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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삭제됐다, 시간 내 미션 수행 못하면 몸속 폭탄 터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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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넷플릭스 영화 ‘카터’ 스틸컷.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영화 ‘카터’ 스틸컷. [사진 넷플릭스]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모든 기억은 지워져 있고 머릿속에서 “살려면 내 지시에 따르라”는 의문의 목소리가 들린다면? 5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카터’는 이런 설정에서 출발한다. 낯선 모텔에서 깨어난 카터(주원)는 상황을 파악할 새도 없이 자신을 쫓는 CIA(미 중앙정보국)와 북한군을 피해 질주를 시작한다.

알고 보니 그의 머릿속에는 의문의 장치가, 입속에는 살상용 폭탄이 설치돼있다. 살기 위해선 정해진 시간 내에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 귓속 목소리가 내리는 지령은 미국과 북한을 덮친 바이러스의 항체를 지닌 인간 치료제 하나(김보민)를 북한으로 데려오라는 것이다.

꽤 흥미로운 설정의 ‘카터’는 이런 상황 설명 외의 러닝타임을 전부 액션으로 채웠다. 원테이크로 촬영된 액션신은 목욕탕·봉고차·트럭·비행기·기차 등을 배경으로 끝없이 휘몰아치고, 관객은 마치 롤플레잉게임(RPG) 플레이어가 된 듯 카터의 시점에서 액션을 체험하게 된다. 이런 장점 덕에 공개 3일 만인 7일 넷플릭스 주간 글로벌 시청순위에서 1위(비영어권 영화 부문)를 차지하며 큰 관심을 끌었다. 반면 설득력이 부족한 서사 등에 대한 혹평도 거세다.

정병길 감독

정병길 감독

‘악녀’(2017) 등 도전적인 액션 영화로 호평 받아온 정병길 감독이 ‘카터’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 건 무엇일까. 정 감독은 10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처음 시나리오를 구상할 때 서울에서 출발해 북한을 찍고 중국까지 원테이크, 리얼 타임으로 달리는 액션이면 어떤 쾌감이 있지 않을까 했다”고 말했다.

가장 돋보이는 액션 장면으로는 목욕탕에서 나체로 펼쳐지는 오프닝 시퀀스가 꼽힌다. 정 감독은 수위 높은 장면을 초반에 배치한 이유에 대해 “(OTT 작품이다 보니) 영화를 휴대전화나 노트북 등 작은 화면으로 보는 분들에게 비주얼이 잘 느껴질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며 “초반에 비주얼적으로 강한 인상을 주면 영화에 빨려들지 않을까 했다”고 말했다.

CG(컴퓨터그래픽)를 최소화하기 위해 실사로 담아낸 스카이다이빙 장면도 공들인 부분이다. 정 감독은 “비행기를 타고 올라가서 떨어지는 시간 등을 합하면 하루에 찍을 수 있는 분량은 5분 정도 밖에 안 됐다. 그 가운데서 오케이 컷이 나올 수 있을지 걱정됐다”며 “스카이다이버들이 할 수 있다고, 믿어달라고 간절한 눈으로 얘기해 믿고 촬영했다”고 회상했다.

동양적 미가 돋보이는 미장센과 꽹과리·태평소 등 국악이 주가 되는 음악도 ‘카터’를 독특한 액션물로 만드는 요소다. 이는 고등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정 감독의 이력에서 비롯됐다.

부실한 서사 등 비판이 나오는 것에 대해선 정 감독 스스로도 “어제 영화를 다시 봤는데 아쉬움이 남는 지점이 확실히 있다”고 했다. 어색하다는 비판이 많은 CG 등 후반 작업을 두고도 “시간적으로 촉박해서 마음껏 하지 못한 부분들이 아쉽고 속상하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정 감독은 “감독들이 자기 작품을 자식에 많이 비유하는데, ‘카터’는 저를 키워준 부모 같다”고 돌이켰다.

정 감독은 속편에 대한 가능성도 열어뒀다. 그는 “‘카터’가 원테이크였다면, 2편은 컷이 있는 스릴러 영화일 수도 있다. 여러 경우의 수를 열어 놓고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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