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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소환'에 빨라진 野당헌 개정…친문 전해철 반기 들었다

중앙일보

입력

경찰은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해 소환조사를 통보했다. 김상선 기자

경찰은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에 대해 소환조사를 통보했다. 김상선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8·28 전당대회 최대 쟁점인 ‘당헌 개정’ 논란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재명 대표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가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경찰의 소환조사를 통보를 받는 등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가 점차 현실화하면서다. 이에 친이재명계(친명계)가 부정부패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할 수 있도록 한 ‘당헌 80조’ 개정을 밀어붙이자 반이재명계가 반박하며, 당내 파열음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친명계의 한 초선 의원은 1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헌 80조 개정 문제를 서둘러 마무리 지어야 향후 이 후보가 대표가 됐을 때 당이 휘청이지 않고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며 “윤석열 정부 검찰이 무분별한 기소로 야당을 탄압할 가능성이 큰데, 우리가 내부에 이런 위기 요인을 둬서 되겠느냐”라고 말했다.

친명계의 움직임이 빨라진 건 이 후보 본인을 향한 검·경의 수사에 속도가 붙은 탓도 있다. 변호사비 대납, 대장동 개발 특혜, 성남FC후원금 의혹 등과 관련해 검·경이 연일 관계자 소환과 압수수색에 나서면서다. 한 친명계 인사는 “검찰 쪽을 통해 확인해보니 8~9월에는 이 후보를 무조건 기소하겠다는 방침이 세워져 있는 것 같더라”며 “이 후보가 대표가 되는 시기 전후로 기소하겠다는 의미일 것”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검·경이 정치에 개입한 심각한 국기문란”이라고 반발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후보 측 인사는 1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8월 이 후보를 기소하는 방향으로 정해놨다고 한다. 그래서 이 후보도 상당히 격앙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대표 후보 측 인사는 1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이 8월 이 후보를 기소하는 방향으로 정해놨다고 한다. 그래서 이 후보도 상당히 격앙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당헌 80조는 “사무총장이 뇌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한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하고,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한다”는 조항이다. 만약 이 후보가 대표에 선출된 뒤 특정 혐의로 검찰이 기소하면 이 조항 때문에 이 후보의 대표 직무 정지를 둘러싼 논란이 일 것을 친명계는 우려한다.

친명계 강성 당원들은 지난 1일 당 청원 게시판에 “당헌 80조를 개정해달라”고 요구했다. 10일 오후 3시 현재 동의한 권리당원은 7만318명이다. 당원 5만명이 동의할 시 지도부는 이에 답변해야 한다. 당헌·당규 개정의 총 책임자인 안규백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은 16일 전준위 회의를 열어 개정 여부를 결정해 비대위에 보고할 예정이다.

친문 전해철 “특정 후보와 연결 안 돼”…비대위에서도 반대 만만찮아

현재로선 전준위는 개정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안 위원장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여당 시절 만들어진 조항인데, 야당이 됐으니 손질을 할 필요가 있다”며 “검찰이 공격할 빌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에 "당헌 80조 개정을 반대한다"고 적었다. 친문재인계 좌장급에선 첫 공개 반대였다. 김경록 기자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에 "당헌 80조 개정을 반대한다"고 적었다. 친문재인계 좌장급에선 첫 공개 반대였다. 김경록 기자

전준위는 ▲1심 유죄 판결 시 당직 정지(현재는 기소 시) ▲정치 탄압 성격의 검찰 기소에 의한 징계의 취소 권한을 최고위원회에 부여(현재는 윤리심판원) 등의 두 가지 방안을 놓고 개정을 검토 중이다. 민주당 핵심 의원은 “무죄 추정의 원칙을 어느 정도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1심 유죄판결’을 기준으로 삼으려는 것”이라며 “정치 탄압 성격이 짙은 기소에 의한 징계의 경우 현재는 윤리심판원이 징계를 취소할 수 있는데 그럴 경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그래서 최고위에 취소 권한을 부여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비대위는 지난 7월 4일 당헌 80조 개정안을 한차례 논의했는데 뚜렷한 결론은 내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박용진 대표 후보의 반대에 이어, 당내 친문재인계(친문계)의 반발이 새 변수로 등장했다. 친문계 핵심인 전해철 의원은 10일 페이스북에 “당헌 80조 개정이 이뤄져선 안 된다”며 “해당 조항은 2015년 문재인 대표 시절 야당이던 민주당이 부정부패와 단호하게 결별하겠다는 다짐으로 마련된 혁신안이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특정 후보와 연관된 당헌 개정이 쟁점이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라고 덧붙였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라디오에서 "(경찰이) 가만 있다가 전당대회가 시작되니까 슬슬 소환하고 기사를 난다. 이재명 후보를 겨냥한 대장동 등 여러 사건들에 대해 정치보복적인 목적이 있다고 본다"며 당헌 80조 개정에 무게를 실었다. 김성룡 기자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라디오에서 "(경찰이) 가만 있다가 전당대회가 시작되니까 슬슬 소환하고 기사를 난다. 이재명 후보를 겨냥한 대장동 등 여러 사건들에 대해 정치보복적인 목적이 있다고 본다"며 당헌 80조 개정에 무게를 실었다. 김성룡 기자

최종 결정권을 쥔 비대위원 사이에서도 찬반이 엇갈린다. 중앙일보가 10일 7명의 비대위원(우상호 위원장, 박홍근 원내대표, 한정애·박재호·이용우·서난이·김현정 위원) 등에 익명을 전제로 전수조사한 결과 개정에 반대하거나 유보적인 이는 총 3명이었다.

A위원은 “지금 만약 개정을 한다면, ‘이재명 때문에 한다’는 소리를 듣지 않겠나. 그래서 개정하면 절대 안 된다”며 “이 후보가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수 있지만, 본인 스스로 헤쳐가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B위원은 “개정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왜 지금이어야 하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고 C위원은 “이 후보 강성지지층인 개딸들이 청원을 하면서 복합적으로 판단해야 할 사안이 너무 가볍게 다뤄지게 돼버렸다”고 토로했다.

반면 개정에 찬성하는 이는 총 4명이었다. D위원은 “개정 추진이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이긴 하지만, 기소와 동시에 당직을 정지하는 것은 좀 심한 측면이 있다”며 “적어도 1심 판결은 받아보고 물러날지 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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