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마지막 뇌물 혐의도 무죄…9년 만에 사법부의 마침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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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접대·뇌물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5번의 재판 끝에 무죄가 확정됐다. 뇌물 공여 증인이 증언을 번복해 김 전 차관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는데, 이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회유가 있었다는 주장을 검사가 입증하지 못했다는 점 때문이다. 김 전 차관이 2013년 3월 이른바 ‘별장 성접대’ 의혹이 불거지며 차관직에서 물러난 이후 9년 만에 나온 사법부의 마지막 결론이다.

뇌물 및 성접대 혐의와 관련한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019년 11월22일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나와 마중 나온 한 여성의 보호를 받으며 귀가하고 있다. 뉴스1

뇌물 및 성접대 혐의와 관련한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019년 11월22일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나와 마중 나온 한 여성의 보호를 받으며 귀가하고 있다. 뉴스1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1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김 전 차관의 두 번째 상고심 재판에서 무죄를 확정했다.

윤중천 성접대 등 이미 무죄 확정, 마지막 뇌물도 무죄

당초 김 전 차관은 2006~2008년 건설업자 윤중천씨에게 1억3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김 전 차관이 2006~2007년 원주 별장과 오피스텔 등에서 윤씨로부터 받은 13차례의 성 접대는 액수를 산정할 수 없는 뇌물로 공소사실에 적시됐다. 지난해 6월 대법원은 별장 성접대 의혹 등 건설업자 윤중천씨와 관련된 김 전 차관의 혐의를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면소 또는 무죄 판결한 1‧2심 판단을 확정했다.

문제는 김 전 차관이 윤씨와는 별도로 2003~2011년 ‘스폰서’ 역할을 한 건설업자 최모씨로부터 현금과 차명 휴대전화 요금 대납 등 4900여만원을 받은 혐의다. 당초 1심은 해당 혐의에 관해 무죄로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김 전 차관이 받은 스폰서 4900여만원 중 4300만원은 대가성 있는 뇌물로 보고 유죄로 판단,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500만원, 추징금 43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7월 유죄의 결정적 증거가 된 최씨의 법정 증언(“김 전 차관을 통해 내가 수사 대상임을 알게 됐다”)에 문제가 있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최씨 증언이 “사건 청탁을 한 적 없다”던 검찰 수사 때와 다르고, 재판을 거듭하면서 김 전 차관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변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파기환송심은 “증거능력은 있으나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무죄로 봤다. 당시 재판부는 “검사의 증인 사전면담에서 절차 위법이 있었더라도 최씨의 법정진술을 증거능력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최 씨의 진술이 일관성이 없고 객관적인 증거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검찰은 파기환송심 무죄 판결에 불복해 다시 대법원 판단을 구했다.

“집사람도 그냥 별장 갔다고 해라” 법정서 통곡했던 김학의

이 사건은 2013년 3월 김 전 차관이 법무차관에 내정된 직후 언론에서 그가 강원도 원주의 한 별장에서 성 접대를 받았고 관련 동영상도 있다는 내용을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4개월간 수사를 벌인 뒤 그해 11월 김 전 차관을 불기소했지만, 이듬해 동영상 속 여성이 김 전 차관을 특수강간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재수사가 이뤄졌다. 그러나 이 역시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김학의 '무죄'로 또 뒤집혔다…法 "檢 증인 회유 해명 안 돼"

수년 간 잠들어있던 사건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8년 4월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가 김 전 차관 사건 수사를 권고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2019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이 이 사건을 직접 거론하며“검경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수사하라”고 지시한 뒤 이 사건 등을 조사하던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활동 기간을 2개월 연장했고, 검찰은 ‘김학의 사건’ 별도 수사단을 구성해 다시 수사를 시작했다. 재수사에 나선 검찰은 의혹 제기 6년여만인 2019년 6월 김 전 차관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했으나 어렵사리 시작된 재판은 두 차례의 대법원 판단 끝에 무죄와 면소로 마무리됐다.

김 전 차관은 1심 재판 도중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도 기억에 없다. 동영상 속 남자가 나라고 하니 비슷한 거 같기도 하지만 인정하기도 그렇고, 마누라가 ‘내가 괜찮다는데 그냥 갔다고 그래'…”라면서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김 전 차관 의혹은 다른 형사사건으로도 번졌다.  우선 지난 2018년 김 전 차관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를 앞두고 해외로 출국하려던 김 전 차관을 불법으로 막은 혐의로 청와대와 검찰, 법무부 관계자들이 재판을 받고있다. 청와대가 버닝썬 마약·성매매 사건에 민정수석실 파견 경찰 간부가 연루된 의혹을 덮으려고 ‘김학의 전 차관 성 접대 의혹’을 키웠다는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수사도 있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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