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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MB, 사면 제외 소식에 "尹도 여러 생각이 있겠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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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첫 광복절 특별사면대상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빠질 가능성이 높다. 9일 열린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에선 정치인 일괄 사면 배제 방침을 정했다. 윤 대통령의 최종 결단만 남아있는 상태다. 사진은 2018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던 이 전 대통령의 모습.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의 첫 광복절 특별사면대상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빠질 가능성이 높다. 9일 열린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에선 정치인 일괄 사면 배제 방침을 정했다. 윤 대통령의 최종 결단만 남아있는 상태다. 사진은 2018년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던 이 전 대통령의 모습. 뉴스1

“윤석열 대통령도 여러 생각이 있을 것이다.”

최근 자신이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에서 일단 제외됐다는 소식을 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MB)이 주변 참모에게 밝힌 말이다. MB계의 좌장으로 불리는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1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사면 소식을 들은 MB가 오히려 나를 걱정하듯 ‘윤 대통령도 여러 생각이 있을 것’이라 말하며 다독여줬다”며 “겉으론 담담한 모습을 보였지만 사실 상당히 허탈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 상임고문은 “사면은 지지율의 문제를 넘어선 대통령의 결단이 중요하다”며 “MB를 사면하지 않는 것은 인질로 잡아두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 대통령의 재판 과정을 함께했던 한 MB계 인사도 “충격이 상당하실 것”이라며 “아직 윤 대통령의 결정이 남은 만큼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9일 열린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에서 MB와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정치인 사면을 일괄 배제하겠단 방침이 정해졌다는 보도 뒤 MB계 인사들은 충격에 빠졌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앞장서 MB의 사면을 요구했고, 윤 대통령도 지난 도어스테핑에서 “이십몇년을 수감 생활하게 하는 건 안 맞지 않느냐(6.9)”“국정에는 국민의 정서가 고려돼야 하지만 너무 정서만 보면 현재에 치중하는 판단이 될 수가 있다(7.22)”며 사실상 특사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폭우 피해 상황 점검회의에 참석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은 12일 임시국무회의를 통해 결정된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폭우 피해 상황 점검회의에 참석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은 12일 임시국무회의를 통해 결정된다. 대통령실 제공

사면 기다리며 참모도 만나지 않았던 MB 

지난 6월 건강 문제로 3개월간 형집행정지를 받았던 MB는 사면 전까진 일부러 주변 참모들도 만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상임고문은 “사면을 앞두고 어떠한 공개 행보도 자제하는 게 좋겠다고 제안했다”며 “MB 역시 ‘그 말이 맞다’며 두문불출하고 있었다”고 했다. MB계로 분류되는 김영우 전 국민의힘 의원도 “실망감을 넘어 배신감을 느낀다”며 “3개월마다 형집행정지를 신청하란 말이냐”며 답답함을 전했다. MB계 인사들은 이명박 정부에서 정책실장을 맡았던 김대기 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포함해 대통령실과 여권에 포진한 다수의 MB계 인사들에게 사면 필요성을 전달하고 있다고 한다. 사면심사위원회의 결정에도 윤 대통령의 결단에 따라 12일 임시국무회의 발표 전까지 결론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지지율이 바닥이라고 8·15 대사면을 포기하는 것은 참 소극적이고 안이한 방식”이라며 “모두 용서하시고 더 큰 국민 통합의 길로 가라”고 MB와 김 전 지사를 포함한 ‘통 큰 사면’을 요구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MB가 정말 사면에서 빠지는 것이 맞느냐’는 전화를 계속해서 받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친이계의 좌장이라 불리는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MB사면 제외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았던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친이계의 좌장이라 불리는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MB사면 제외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았던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결국 지지율이 尹결정 바꿨나  

여권에선 20%대까지 추락한 윤 대통령의 지지율과 MB사면에 부정적인 여론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계 인사에 비하면 MB사면은 부정적 여론이 더 큰 상황이다. 여권 일각에선 MB가 형집행정지로 풀려나 있는 만큼 한 템포 쉬어 성탄절 특사나 신년 특사를 통해 사면을 해도 급하지 않다는 기류도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국민 입장에서 무엇이 정말 급한 것인지를 보고 판단을 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 MB계 인사들은 납득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형집행정지도 9월 말이면 만료돼 재심사를 받아야 한다. 재수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MB정부에서 청와대 수석을 맡았던 한 여권 인사는 “지금까지 윤 대통령이 해온 말과 세워온 원칙이 있지 않았냐”며 “순간의 지지율 때문에 더 큰 것을 잃을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의 고독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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