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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우영우 흥행, AI는 알고 있었다…KT의 미디어 빅 픽처는

중앙일보

입력

구현모 KT 대표가 지난해 3월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스퀘어에서 KT 그룹 미디어콘텐트 사업 전략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구현모 KT 대표가 지난해 3월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스퀘어에서 KT 그룹 미디어콘텐트 사업 전략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미디어는 디지코(DIGICO) KT의 가장 강력한 성장엔진이다. KT 그룹의 역량을 미디어ㆍ콘텐트에 집결하겠다.

지난해 3월 구현모 KT 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디지코(디지털 플랫폼기업) 전략의 핵심은 미디어였다. 인터넷TV(IPTV)ㆍ위성방송ㆍ케이블 채널을 이미 가진 만큼, 디지털 미디어·콘텐트 경쟁력을 키운다면 신구 사업 간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크다고 판단해서다.

당시만 해도 막연해보이던 그 계획이 1년 만에 현실화됐다. KT가 공동제작(KT스튜디오지니)하고 자체 채널(ENA)에서 방영까지 한 드라마 ‘이상한변호사 우영우’(우영우)는 시청률과 화제성 모두에서 신드롬을 만들었다. 우영우의 성공은 우연한 ‘잭팟’일까.

무슨일이야

잘 키운 콘텐트 하나가 KT 성장의 중심이 되고 있다.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는 지난 2분기 매출 2542억원, 영업이익 233억원을 기록했다고 3일 밝혔다. 스카이라이프는 우영우를 방영한 채널 ENA를 운영한다. 이 중 콘텐트 부문 매출은 2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65억원) 늘었다. 6월 말 첫 방송을 한 우영우의 실적은 아직 반영이 안 됐지만 지난 5월 방영한 드라마 ‘구필수는 없다’(구필수)나 예능 ‘나는솔로’ 등의 인기가 반영된 결과다. 자회사의 상승세는 KT의 주가 흐름에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지난 1일 KT의 주가가 2013년 이후 9년 만에 시가총액 10조원(종가 기준)을 넘겼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이게 왜 중요해

지주형 회사 전략: 그동안 KT의 시총은 통신주라는 한계로 연간 20조원이 넘는 매출 규모에도 10조 이하에 머물렀다. 구 대표는 KT의 체질 개선을 위해 성장성 높은 사업부문을 독립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서로 다른 성격의 사업 부문이 KT라는 거대한 조직에 섞여있는 것보다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신사업을 묶어서 분할해야 제값 받기가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 지난해 콘텐트 사업부문을 KT스튜디오지니로 출범시켰고 올해 4월 클라우드 사업도 독립 법인으로 분사했다. 콘텐트 부문에서 구 대표의 전략이 빠르게 성과를 내면서 임기 6개월 남은 그의 연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년 벼른 미디어 밸류체인: KT는 우영우 ‘시청률 15%’ 뒤에 2년 이상 준비한 미디어 밸류체인(가치사슬)이 있다고 강조한다. 사실 KT가 콘텐트 사업에 뛰어든 지는 오래됐지만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 2018년부터 시작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즌'의 경우, 오리지널 콘텐트를 몇 차례 선보였지만 시장 반응은 차가웠다.

이를 지켜본 구 대표는 2020년 취임 직후 C-TF(태스크포스)를 만들었다. 그룹 내에 흩어져 있는 미디어ㆍ콘텐트 역량을 모아 시너지가 나도록 사업 구조를 바꾸는 작업이었다. 이를 통해 ‘원천 지식재산(IP)을 발굴(밀리의서재, 스토리위즈)해 제작(스튜디오지니)하고 유통(KT알파), 방영(스카이TV, IPTV)'까지 하는 밸류체인이 정리됐다. 김훈배 KT 미디어플랫폼사업본부 본부장은 “TF 출범후 약 3개월 만에 KT스튜디오지니를 필두로 한 미디어 자회사 수직 계열화 구상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콘텐트 체력’ 가늠자: KT는 드라마를 자체 제작한 지 세번째 시도 만에 홈런(우영우)을 쳤다. 지난해 첫 드라마 '크라임퍼즐'은 실패에 가까웠고, 올해 나온 '구필수'는 플릭스 TV쇼 부문 10위권에 들며 상승세를 이어간 결과다. 그러나 콘텐트 시장은 수천억원대 제작비를 쓰는 글로벌 사업자들도 성공을 매번 장담할 수는 없는 정글이다. KT가 이 시장에 뛰어든 이상 콘텐트만 전문으로 해온 기업들과 계속 경쟁하는 수밖에 없다. 꾸준히 안타나 홈런을 칠 만한 체력을 갖췄는지는 IP 발굴부터 제작-유통을 수직계열화한 KT식 밸류체인이 우영우 이후로도 얼마나 잘 작동할 것인가에 달렸다.

KT 스튜디오지니가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트. [사진 KT]

KT 스튜디오지니가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트. [사진 KT]

KT 미디어, 비장의 무기 셋

① 이 드라마 흥행할 상인가, AI가 예측
“우영우: 흥행 예상 2등급 중 상위권.” KT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콘텐트의 성공 확률을 알려주는 흥행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 금융ㆍ로봇ㆍ클라우드 등 KT 내 대부분의 디지코 관련 사업에 적용된 AI를 콘텐트에 접목한 것. IPTV 등에서 나오는 연 7000억 건의 시청 빅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켰다고 한다. 작품 런칭 전 이 모델에 시놉시스ㆍ연출자ㆍ배우 등을 입력하면 예상 시청자 수, 매출 등을 10등급으로 나눠 예측한다. 1등급에 가까울수록 흥행 확률이 높다. KT에 따르면 우영우는 2등급 안에서도 흥행이 거의 확실시 되는 상(上) 등급이 나왔다.

김훈배 본부장은 “콘텐트 사업만 한 기업들은 갖고 있지 않은 자산이 KT엔 있다”며 “우영우를 1등급으로 예상하지 못했듯, 아직까지 약간의 오차는 있지만 점점 더 고도화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② 콘텐트 기둥, 스튜디오지니
우영우 성공의 1등 공신으로는 스튜디오지니, 그 중에서도 김철연 스튜디오지니 대표가 꼽힌다. 김 대표는 CJ ENM과 네이버에서 20년 넘게 콘텐트 기획·제작·글로벌 사업을 담당한 콘텐트 전문가다. 이미 공중파에서 한 차례 거절 당했다고 알려진 우영우에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 배팅을 결정한 것도 김 대표다.

스튜디오지니는 콘텐트 기획·제작을 하는 동시에 그룹 내 미디어·콘텐트 중간 지주사 역할도 한다. 미디어지니(방송 채널), 지니뮤직(음원), 스토리위즈(웹소설), 시즌(OTT)의 1대 주주로서 원천 IP를 발굴ㆍ확보하면서 자체 제작 기능까지 갖춘 것. 김 대표는 지난 4월 미디어데이에서 “현재 영상화 판권이나 기획ㆍ개발 중인 IP는 목표한 100개 중 30%~50%가 확보됐다”고 말했다.

KT스튜디오지니 김철연 대표가 지난 4월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총 24개의 오리지널 드라마 라인업을 공개했다. [사진 KT]

KT스튜디오지니 김철연 대표가 지난 4월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총 24개의 오리지널 드라마 라인업을 공개했다. [사진 KT]

③ 1300만 명의 시너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IPTV 1등 사업자인 KT는 가입자 839만 명(지난해 12월 기준)을 보유하고 있다. 스카이TV(299만 명)와 HCN(120만 명), OTT 시즌까지 더하면 1300만 이상의 소비자와 접점을 갖고 있다. KT는 이들 플랫폼 간 시너지를 극대화 하는 방안을 찾는 중. 대표적인 게 강국현 KT 커스터머부문장을 의장으로 한 ‘미디어 협의체’다. 지난해 9월부터 KT 미디어 밸류체인에 있는 그룹사 임원진들은 주 1회 비대면 회의를 하고 있다. 진행 결과는 구현모 대표에게도 수시로 보고된다.

이 협의체에서 자유롭고 빠른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KT 측의 설명이다. 김 본부장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오리지널 콘텐트 ‘신병’은 원래 IPTV에서만 공개될 예정이었만 ENA 채널에도 방영 하기로 협의체에서 결정했다”며 “덕분에 ENA 채널이 또 한번 주목받게 되고, 신병의 화제성도 올라가는 효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우영우 뛰어넘기 :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KT 보유 플랫폼에서 IP부터 발굴한 ‘찐 KT’ 작품이 우영우처럼 흥행할 수 있는지에 관심이 모인다. 콘텐트 업계 관계자는 “이 시장에서는 이번의 성공이 다음의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며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올라갔는데 제작사 입장에서는 제로(0)부터 다시 시작하는거다. 점점 도달해야 하는 높이가 높아지는 데 그 부담을 이겨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티빙 효과 : 오는 12월 CJ ENM 티빙과 KT의 시즌이 통합되면 KT는 412만 명(7월 기준, 모바일인덱스)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가진 플랫폼 티빙을 무대로 쓸 수 있게 된다. 한편으로는 연달아 호평을 받고 있는 티빙 오리지널 틈에서 눈에 띌 만한 작품을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두 회사가 미디어 콘텐트 개발부터 힘을 합친다면 OTT 합병과 함께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규모의 경제에서 오는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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