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문화재청 ‘세계 최대 고인돌 훼손’ 법적조치 앞서 현장조사 나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남 김해시가 문화재청과 사전 협의 없이 세계 최대 규모의 ‘구산동 지석묘(고인돌·경남도기념물 제280호)’ 복원·정비공사를 진행하다 묘역 원형을 훼손한 가운데 문화재청이 현장조사를 벌인다. 문화재청은 이번 조사에서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법적조치에 나설 방침이다.

11일부터 2~3일간 현장조사 예정 

지난 5일 문화재청 협의 없이 분리해놓은 ‘구산동 지석묘’ 박석(바닥돌) 모습. 사진 김해시

지난 5일 문화재청 협의 없이 분리해놓은 ‘구산동 지석묘’ 박석(바닥돌) 모습. 사진 김해시

10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오는 11일 경남 김해시에 있는 ‘구산동 지석묘’에 대한 현장조사가 이뤄진다. 구산동 지석묘역에서 발생한 구체적인 훼손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조사는 문화재청 소속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가 맡는다. 기간은 2~3일 정도가 걸릴 전망이다.

앞서 지난 7일 문화재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구산동 지석묘의) 훼손 범위를 파악할 수 있는 발굴조사를 시행하고, 위법사항에 대한 법적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비공사 과정에서 김해시가 매장문화재법을 위반하여 무단으로 (매장문화재의) 현상을 변경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이유에서다.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매장문화재법)에 따르면 이미 확인된 매장 문화재 유존지역의 현상을 허가 없이 무단 변경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문화재청 발굴제도과 관계자는 8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구산동 지석묘 훼손은) 매장문화재법 위반 사안이어서 조사 이후 경찰에 수사의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언론보도가 많았던 것처럼 국민 관심사도 커 최대한 빨리 진행하려고 한다”고 했다.

김해시 감사관실도 사실관계 파악 나서

상석 무게 350t으로 세계 최대 규모 지석묘(고인돌)로 추정된 경남 김해시 구산동 지석묘 정비사업 전경. 사진 김해시

상석 무게 350t으로 세계 최대 규모 지석묘(고인돌)로 추정된 경남 김해시 구산동 지석묘 정비사업 전경. 사진 김해시

김해시도 지난 9일부터 시 감사관실을 통해 ‘구산동 지석묘 훼손’ 관련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시 감사관실 관계자는 “정식 조사는 아니다”면서도 “정부 기관의 법적조치가 이뤄지면 시에도 관련 통보가 올 것이기에, 사실관계 등 현황 파악을 미리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장문화재 같은 경우 문화재청과 사전 협의하게끔 돼 있는데, (담당 부서가) 그것을 안 지킨 것은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앞서 김해시는 지석묘의 상석(덮개돌) 아래 묘역을 표시하는 박석(바닥돌)을 하나하나 들어내 세척·표면 강화처리를 한 뒤 다시 그 자리에 박아넣는 정비공사를 진행했다. 문화재청은 이 과정에서 박석 아래 문화층(文化層·유물이 있을 수 있어 과거 문화를 아는 데 도움 되는 지층)을 건드려, 일부 손상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김해시의 이러한 정비공사가 자체가 문화재 훼손 행위라고 보고 있다. 기본적으로 구산동 지석묘와 같은 매장문화재 유존지역은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특히 김해시는 매장문화재 유존지역의 현상을 변경하려면 문화재청과 사전협의를 통해 문화재 보존대책을 수립하고 이행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김해시는 “세세하게 챙기지 못한 점을 인정한다”면서도 구산동 지석묘가 경남도기념물이어서 경남도의 현상변경 허가만 받고 정비공사에 착수했다고 해명했다.

그렇지만 김해시는 지난해 8~9월 구산동 지석묘의 매장주체부에 대한 정밀발굴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복원·정비 계획을 변경·수립하는 과정에서 경남도 문화재위원들에게 “모든 모든 정비(안)은 국가사적 지정과 병행하여 사전 문화재청 문화재위원과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자문까지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 사적’ 지정 신청도 철회

2006년 경남 김해시 구산동 택지개발 당시 발견된 지석묘 모습. 사진 김해시

2006년 경남 김해시 구산동 택지개발 당시 발견된 지석묘 모습. 사진 김해시

파문이 커지자 김해시는 지난 8일 ‘국사 사적 지정 신청’을 철회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문화재청에 보냈다. 구산동 지석묘의 국가 사적 승격을 추진 중인 김해시는 앞서 지난 1월 구산동 지석묘를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으로 지정해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구산동 지석묘 2006년 김해시 구산동 택지지구개발사업 당시 발굴된 유적이다. 학계에서는 고인돌 상석 무게가 350t, 고인돌을 중심으로 한 묘역시설이 약 1600㎡ 이르러,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고인돌로 보고 있다.

하지만 당시 김해시는 세계 최대로 추정될 정도로 지석묘 규모가 커서 당시 발굴 기술과 예산 확보 어려움 탓에 도로 흙을 채워 보존해왔다. 그러다 2019년 종합정비계획 수립, 2020년 2월 최초 정비사업 실시설계 용역에 착수하면서 복원·정비사업을 시작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