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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아는데, 발표 땐 우물쭈물…'칭찬 포인트' 바꾸면 달라져요

중앙일보

입력 2022.08.10 06:00

업데이트 2022.08.10 07:44

우리 아이 말 습관, 이런 게 고민이에요
“집에서는 말이 많고 목소리도 큰데, 학교에선 말을 거의 안 한대요. 목소리도 기어들어가고요.”
“낯가림이 심해서 낯선 사람을 만나거나, 낯선 곳을 가면 말을 안 해요.”
“엘리베이터에서 이웃 어른을 만나 인사하라고 하면 뒤로 숨어버려요.”
“책을 많이 읽고, 아는 것도 많은데 막상 발표하라고 하면 이야기를 못 합니다.”

많은 아이가 다른 사람 앞에서 발표하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아이뿐 아니라 성인들도 무대 공포증이나 발표 트라우마를 겪곤 하죠. 이러한 심리적 문제는 언젠가 말을 하다가 창피를 당했거나, 무안했거나, 극도로 긴장했던 경험이 마음 안에 남아 있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양육자가 몰랐던 사이, 어쩌면 아이들은 ‘말하기’로 힘든 일을 겪었을지도 모릅니다. 발표 중 실수를 했거나, 잘하고 싶은 마음에 크게 긴장했던 경험이 있다면 말하기에서 자신감을 잃을 수 있죠. 혹시 우리 아이도 그런 건 아닌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자신감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앞두고 있거나, 용기 내 도전했는데 주변의 반응이 부정적일 때 사라지거든요. 반대로 여러 번 해본 일이거나 혹은 내가 한 일에 대해 ‘좋은 결과’와 ‘긍정적인 반응’을 받았을 때는 자신감이 커집니다. 

자신감 있는 아이로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이의 말에 양육자가 긍정적인 호응을 보여주셔야 합니다. 그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해드릴게요.

말하기 자신감, 여기서 시작됩니다

아이들은 돌 즈음부터 ‘엄마, 아빠’ 등 단어를 말하기 시작합니다. 생후 24~36개월 사이에는 문장을 연결하고요. 그렇다면 아이와 ‘대화’를 시작하게 되는 시점은 언제일까요?

정답은 ‘엄마 뱃속부터’입니다. 대화와 소통은 ‘말하기’가 아닌 ‘듣기’부터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뱃속에서부터 엄마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태어나서는 눈 맞춤, 옹알이를 거쳐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대화’를 경험하게 되고요. 이 과정에서 특히 엄마의 목소리가 중요합니다. 아이들은 ‘모성어(엄마가 아이에게 하는 말)’를 통해 언어를 습득하거든요.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의 ‘마리스 라송드(Maryse lassonde)’ 박사가 흥미로운 실험을 하나 했습니다. 16명의 신생아 머리에 전극 장치를 채우고, 엄마와 간호사의 목소리를 각각 들려준 뒤 반응을 살폈습니다. 그 결과 간호사의 목소리는 단순한 ‘소리’로 인식했지만, 엄마의 목소리에는 언어정보처리와 운동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좌반구가 활성화되었습니다. 엄마의 음성이 아이들의 언어 능력 습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아이의 말에 대한 양육자의 반응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아이들은 양육자의 말을 들으며 사회적 정서를 배우고, 정서적 안정감을 느끼거든요. 또 언어를 습득하는 것을 넘어 자신감마저 얻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이란 음성 언어를 포함해 말투, 표정, 목소리 등의 비음성 언어도 포함합니다. 같은 칭찬도 어떤 표정과 말투로 하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니까요.

그래서 아이의 말하기 자신감을 키워주고 싶다면, 양육자가 먼저 아이의 말에 긍정적으로 반응해야 합니다. 아이들은 그 반응을 ‘말하기의 성공 경험’으로 인식합니다. 자신이 한 말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 경험을 자주 한 아이들은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인 자기효능감도 높아집니다. 나아가 자신감이라는 무기까지 갖게 되고요.

이렇게 해보세요  

① 말하기의 ‘과정’을 칭찬해 주세요.
그렇다면 아이의 말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우선 아이의 ‘말하기 과정’을 칭찬해주세요. 아이들은 학교나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양육자에게 흥분해서 말할 때가 많습니다. 양육자에게 빨리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서요. 그런데 이때 양육자 상당수가 “그래서?”, “왜?”, “어떻게 됐는데?”라고 반응합니다. 알아듣기 어렵고, 장황하게 말하니 답답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초등 저학년까지의 아이들은 아직 언어 표현 능력이 부족해서 상황을 자세히 묘사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말이 느리고, 표현이 다소 틀리더라도 끝까지 귀를 기울여 아이의 말을 들어주세요. 그리고 이렇게 말해줍니다. “엄마에게 알려주고 싶었구나. 자세하게 표현해줘서 고마워”, “이야기를 끊지 않고 끝까지 말해줘서 재미있게 들었어”라고요. 양육자의 반응을 통해 아이들은 ‘다른 사람이 내 말을 흥미롭게 들어주는구나’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말하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고요.

스피치 코칭 과정에서도 이러한 칭찬은 매우 효과적입니다. 우물쭈물하거나 목소리가 작아도, 발음을 틀리거나 버벅대도 그 과정을 칭찬해주면 아이들은 자신감을 얻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건 칭찬이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바로 이렇게요.

“발표를 준비하고 이 앞에 나온 것만으로도 훌륭해”
“지난 번엔 1만큼의 목소리였는데 오늘은 2까지 커진 것 같아!”
“카메라를 한 번이라도 더 보려고 노력하고, 이야기를 듣는 친구들을 한번 더 쳐다봐 준 모습이 너무 멋졌어.”

‘말하는 과정’을 칭찬하면, 아이들은 스스로 변합니다. 처음에는 개미처럼 작았던 목소리가 어느새 우렁차지고, 쭈뼛쭈뼛하던 아이는 손동작까지 하며 당당하게 말하게 됩니다.

② 양육자가 PD가 되어 아이의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해보세요.
대체로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는 아이들이 많은 사람 앞에서 말하기를 어려워합니다. 내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비치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럴 땐 아이가 말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서 보여주면 좋습니다. 영상을 통해 객관적으로 자기 모습을 보며 좋은 점은 강화하고, 부족한 점은 보완할 수 있습니다.  

이때 아이들이 전자기기를 통해 들리는 자신의 목소리를 어색해할 수 있어요. 사람은 신체 내부기관의 울림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입 밖으로 나오는 음의 주파수(소리의 파동)를 통해 타인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그래서 영상을 통해 나오는 자신의 목소리가 어색한 건 당연합니다.

만약 아이가 낯설다는 이유로 자신의 목소리 듣기를 거부한다면 “다른 사람에게는 네 목소리가 전혀 이상하거나 어색하게 들리지 않아”라고 말해주세요. 스피치를 잘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목소리가 상대에게 어떻게 들리는지 아는 게 중요합니다. 신기하게도 촬영한 영상을 10번 이상 반복해서 들으면 더는 자신의 목소리가 어색하지 않습니다. 나의 ‘진짜 목소리’를 객관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지거든요.

또 영상을 찍어보면 말할 때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습관도 점검할 수 있습니다. ‘어…’, ‘음…’ 과 같은 잉여적 군말, 꼼지락거리는 손, 한쪽으로 올라간 입꼬리 등이죠. 마음의 불안함에서 비롯된 신체적 표현인데, 영상을 통해 그 모습을 보면 아이도 스스로 고치고 싶어할 겁니다. 그럼 양육자가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 수정해나갈 수 있게 도와주세요. 이 과정에서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상상하게 되고, 자연스레 무대 위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우리 아이 자신감 키우기 실천 가이드  

①방송놀이
방송인처럼 말해보는 놀이입니다. 아이에게 방송 형식에 맞게 말하기 내용을 정리해보라고 하세요. 양육자는 아이가 말하는 모습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해 주시고요. 처음에는 NG가 여러 번 날 겁니다. 괜찮습니다. 아이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말할 수 있게 칭찬해주세요. 촬영 후엔 영상을 함께 보며 느낀 점을 이야기해 보면 더욱 좋습니다.

▶‘아나운서’ 되어 뉴스 진행하기
우리 가족 소식, 학교에서 있었던 일 등 사건을 한두 개 정해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라는 육하원칙에 맞춰 뉴스를 말해봅니다. 이때 책상이나 식탁 등에 앉아 실제로 뉴스 앵커가 된 것처럼 해보면 더 좋습니다. 약간의 긴장감이 더해져 실전에 더 가까워지거든요.

▶‘기상캐스터’ 되어 날씨 알려주기
양육자가 먼저 날씨를 물어주세요. “지금 우리 동네 날씨는 어떤가요?”, “우리 가족의 ‘기분 날씨’는 어떤가요?”라고 말이죠. 처음에는 날씨를 표현하는 단어, 예를 들어 ‘맑다’, ‘흐리다’, ‘구름이 많다’ 등으로 소식을 전할 겁니다. 하지만 점차 표현력이 늘면서 ‘비유’를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엄마의 미소처럼 환하고 밝은 날씨”, “괴물이 소리치는 것 같은 천둥·번개 날씨”처럼요. 노트북 화면을 TV에 연결해서 지도 그림을 띄우거나, 종이에 기상도 그림을 그려서 벽에 붙이면 더욱 실감 나는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이때 지도를 가리키면서 설명하면 프리젠테이션의 기본자세까지 배울 수 있습니다.

▶‘쇼호스트’ 되어 물건 소개하기
아이가 직접 팔고 싶은 물건을 정합니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물건, 선물 받은 물건, 좋아하는 음식 등 무궁무진합니다. 그런 다음 ‘시청자가 궁금해하는 내용은 무엇일까?’를 생각하며 아이와 함께 원고를 만들어보세요. 원고에는 물건의 ‘특장점’, ‘이 물건을 선택한 이유’ 등의 내용을 적습니다. 원고를 숙지한 뒤 카메라 앞에서 실제 쇼호스트처럼 말해봅니다. 이때 모니터에 사진을 띄우거나 물건을 직접 들고 하면 좋습니다. 아이가 입을 떼기 어려워한다면 양육자가 “어떻게 사용하는 건가요?”, “누구에게 선물 받았나요?” 같은 질문을 던져서 상품을 더 구체적으로 묘사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②유튜브 채널 만들기
21세기를 사는 아이들에게 유튜브는 양육자 세대의 TV만큼 가까운 미디어입니다. 아이들은 유튜브를 통해 미래를 꿈꾸고, 미처 보지 못한 세상을 경험합니다. 그래서 유튜브 채널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먼저 아이의 이름 또는 캐릭터를 설정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보세요. 이후 ‘①방송 놀이’에서 촬영한 영상을 올리면 됩니다. 아이의 초상권 침해 등의 문제가 걱정된다면, 유튜브의 공개설정 기능을 활용하세요. 유튜브 영상 등록은 ‘비공개·미등록·일부 공개’로 나뉩니다. 영상을 비공개로 설정하면 외부에서 검색되지 않고, 타인에게도 노출되지 않습니다. 본인 또는 URL 주소가 있는 사람만 볼 수 있죠. 아이들에게 비공개냐, 공개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모습을 모니터로 보는 것만으로도 성취감을 느끼고, 자신감을 얻습니다.

또 이렇게 자신의 영상을 촬영하고, 올리면서 아이들은 이야기를 정리하는 법을 익힐 수 있습니다. 말을 조리 있게 전달하는 토대가 되죠.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할 수 있는 ‘메타인지’도 경험할 수 있습니다.

③말로 쓰는 감정일기
방송놀이가 어렵다면, 양육자가 진행자가 되어 아이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잠들기 전, 혹은 저녁 식사 후 가족이 모인 시간에 ‘오늘 하루 중 가장 좋았던 일, 힘들었던 일’에 대해 서로 한 가지씩 이야기하며 기분을 말하는 겁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좋았어”, “그냥”처럼 단순한 대답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땐 양육자가 개방형 질문(무엇을? 어떻게 했어? 왜 그렇게 느꼈어?)으로 아이의 말을 이끌어줍니다.만약 아이가 “잘 기억이 안 나”라고 답한다면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배포한 활동계획표 등을 참고해 구체적으로 물어보세요. “1교시에는 어땠어?”,“오늘 미술 시간에는 뭘 그렸어?”라고요. 그래도 아이가 말하기 어려워한다면, 양육자의 하루 일기를 먼저 들려주세요.

이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해도 좋고, 가볍게 대화로 마무리해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아이가 “기쁘다, 슬프다, 화난다” 등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겁니다. 양육자는 아이의 말에 대한 ‘평가’를 지우고 아이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줍니다. 아이가 숨겨뒀던 부정적인 감정까지 양육자에게 공개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존중받으면서 자존감이 높아집니다.또 감정 말하기 연습은 훗날 사춘기 때 대화를 원활하게 만드는 ‘적금’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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