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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총수 친족범위 줄인다…사실혼 배우자는 포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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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공정거래위원회가 1986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동일인(총수) 친족 범위를 줄이는 등 대기업 부담을 완화하기로 했다. 총수의 친족 범위에 포함되면 특수관계인에 해당해 주식 소유 현황 등 지정자료를 매년 공정위에 제출해야 하는데, 그 대상이 줄어든 것이다. 반면에 총수의 사실혼 배우자까지 친족 범위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시행령을 고친다. 36년 만이다.

공정위는 10일 총수 친족 범위 조정 등 대기업집단 제도로 인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11일부터 다음 달 20일까지 의견을 수렴한다. 공정위는 올해 안에 시행령 개정을 모두 마친 뒤 내년도 기업집단 자료 제출과 지정부터 이를 반영할 계획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먼저 총수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는 친족 범위를 현행 혈족 6촌·인척 4촌 이내에서 혈족 4촌·인척 3촌 이내로 축소한다. 인척은 혼인관계에 의해 성립된 관계로, 처삼촌·처조카까지가 인척 3촌에 포함된다. 친족 특수관계인은 주식 소유 현황과 보유한 회사 관련 자료를 매년 공정위에 제출해야 한다.

대기업집단 제도의 근간이 되는 특수관계인 규정이 만들어진 건 86년이다. 당시 혈족 8촌·인척 4촌 이내에서 2009년 혈족 범위만 6촌 이내로 일부 조정한 바 있지만, 전면적으로 친족 범위를 축소하는 건 36년 만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5월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총수가 있는 60개 기업집단에서 친족 수는 8938명에서 4515명으로 줄어든다.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함께 살면서 사실상 배우자인 사실혼 관계도 총수 특수관계인에 포함하기로 했다. 다만 법률상 친생자 관계가 성립된 자녀가 존재하는 경우로 한정한다. 개정안이 내년에 시행될 경우 실질적으로 영향을 받는 기업집단은 1곳뿐이다.

황원철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SM그룹은 지금 사실혼 배우자(김모씨)가 그룹 주요 계열사에 대한 지분을 상당히 많이 가지고 있는 상태”라며 “특수관계인에 포함될 정도는 아니어서 현재는 동일인 관련자가 아니다. 시행령이 개정되면 실무적 검토를 거쳐 판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K의 경우 최태원 회장의 사실혼 배우자 김모씨가 친족에 포함될 예정이지만, 김씨가 대표로 있는 공익재단이 이미 SK 관련 회사에 포함돼 있어 이미 특수관계인 지정이 이뤄진 상황이라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김씨는 시행령 개정과 관계없이 현재도 동일인 관련자 범위에 포함돼 있다”며 “롯데의 경우 신격호 명예회장이 사망했고 지금 총수가 신동빈 회장이기 때문에 신격호 회장의 사실혼 배우자인 서모씨는 신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외이사가 개별적으로 지배하는 회사는 기업집단의 계열회사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이전까진 사외이사를 등기임원과 똑같이 취급하면서 사외이사가 따로 보유한 회사까지 계열회사로 신고하도록 했다. 사외이사는 독립성이 보장돼야 하는 만큼 ‘낡은 규제’라는 비판이 일자 공정위가 시행령 개정에 나섰다. 사외이사제가 도입된 건 98년이고, 기업집단 규제는 86년부터 적용됐다.

한편 공정위가 당초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발표하려고 했던 외국인 총수 지정 기준 마련은 안건에서 제외됐다. 한국계 미국인인 쿠팡 김범석 의장이 한국에서 총수로 지정되는 것에 대해 미국이 통상마찰 우려를 제기하면서다. 윤수현 공정위 부위원장은 “지금 단계에서 김범석씨를 동일인 지정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시행령 개정에 소요되는 기간 등을 고려하면 내년에 지정하는 게 쉽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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