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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수퍼맨'도 있다…무릎 높이 찬 물 10분만에 사라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폭우로 침수된 경기도 의정부의 한 도로에 중년 남성이 나타나 배수로를 뚫으면서 금세 물이 빠져나갔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9일 경기도 의정부의 한 도로가 침수되자 한 중년 남성(노란 원)이 직접 배수로의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그 뒤에는 다른 여성이 종량제 봉투를 들고 서 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9일 경기도 의정부의 한 도로가 침수되자 한 중년 남성(노란 원)이 직접 배수로의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그 뒤에는 다른 여성이 종량제 봉투를 들고 서 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10일 오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동네 배수로 뚫어주신 아저씨’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9일) 1시간 정도 운동하고 집에 가려고 했는데 밖을 보니 갑자기 물바다가 됐다”며 “1시간도 안 되는 새 물에 잠겨서 근처 상가까지 물이 넘치고 난리가 났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9일 경기도 의정부 용현동의 한 도로가 물에 잠겨 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9일 경기도 의정부 용현동의 한 도로가 물에 잠겨 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A씨가 올린 사진을 보면 의정부 용현동의 한 도로 일부가 어른 무릎 높이까지 잠겼다. 차들은 바퀴가 반쯤 물에 잠긴 채 조십스럽게 운행하고 있었다. 시민들은 흙탕물을 헤치며 걷거나 잠시 높은 지대에 멈춰 서 있었다.

A씨는 “물에 잠긴 도로(길이)가 500m는 넘는데, 배수로가 막히니 30분 정도 만에 사람들 무릎까지 (물이) 차오른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이때 갑자기 중년 남성이 나타났다. A씨는 “어디선가 아저씨가 나와서 쭈그리고 앉아 배수로에서 쓰레기를 마구마구 뽑았다”며 “그랬더니 어느 아주머니가 쓰레기를 버릴 수 있게 종량제봉투를 가져와서 옆에서 도왔다”고 했다.

9일 경기도 의정부의 한 도로가 침수되자 한 중년 남성(빨간 원)이 직접 배수로의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그 뒤에는 다른 여성이 종량제 봉투를 들고 서 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9일 경기도 의정부의 한 도로가 침수되자 한 중년 남성(빨간 원)이 직접 배수로의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그 뒤에는 다른 여성이 종량제 봉투를 들고 서 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그러면서 “아저씨가 배수로를 뚫으니까 10분도 안 돼서 그 많던 물이 다 빠졌다”며 “배수로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이 남성은 물이 빠진 이후에도 자리를 바로 뜨지 않았다고 한다. A씨는 “아저씨는 끝까지 남아서 물이 다 빠질 때까지 있었다”며 “물이 막히면 다시 뚫는 걸 반복하다가 떠났다”고 말했다.

이어 “막혔던 배수로를 보니 담배꽁초와 관련한 말이 많던데 주로 낙엽과 비닐 종류의 쓰레기가 많았다”며 “하마터면 물이 계속 고여 더 깊게 잠겨서 많은 피해를 볼 수 있었는데 아저씨 덕분에 주변 상인들과 주택의 차량 주인들이 안심할 수 있었다”고 했다.

9일 경기도 의정부 용현동의 한 도로가 침수됐다가 배수로가 뚫리면서 물이 빠진 모습.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9일 경기도 의정부 용현동의 한 도로가 침수됐다가 배수로가 뚫리면서 물이 빠진 모습.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A씨는 “최근 강남 영웅 아저씨를 보고 감동했는데, 우리 동네에도 멋진 아저씨가 있다”며 “참 고마운 분”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하나 같이 영웅들은 활약 후 말도 없이 떠난다. 정말 멋있다” “슈퍼히어로다” “종량제 봉투 가져온 아주머니도 멋지다” “배수로에 쓰레기 버리지 말아야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8일 서울 남부에 시간당 100mm ‘물폭탄’이 쏟아진 가운데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한 남성이 맨손으로 막힌 배수로를 뚫고 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8일 서울 남부에 시간당 100mm ‘물폭탄’이 쏟아진 가운데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한 남성이 맨손으로 막힌 배수로를 뚫고 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9일 새벽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실시간 강남역 슈퍼맨 등장’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8일 시간당 100mm 폭우로 서울 강남역 인근 도로가 침수되자 한 남성이 맨손으로 빗물받이를 들어올려 물이 잘 빠지도록 주변을 청소하는 모습이었다.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찐 의인이다” “상 드려야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그의 굵은 팔뚝에 “혹시 마동석 아닌가”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도로에 설치된 빗물받이는 빗물을 하수관으로 보내 침수를 막는 역할을 한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이 시간당 100㎜의 집중호우 상황을 가정해 벌인 실험에서 빗물받이에 쓰레기가 차 있으면 역류 현상이 나타나 침수가 3배 가까이 빠르게 진행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 덮개로 빗물받이를 3분의 2 정도 가릴 경우 침수 면적은 최대 3배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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