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강찬호의 시선

‘공익신고자’ 김태우를 위한 변명

중앙일보

입력 2022.08.11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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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강찬호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강찬호 논설위원

강찬호 논설위원

지난 6월1일 치러진 지방선거의 스타 당선인 중 한 명이 김태우 강서구청장이다. ‘조국 저격수’를 내걸고 진보 텃밭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 더불어민주당 최연소 단체장 후보를 2.61%P 차이로 꺾고 당선됐다. 그의 승리엔 하위직 검찰 공무원으로 서슬 퍼런 문재인 청와대에 맞서 비위를 고발한 용기를 유권자들이 높이 사준 측면이 컸을 것이다. 그런 그가 취임 두 달여 만에 구청장직을 잃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했다. 문재인 청와대의 고소에 의해 기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끝에 지난해 1월 1심에서 징역1년 집행유예 2년을 받고 항소한 그에 대해 검찰이 징역 2년 6월을 구형했다. 내일(12일) 수원지법이 2심 선고를 내린다. 공무원은 금고형 이상의 형을 받으면 공직을 박탈당한다.

김 구청장은 문재인 청와대 특감반원 시절 청와대 비위 의혹 35건을 내부 고발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 감찰 무마, 울산시장 불법 선거 개입 등 메가톤급 의혹들이었다. 그러자 문재인 청와대는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개울물을 흐린다”며 김 구청장에게 인신공격을 퍼붓고 쫓아냈다. 조국 당시 민정수석은 국회에서 “김씨가 희대의 농간을 부리는 것”이라고 했다.

문 정부 비위 폭로 ‘조국 저격수’
비위 드러났지만 ‘기밀누설’ 기소
처벌되면 누가 내부 고발하겠나

3년 반이 지난 지금 누가 옳았는지는 결과가 말해준다. 당장 김 구청장이 폭로한 환경부 ‘블랙리스트’는 실체가 인정돼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문재인 청와대의 신미숙 전 균형인사비서관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박근혜 정부 시절 임명된 산하기관 임원 13명을 집요하게 압박해 쫓아낸 뒤 친문 인사들을 꽂은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죄질이 오죽 나빴으면 법원이 “공공기관 운영법이 제정된 2007년 이후 이처럼 계획적이고 대대적인 관행은 찾아볼 수 없다”고 판결문에 적시했을 정도다. 이뿐 아니다. 검찰은 산업부에서도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발전사 4곳 사장에게 사표를 강요한 의혹(산업부 블랙리스트)을 수사 중이며, 총리실·기재부·법무부·교육부·보훈처 산하기관과 과학계에서도 비슷한 일이 자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리스트는 문재인 정부 전 부처에서 자행됐다”는 김 구청장의 양심선언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김 구청장이 폭로한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도 지난 3월 대법원에서 유 전 부시장의 유죄(뇌물 수수)가 최종 확정됐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역시 검찰의 기소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김 구청장의 내부고발이 아니었다면 이 비위들은 청와대 기록물 속에서 영구 은폐됐을 공산이 크다. 결국 ‘농간 부리는 미꾸라지’였다는 김 구청장은 용기있는 진실 고발자였고 ‘희대의 농간’은 문재인 청와대가 부린 셈임이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의 검찰은 35개 폭로 중 5개를 ‘기밀 누설’이라며 김 구청장을 기소했다. 그러나 이 중 1건(KT&G 동향 유출)은 1심 재판부도 김 구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나머지 4건도 제대로 수사하면 범죄일 가능성이 상당해 공익제보로 보기 충분하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2011년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넘었다. 내부 고발자 보호가 진실 보호의 핵심이란 취지로 만들어진 법이다. 김 구청장은 이 법에 근거해 공익신고자로 보호됐어야 마땅하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적인 부정부패를 공개해 공직사회 투명화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를 처벌한다면 공직 부패 사건의 99%가 내부 신고 없이는 드러나기 힘든 현실에서 잠재적 내부 고발마저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 김 구청장이 처벌되면 더불어민주당에도 좋을 게 없다. 현 정부 내에서 불법행위가 자행돼도 내부고발자가 나오기 힘든 환경이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의 국민권익위원회조차 김 구청장을 공익신고자로 인정한 걸 유념해야 한다. 권익위는 “김 씨의 폭로는 권익위가 ‘공익신고’로 규정한 범위에 해당해 공익신고자가 맞다”고 했다. 당시 권익위원장은 참여연대 공동대표와 김대중 대통령 직속 의문사 진상규명위원을 지낸 박은정 전 서울대 교수였다. 박 위원장(당시)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김씨 주장에 허위 가능성이 있더라도 현재로써는 공익신고자가 맞다”라고까지 했다. 이렇게 권익위가 김 구청장을 공익신고자로 인정한 사실은 김 구청장의 사법 처리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르면 공익신고와 관련해 공익신고자의 범죄 행위가 발견될 경우엔 그 형의 감경과 면제를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의 현명한 판결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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