가 고립됐다. 이번 산사태로 야산에서 토사 수천 t이 밀려 내려오면서 마을 진입로와 컨테이너형 농막 등을 집어삼켰다. 한 주민은 “이번 산사태로 폭 4m 마을 도로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며 “‘꽝’하는 소리에 나와 보니 진흙더미가 무릎 높이까지 차올라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5시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원들과 횡성군청 공무원들은 굴착기를 활용해 마을 입구에 쌓여있는 토사 등을 제거하고 3시간 만에 진출입로를 확보했다. 김숙자 횡성소방서장은 “현재는 비가 그쳤지만, 야산에서 여전히 많은 양의 토사와 흙탕물이 쏟아지고 있어 주민들을 긴급 대피시킨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날 오전 5시 50분쯤 홍천군 북방면 북방리에서도 산사태로 주택 한 채가 일부 파손돼 3명이 대피했다. 앞서 지난 9일 낮 12시 50쯤엔 횡성군 둔내면 현천리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주택과 창고를 덮치면서 주민 1명이 숨지기도 했다.

산림청 '전국 41곳 시·군'에 산사태 예보 발령

지난 9일 낮 12시 54분 강원 횡성군 둔내면 현천리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주택 한 채를 덮쳐 소방당국이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낮 12시 54분 강원 횡성군 둔내면 현천리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주택 한 채를 덮쳐 소방당국이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산림청 산사태예방지원본부는 현재 전국 41개 시·군에 산사태 예보를 발령한 상황이다. 경보 발령 지역은 서울 관악구, 세종시, 경기 부천시·광명시·군포시·양평군, 강원 횡성군, 충북 청주시, 충남 보령시, 전북 군산시 등 10곳이다.

또 주의보는 서울 동작구, 인천 연수구, 경기 의정부시·안산시·남양주시·의왕시·하남시·이천시·안성시·광주시·여주시, 강원 원주시·영월군·정선군, 충북 괴산군, 충남 천안시·공주시·아산시·서산시·논산시·계룡시·부여군·서천군·청양군·예산군·태안군, 전북 정읍시·부안군, 경북 상주시·문경시·봉화군 등 31곳에 이른다.

산림청 산사태예방지원본부 김영혁 과장은 “누적강수로 지반이 약해져 산사태 발생이 우려되는 지역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안전 점검과 응급조치 등을 통해 주민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강의 홍수조절 최후 보루인 소양강댐도 최근 계속된 집중호우로 홍수기 제한 수위(190.3m)에 근접한 189m에 이르자 2년 만에 수문을 열었다. 한국수자원공사 소양강댐지사는 이날 오후 3시를 기해 댐 수문을 차례로 열어 물을 하류로 흘려보냈다. 소양강댐지사는 방류 초기 발전방류를 포함해 초당 600t의 물을 내려보내기 시작했으며, 유입량에 따라 최대 2500t 이내에서 방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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