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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대금 받으라" 회사 지시에 나선뒤…체포된 10대 직원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보이스피싱범이 알바 지망생 A씨를 속이는 카톡 내용 일부 재구성.

보이스피싱범이 알바 지망생 A씨를 속이는 카톡 내용 일부 재구성.

10대인 A양(부산 거주)은 지난해 11월 보이스피싱 가담(사기 방조)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A양은 영문을 몰랐다. 인터넷에 올라온 구인광고를 보고 입사지원서를 냈다. 합격통지서는 텔레그램으로 받았다. 회사에선 "코로나19로 재택근무 중이니 지시가 있으면 현장으로 가서 업무를 보면 된다"고 했다. 그러다 경남 창원의 한 제조업체에 "거래대금을 받아오라"는 지시를 받고 길을 나섰다 경찰에 붙잡혔다. A양이 입사했다는 회사의 주소지는 허허벌판이었다. 텔레그램 계정도 없어졌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수금책으로 A양이 활동한 사실을 그제야 알았다.

대전에 거주 중인 B(29)씨는 최근 한 회사의 인터넷 구인광고를 보고 응시해 인턴으로 합격했다. 회사가 "비대면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한다"며 오픈 채팅에 초대했다. 그러면서 월급 지급을 위한 은행 계좌와 비밀번호를 요구했다. B씨는 이상한 낌새에 회사에 직접 연락을 취하고서야 보이스피싱임을 알았다.

인터넷 구직사이트를 통한 금융사기 범죄에 피해를 보는 취업준비생이 많아지고 있다. 대부분 인터넷을 통한 구인광고로 취준생을 모집한 뒤 돈을 갈취하거나 수금책으로 활용하는 방식에 당한다.

구인 광고로 위장한 이런 사기가 가능한 것은 현행 직업안정법 시행령에 허점이 있어서다. 시행령에는 구인 업체의 정보 확인 의무 규정이 없다. 허위로 구인 광고를 내더라도 차단할 방법이 없다.

고용노동부는 이에 따라 구인 광고를 할 때 직업정보제공사업자(인력 알선 업체)가 사업자등록증명원 등 증빙서류를 제출받아 구인 광고를 게재하기 전에 사전에 확인토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기업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구인 광고를 못 내도록 한다는 것이다.

구인·구직 알선 업체도 자체 시스템을 정비해 채용을 미끼로 한 보이스피싱 차단에 나섰다.

사람인에이치알은 기업회원의 경우 사업자등록증명원과 공동인증서가 있어야 신규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불량기업 퇴출을 위한 즉시 퇴출제(One Strike Out)를 시행 중이다. 별도 인력을 채용해 기업회원 전수 검사 및 모니터링도 하고 있다.

잡코리아는 신규 가입 시 사업자등록증명원을 필수서류로 제출하게 하는 등 기업 인증을 강화했다. 전체 구인 공고를 대상으로 자동·수동 필터링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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