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 충청권 권리당원 투표가 시작된 10일, 당권 주자인 이재명·박용진·강훈식 후보(기호순)는 하루 두 차례 TV토론을 갖고 날 선 공방을 벌였다. 특히 박 후보는 ‘당헌 80조 개정 논란’에 이어 ‘사법 리스크’까지 도마 위에 올리며 이 후보와 설전을 주고받았다. 민주당의 충청권(대전·세종·충남·충북) 권리당원은 모두 13만900명(11.1%)으로 지난 6~7일 투표가 진행된 강원·대구·경북·제주·인천 권리당원(11만5307명·9.8%)보다 숫자가 많다.
이날 낮 TJB 대전방송에서 사전 녹화방식으로 진행된 4차 TV토론에서 박 후보는 경찰이 수사 중인 백현동 사업을 거론하며 “백현동 사업에서 임대주택 비율을 10%로 확 줄인 이유가 무엇이냐”고 이 후보를 압박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임대주택 용지는 결국 LH가 매입해서 공공주택으로 개발했다. 성남시는 원래 임대주택을 만들 계획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자유주제 주도권 토론에선 부정부패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할 수 있도록 한 ‘당헌 80조’ 개정을 두고 설전이 벌어졌다. 박 후보가 “이 조항은 부정부패에 대한 민주당의 단호한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고, 개인의 사법리스크가 당 전체 사법리스크로 번져나가지 않도록 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우리 세 후보가 이 (당헌 개정) 논의를 반대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발언하면서다.
이 후보는 “박 후보가 저와 관련 있는 것처럼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다”며 “그런데 제가 돈 받은 일이 있느냐, (당헌 80조에) 아무 해당이 없지 않나”라고 반박했다. 이 후보는 이어 박 후보를 향해 “(제가) 무고하다는 자료를 공유하라고 말씀하셨는데, 제가 문제 있다는 자료는 박 후보가 내는 게 정상 아닌가”라며 “마녀가 아닌 증거는 없다. 마녀인 증거는 본인이 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박 후보는 “근거자료를 내주시면 얼마든지 우리가 같이 싸울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두 사람의 논란은 이날 저녁 충북 MBC에서 열린 5차 TV토론으로 이어졌다. 박 후보는 이 후보에게 거듭 “세 후보가 (당헌 80조) 개정 반대 의견을 함께 내자”고 요구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제가 (당헌 개정을) 원한 바도 없고, 요청한 일도 없다”며 “기소와 동시에 (당직을) 정지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검찰 공화국의 야당 침탈 루트가 될 수 있다. 비대위와 전준위가 적절히 결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당내 민주주의’ 문제를 꺼내며 권리당원 지지세가 약한 박 후보를 역으로 압박했다. 이 후보는 자신의 주도권 토론에서 박 후보를 지목해 “당원 의사와 당의 의사가 괴리되는 경우가 참 많다. 양 의견이 충돌할 때 어떤 의견이 우선되어야 하느냐”고 물었다. 박 후보가 “중요한 건 당의 지도부가 당원들과 소통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지, (둘을) 대립적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답하자, 이 후보는 “만족할만한 답을 못 얻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충남도당 위원장을 지낸 강훈식 후보는 이날 두 차례 충청권 TV토론에서 ‘당헌 80조’나 ‘사법리스크’ 논란에 가담하지 않은 채, 정책 질의에 집중했다. 강 후보는 4차 TV토론에선 “비정규직으로 일해 출발은 미미하더라도 본인 능력을 인정받는 그런 사회가 되어야 한다”며 연공급의 직무급 전환을 주장했다. 강 후보는 5차 토론에서도 “민주당의 정체성인 서민과 중산층이 누구인지 모호해졌다”며 “지금은 플랫폼 노동자와 특수고용직처럼 다양한 직업군이 생겼기 때문에, 진보의 재구성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후보는 이날 TV토론 막판 이 후보를 향해 “지방선거 때 계양 출마가 상처가 된 분들은 실제 존재한다. 그래서 그분들에 대해 위로하는 것은 우리 당의 동지로서 필요한 일”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강 후보는 이어 “그런 말씀을 드린 건 이 논쟁은 이제 그만해도 되겠다는 생각도 들기 때문”이라며 “과거에 대한 반성도 있어야 하지만, 미래를 어떻게 그릴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이 후보는 “당은 기본적으로 다양성을 본질로 하고, 똑같은 현상에 대한 해석이나 이해가 다를 수 있다”며 “강 후보가 그런 질문을 했다고 해서 섭섭하지 않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