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공일 특별 기고

국정 운영체제 정비가 먼저다

중앙일보

입력 2022.08.11 00:50

업데이트 2022.08.18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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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윤석열 대통령의 성공을 위한 제언

전쟁 중 어려운 여건 속에서 국정운영을 성공적으로 이끈 윈스턴 처칠(Winton Churchill)은 일관성에 매달리기보다 상황변화에 적의 대응하는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취임 100일도 채 안 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율이 놀랍게도 20%대로 떨어졌다. 이에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겠다던 윤 대통령이 초심으로 돌아가 “모든 문제”를 점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 대통령의 정확한 상황판단과 이 모든 문제의 핵심을 바로 짚어 적의 대응하는 일이 시급하다.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명예이사장. 김현동 기자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명예이사장. 김현동 기자

윤 대통령의 일부 편중된 인사와 함께 경질된 교육부 장관의 경우와 같이 전문성과 자질면에서 적재적소와 거리가 먼 인사실패가 국민 지지율을 떨어뜨린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래서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더 폭넓은 인사쇄신이 있어야 한다는 소리가 높은 것이다.

윤 대통령 20%대 지지율…국정운영 체제 불비와 리더십 스타일 탓
대통령실이 하나의 팀으로 비서 기능과 함께 자문 기능 강화해야
수석별 역할분담-가이드라인 만든 뒤 역할 맞는 인사로 배치하고
대국민 설득과 당과 국회 설득·협력 위해 정무장관 활용도 고려할 만

특별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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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과연 인사쇄신만으로 국정이 제대로 돌아가고, 윤 대통령의 국정 리더십에 대한 신뢰와 지지도 회복이 가능할까. 나는 그것만으론 부족하다고 본다. 현재까지 제기된 대부분의 문제는 윤석열 정부의 제도화가 미흡한 국정운영체제와 리더십 스타일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사쇄신에 앞서 국정 운영체제 정비와 함께 윤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도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국정 운영체제 정비부터 생각해 보자. 우리는 강력한 대통령 중심의 정치체제를 가진 나라다. 따라서 두말할 것도 없이, 대통령의 리더십이 국정운영의 핵심이며, 이를 보좌하는 대통령실의 역할은 필연적으로 중요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모든 분야의 전문가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 대통령의 국정리더십은 대통령과 보좌하는 대통령실의 팀(team) 리더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 국정 운영체제 정비는 대통령실이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체제를 정비하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 실제로 현재 주요 국정 현안이 되어 있을 뿐 아니라,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에 가장 큰 부정적 요인이 된 만 5세 아동 취학문제는 대통령 국정운영 리더십 체제의 핵심에 있는 대통령실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나날이 심화되고 있는 제4차 산업화 시대에 필요한 차세대 인재양성을 위한 교육개혁은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두고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 할 국정과제 아닌가. 그럼에도 대통령실에 이 주요 국정과제를 전담하는 수석급 정책보좌관제 마저 없다.  따라서 이 해프닝은 자질에 문제 있는 교육부 장관 차원의 ‘인재’이기도 하지만, 대통령 리더십 체제의 문제로 봐야 한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문제도 대통령실의 제도정비 차원에서 정리되어야 한다고 본다. 엄연히 존재하는 대통령 부인의 최소한의 공적 활동은 불가피한 것 아닌가. 따라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공식 보좌기능의 제도화는 당연한 것이다.

대통령 국정 운영체제 정비와 리더십의 제도화와 함께 꼭 강조하고 싶은 것은 대통령 보좌진의 비서 기능과 함께 전문 분야별 정책 자문 기능 강화 필요성이다. 이를 위해 자문 위주의 특별 보좌관제의 적극 활용도 유용할 것으로 본다. 아울러 여당과 국회와의 긴밀한 정책 협력·설득 업무와 함께 대통령실의 정무 기능 강화를 위해, 정무장관의 활용도 필요하다고 본다. 정무장관이 대통령실의 수석회의와 기타 주요 정책 관련 회의 등에 배석하여 토론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 이를 통해 당과 국회, 대통령실 간의 원활한 소통과 긴밀한 협조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윤 대통령 특유의 국정 운영방식과 리더십 스타일을 생각해보자. 주요 정책에 대한 깊은 전문적 지식이 없는 일반 국민들은 정책 내용보다 정책 선택과정에 초점을 맞춰 국정 리더십을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경찰청 신설 문제가 좋은 사례이다. 전문가들의 충분한 토론과 폭넓은 의견 수렴과정 없이 무리하게 추진한 결과, 심지어 경찰 일부의 집단행동마저 걱정해야 하는 상황까지 초래되었다고 본 상당수 국민은 사안에 대한 찬·반 관계없이 대통령의 국정 리더십을 문제 삼게 된 것이다.

여소야대의 불리한 정치 여건 속에서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끊임없는 대국민 소통·설득 노력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얻어내는 일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리더십 스타일의 변화가 바람직스러운 것이다. 국정운영 리더십 체제의 허점에서 불거진 만 5세 아동 취학 이슈마저도 전문가들의 토론과 여론 수렴과정을 경시하는 듯한 윤석열 대통령의 리더십 스타일 문제로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일반 국민들은 대통령 국정 운영 리더십의 내용, 즉 각종 정책에 대한 강한 찬·반 반응과 함께 리더십 스타일에 대한 호·불호감을 감추지 않는다. 그리고 리더십 스타일은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에도 크게 작용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언론을 통해 꾸밈없이 국민에 다가가, 소통하는 리더십 스타일을 보여주기 위해 시작한, 출근길 도어스테핑(doorstepping) 형식의 기자들과의 만남을 다수 국민들은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과거 검사 시절 자주 찾은 단골 골목식당의 불시 출입도, 상당수 국민의 눈에 긍정적으로 비쳤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대통령의 이러한 리더십 스타일과 리더의 모습을 국민들이 항상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보장은 없다. 처음부터 예견된 일이긴 하지만 준비 없는 기자단과의 만남에선 이미 수차례 실수가 있었다.

많은 성공과 실패의 리더십 사례를 통해 리더십과 리더에 대한 보통사람들의 흥미로운 이중적 사고를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자기들의 리더도 자기들과 똑같은 ‘보통사람’이길 바라는 한편 자기들과는 다른, 특출한 능력과 카리스마를 가진 신비성을 지닌 사람이길 바란다. 찰스 드 골(Charles de Gaulle)은 신비성 없는 힘(권력)은 있을 수 없다고까지 한 바 있다. 또한 사람들은 권위주의적 리더와 리더십을 싫어하지만, 리더의 권위 자체가 허물어지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 현실에서 우리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오는 리더십 제도와 관련된 막스 베버(Max Weber)가 한 말을 빼놓을 수 없다. 베버는 심지어 카리스마적 리더도 리더십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리더십의 제도화를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오래전에 지적한 바 있다.

끝으로 대통령실의 인사 교체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리더십 제도화를 위한, 비서실장 이하 각 수석비서관과 보좌관들의 역할 분담과 그 수행방법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된 이후, 그 역할에 맞는 인사를 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이다. 경제를 주로 생각하고 임명한 보좌관으로부터 뛰어난 정무 기능 수행을 기대할 수 없는 것 아닌가.

현재 우리는 격화일로에 있는 미·중 패권경쟁에 따른 새로운 지정학적·지경학적 도전을 맞고 있다. 이와 동시에 우리는 눈부신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이 가져다주는 귀중한 기회도 맞고 있다. 이 어려운 도전을 잘 이겨내고, 귀중한 기회를 잘 활용한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도 대망의 일류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현명한 국정운영이다. 물론 점증하는 우리의 지정학적·지경학적 리스크 안전관리는 정부의 몫이다.

이에 더하여 제4차 산업화 시대의 무한한 기회를 민간 기업과 개인들이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는 일도 정부의 몫이다. 또한 시대가 필요로 하는 교육개혁과 함께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를 위한 노동 개혁도 정부가 시급히 추진해야 할 정책 과제이다. 게다가 현재 당장 겪고 있는 급속한 인플레이션과 함께, 소위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가능성에도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첫 100일간의 시행착오를 딛고 심기일전하여 우리 국민 모두가 박수 치는 국정 리더십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명예이사장

Innovation L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