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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물난리 반복에…市 “대심도 빗물터널 6곳 재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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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에 들어선 국내 유일의 대심도 빗물터널. [중앙포토]

서울 양천구에 들어선 국내 유일의 대심도 빗물터널. [중앙포토]

서울시가 강남역을 비롯한 6곳의 상습 침수 지역에 10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입해 대심도(大深度) 빗물저류배수시설을 건설한다. 현재의 수방 시스템으론 수해재난을 막기에 역부족이란 판단에서다. 대심도 배수터널은 콘크리트로 덮인 도시의 ‘물그릇’ 역할을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0일 오후 입장문을 통해 “대심도 터널을 건립한 양천지역은 침수 피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대심도 터널이 없는 강남지역은 대규모 침수 피해로 이어지는 등 대심도 터널의 유효성이 명확히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빗물 나르는 '고속도로' 

이날 긴급히 발표된 입장문엔 서울시의 중장기 수해방지 대책의 큰 방향이 담겼다. 대심도 배수터널 건설이 핵심이다. 해당 터널은 지하 40∼50m에 지름 3.5~7.5m 크기의 관을 묻어 집중호우·홍수 때 일시적으로 빗물을 저장했다가 호우가 지나면 빗물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주변 강 등으로 흘려보낸다. ‘빗물을 나르는 고속도로’로 불린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시민공원이 집중호우로 물에 잠겨있다. 문희철 기자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시민공원이 집중호우로 물에 잠겨있다. 문희철 기자

2027~2030년까지 단계별 추진 

배수터널은 2030년까지 단계별로 추진될 계획이다. 우선 1단계로 2027년까지 이번에 침수 피해가 집중됐던 강남역 일대와 도림천, 광화문 3곳에 짓는다. 도림천의 경우 시내 지천 중 수해에 가장 취약한 곳으로 꼽힌다. 광화문은 ‘C’자형 관로다. 관속 안 빗물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보니 2011년 침수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동작구 사당동 일대와 강동구, 용산구 일대는 2단계 사업에 해당한다. 서울시는 도시개발 진행과정에 맞춰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벌여나갈 계획이다. 올해 안에 사업예정지 6곳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예산은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잠정 추계했다. 서울시는 우선 재난기금 등을 활용해 당장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방침이다. 설계비는 내년도 본예산에 담겠다는 게 서울시 입장이다. 하지만 예산은 사업 추진과정에서 얼마든지 더 늘어날 수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서울 구로구에서 전날 내린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서울 구로구에서 전날 내린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 시장, "필요한 지방채 발행" 

오 시장은 이와 관련, “필요하면 지방채를 발행해서라도 추진할 계획”이라며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하천 홍수 및 도심 침수 대책) 회의에서 국비 지원을 요청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또 시간당 95㎜까지 빗물 처리 능력을 갖추겠다는 현행 목표 강우량을 100㎜로 상향 조정하고, 빗물이 고이는 지형인 강남지역의 경우 이를 11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밖에 서울시 지천·지류 범람위기 시 통보시스템을 갖추는 등 장기적으로 총 17조원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다.

서울시가 지난 2011년 계획했던 대심도 배수터널. 그래프에 표시한 사업비는 2011년 당시 예상 사업비. 그래픽 김영옥 기자

서울시가 지난 2011년 계획했던 대심도 배수터널. 그래프에 표시한 사업비는 2011년 당시 예상 사업비. 그래픽 김영옥 기자

11년 전 추진됐다 무산된 대심도 터널 

대심도 배수터널은 11년 전 한 차례 추진된 바 있다. 2011년 7월 당시 호우피해가 심각하자 오 시장이 강남과 광화문 등 7곳에 대심도 터널을 건설하겠단 계획을 발표했었다. 하지만 과도한 토목공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환경단체도 적극 반대했다. 막대한 공사비도 문제였다. 결국 후임인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계획을 대폭 수정했고, 현재 신월 배수터널 1곳만 들어선 것이다. 신월 배수터널엔 1390억원이 투입됐다. 공사기간은 7년이다.

문영일 서울시립대 도시홍수연구소장은 “2011년 계획대로 만약 서울시가 7개의 대심도 빗물 터널 건설을 추진했다면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는 크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권에 따라 방재 정책이 바뀌거나 예산이 고무줄처럼 줄어드는 사태를 방지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해 복구·대응도 중요하지만, 수해 예방에 돈을 아끼지 말라는 주문도 나왔다. 상습적으로 침수되는 지역에서 미리 배수 시설을 확충하고 하천을 미리 정비해둬야 향후 집중호우가 발생해도 피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침수 피해가 발생하면 복구하는데 거대한 비용이 투입돼야 하고 전염병 확산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수해 예방에 예산을 집행하는 것은 크게 보면 오히려 수해 복구비용을 아끼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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