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거대 노조 갑질에 칼 빼 든 공정위 역할에 주목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공정거래까지 무너뜨리는 탈법적 행태

엄정한 법 적용해 민노총 폭주 막아야 

국민의 인내심을 넘어선 거대 노조의 갑질에 제동을 거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새로운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공정위는 민주노총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의 갑질 행위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크고 작은 사업장에서 민주노총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취업을 방해하는 사례가 빈발해서다. 이 같은 횡포는 노동단체가 사업자단체로서 갑질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공정거래법 위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노조 활동은 헌법상 보장된 권리여서 쟁의행위가 극심해져도 노동법 이외에는 달리 규제할 근거가 없었다. 더구나 국내 노동법은 노조에 유리하게 돼 있어 노조 활동이 갈수록 공격성을 띠어도 제지할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금속노조 하청지회가 대우조선해양에서 장기간 사업장을 점거하고, 화물연대가 하이트맥주 공장의 통행로를 점거해 맥주 출하를 막아도 쟁의행위라는 이유로 정부 대응은 소극적이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민주노총의 공정거래 위반 행위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민주노총의 공정거래 위반 행위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법치가 땅에 떨어져도 고용노동부의 역할은 보이지 않았다. 경찰 역시 문재인 정부의 노조 편향 기조에 따라 민주노총의 폭력적 행위에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 결과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 본사를 한 달 넘게 불법 점거했고, 현대제철노조 5개 지회는 충남 당진제철소 사장실을 100일 넘게 점거하고 있다.

이 와중에 공정위가 칼을 빼 든 것은 의미가 크다. 최근 민주노총의 불법적 행태가 공정거래의 근간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건설 현장에서 민주노총 소속이 아닌 사업자를 몰아내거나 ▶공사 현장에 민주노총 소속 사업자의 채용을 강요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노조 지시를 거부하는 조합원을 제명하거나, 건설사에 압력을 행사해 기존 계약을 해지하게 하는 식으로 비노조원에게 불이익을 줬다고 한다.

증거자료는 상당히 확보됐다. 2019년 12월 부산 북항 오페라하우스의 경우 당시 노조 측은 건설 현장에서 작업하고 있던 민주노총 소속 지게차 기사에게 현장에서 빠지라고 지시했다. 건설사와 단체교섭을 앞두고 건설사에 압력을 넣기 위해서다. 공정위는 노조가 현장을 멈춰 세운 뒤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는 등의 조건을 밀어붙이기 위해 소속 지게차 기사에게 이 같은 지시를 했다고 본다. 해당 현장에서 일하고 있던 지게차 기사는 노조의 요구를 거부했다. 공정위는 강요 행위로 노조에 가입되지 않은 사업자들에게 불이익을 줬다면 공정거래 위반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공정위는 법에 따라 단체의 회원 중 사업자가 2명 이상이면 사업자단체에 해당한다고 본다. 민주노총은 지게차 기사들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지위를 갖기 때문에 노조법상 근로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공정위는 엄정하게 법을 적용해 민주노총의 비상식적 폭주를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