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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로운 것은 괴상한 억측, 보람은 나의 방향에 공감하는 사람들” [민희진 인터뷰 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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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희진 대표는 현재의 K팝 전성기를 일궈낸 대표적 인물이다. SM에서 하이브로 이적한지 3년 만에 신인 5인조 걸그룹 뉴진스(NewJeans)를 선보였다. 사진 어도어

민희진 대표는 현재의 K팝 전성기를 일궈낸 대표적 인물이다. SM에서 하이브로 이적한지 3년 만에 신인 5인조 걸그룹 뉴진스(NewJeans)를 선보였다. 사진 어도어

민희진 대표는 뉴진스 공개 6개월 전부터 개인생활이랄 것이 없었다고 했다. 잠을 잘 안 자고, 24시간 업무 중일 때가 많다는 것이다. 이토록 일에 매달리는 이유에 대해 그는 “지시하는 위치도 상당히 불편한 자리라 내가 더 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다가도 “그래도 즐겁다”고 여러 번 덧붙였다. 예민한 완벽주의자가 책임감이 강할 때 만나게 되는 딜레마로 보였다. 그는 K팝 그룹 제작의 괴로움과 즐거움, 보람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

프로듀서 데뷔작 소감은.
대표이사와 프로듀서의 역할은 다르다. 이번엔 총괄 프로듀서의 역할에 집중했다. 종전과 다른 음악을 시도하려면 악곡 자체도 중요하지만, 멤버들의 소화력이 중요했다. ‘다름’은 하나만 바꾼다고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내가 그렸던 팀의 모습은 자연스러움 그 자체였기 때문에, 보컬 트레이닝의 방식이나 보컬 디렉팅, 믹스, 마스터의 스타일을 기존과 다르게 요구한 지점이 많았다. 누군가를 모사하지 않고 곡의 느낌을 스스로 해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가이드 보컬 없이, 자기만의 보컬 스타일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목적으로 하는 분위기 연출을 위해 애드리브 표현의 디테일만도 여러 번 고치기도 했다. 안무도 마찬가지다. 내 지향점은 자연스러움을 최대로 표현하는 것과 기존 방식에서 탈피한 의외성에 있었다. 퍼포먼스 디렉터들에게 내 의도와 원하는 느낌에 대해 정확히 설명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뮤직비디오 연출도 내 작업에 대한 이해가 있는 감독들을 섭외해 실무 담당자를 두지 않고 직접 커뮤니케이션하며 진행했다. 총괄 프로듀서가 실무 담당을 동반하지 않고 직접 진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오해하면 안 되는데, 이런 형태가 옳은 것이라고 말하고자 함이 아니다. 일하는 방식에 정답은 없다. 프로듀서 데뷔작이었기 때문에 그만큼 절박한 프로젝트였다는 의미다. 내가 심판대에 오르는 일이라 일일이 챙기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가 팔짱을 끼고 매서운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인가. 때려치워야지, 라고 느꼈다거나. 
거의 매일. (웃음) 모두 그렇겠지만 오락가락이다. 뭐 그렇다고 즐거움 없이 매번 괴롭다는 건 아니다. 여전히 내가 왜 이렇게까지 일하는 걸까, 자문할 때가 많다. 일이 재미있긴 하다. 그런데 재미있다고 괴롭지 않은 것은 아니니까. 그래도 나는 사소한 데서 행복을 발견하는 유형이라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아무 생각 없이 올려다본 하늘을 보고 행복감을 느끼니까. 막연하게는 결정권이 생기면 뭐가 좀 달라질 줄 알았다. 하지만 결정권이 생겨도 이전과 좀 다른 일을 해보려면 여지없이 누군가와 다툼을 벌여야 한다. 익숙해질 때도 됐건만 매번 힘든 것도 사실이다. 주장을 하려면 또 결과로 증명해야하기 때문에 부담도 크고. 아무튼 그래도 이런 것들은 좀 일상이 됐는데, ‘뇌피셜’ 억측이 사실 가장 의욕을 떨어뜨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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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들인가.
얼마 전에도 내 개인 인스타그램 포스팅 사진들이 억측으로 소위 ‘씹힌’ 일이 있다. 커뮤니티를 안 하기 때문에 전해 들었다. 상당히 어이없는 내용이라 주위 관계자 등 지인들을 포함해 회사로부터, 대응 가치가 없는 무시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억울함을 싫어하는 성격이기도 하고 방치가 최선인지 모르겠어 바쁜 와중이었지만 생각을 좀 해봤다. 나는 논리적 전개를 좋아하는 인간이라 그에 상응하는 사안이라면 정정하면 그만이라 생각하는데, 상상을 기조로 공격이 목적인 사안은 논리적 대응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난감하다. 문제 제기 시점만 봐도 고의성이 의심되기에 더 그랬다. 모두 무시가 답이라고 조언했지만, 무고히 당할 이유도 없다. 뉴진스라는 팀의 결과를 건강한 느낌이라 호평하면서 작업 의도를 의심하는 것만큼 앞뒤 안 맞는 말이 있을까.
어떻게 대응하나.  
사안을 미러링 해보면 모순점이 금세 드러난다. 커뮤니티 등에 흔히 포스팅되는 예쁜 스크린샷, 사진을 즐기는 사람들이 그 출처의 디테일과 스토리를 모두 파악해 올리고 호응한 것일까. 본인들은 별 생각없이 스크랩 하고 좋아해도 괜찮고, 타인은 의도적이라 주장하는 것만큼 내로남불도 없다. 아니면 그들이 문제 삼는 것을 선물해준 내 지인들이 모두 문제란 말인가. 누군가 내게 커뮤니티의 글을 캡쳐해 보내주며 ‘비방인들’의 성향을 지적했다. 그들은 이토 준지(伊藤 潤二) 만화의 여주인공 토미에와 여자 연예인들을 비교한다. 이에 대해 시비를 거는 네티즌에게 “누가 저런 설정 생각하면서 토미에 닮았다고 하겠어”, “그거 보고 토미에가 토막살인 관련 있고 어쩌고 꼬투리 잡는 게 오히려 XX 같은데”라고 하더라. 본인들의 의도를 곡해하지 말라는 의미인데, 상식적으론 동일 맥락 아닌가. 논란 중에는 알지도 못하는 영화와 끼워 맞춘 그림도 있는데, 그림은 전혀 영화와 무관할 뿐 아니라 작은 사진 속 그림으로 어떤 디테일을 논한다는 건가 싶다. 사실 비방자들의 허구 소설에 이런 첨언이 한심할 지경이다. 지적하자면 끝도 없지만 알려준다고 들을 것 같지도 않고. 어쨌든 허위사실 유포와 모독의 수위가 심각해 그냥 넘어가면 안 되겠다는 회사 및 여러 의견에 따라 민ㆍ형사 소송에 착수했다. 악플러도 팬이라고 생각해 그간 넘겨왔는데, 법률 검토에서 위법 사항들이 상당량 적발됐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의 문제를 예방하는 차원, 멤버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서도 어도어 전담조직을 신설하게 됐다. 
 어도어(ADOR) 첫 걸그룹 뉴진스. 데뷔 앨범에선 가장 풋풋하고 자연스러운 10대 소녀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음악은 과한 기교를 배제한 이지리스닝 팝을 추구한다. 사진 어도어

어도어(ADOR) 첫 걸그룹 뉴진스. 데뷔 앨범에선 가장 풋풋하고 자연스러운 10대 소녀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음악은 과한 기교를 배제한 이지리스닝 팝을 추구한다. 사진 어도어

이런 일에 의연할 줄 알았다.  
악의적 비방에 익숙할 사람이 과연 있을까. 참아왔던 이야기들을 좀 하고 싶다. 아무래도 소비층이 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거나 협업 과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그런건가, 싶기도 해 그러려니 넘겨왔던 일이 많다. 과거 SM시절에도 억측이 많았다. 크리에이티브 작업은 협업자의 특성이나 시기,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작업 형태가 매번 같을 수 없다. 각 프로젝트별 참여하는 작업자들의 기여도가 천차만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전 작업을 문제 삼는다면, 더욱 그 시절엔 내가 총괄 프로듀서가 아니었기 때문에, 작업에 참여한 모두를 문제 삼을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포즈를 유도한 포토그래퍼, 자발적으로 포즈를 취했던 연예인, 스타일링 한 스타일리스트, 직접 연출한 뮤직비디오 감독 등. 디렉터의 의도와 별개로 당시 작업 참여자들의 의도는 식별이 어려울 뿐 아니라 사례가 전부 다르기 때문에 굳이 문제를 삼는다면, 결과물을 직접 지시하거나 최종 컨펌했던 사주까지 모두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의미다. 그간 내 작업이 호평받을 때면 ‘(민희진) 혼자 작업한 게 아니다’라는 주장이 동반되기도 하던데, 그런 주장을 하고 싶다면 반대의 경우에도 적용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민희진 대표는 아직 10대인 뉴진스 멤버들과 자주 개인적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사진은 선물로 그린 그림을 든 다니엘. [사진 민희진]

민 대표의 집에서 식사 중인 하니. [사진 민희진]
뉴진스 멤버 혜인. 민 대표에 따르면 '탄수화물 파티' 중이다. [사진 민희진]
기념 셀카를 찍은 해린과 민 대표. [사진 민희진]
민지와 민 대표. [사진 민희진]
반대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내 의도를 파악해주는 소비자들을 만났을 때. 그리고 마찬가지로 내 의도에 대한 충분한 공감과 함께 노력할 자세가 되어있는 구성원들을 볼 때. 이제는 진짜 딸내미들 같은 뉴진스 멤버들의 응원을 받을 때. 하니는 첫방 끝나자마자 문자를 보내왔다. 호주의 하니 가족분들이 내가 일전에 보내 드렸던 선물을 아껴 두고 계시다가 데뷔 일에 맞춰 개봉했다고 가족 파티 사진을 보내주셨다는 내용이었다. 덧붙여 엄마가 대표님께 드릴 선물을 고르고 있다고. 주말에 온종일 일하느라 정말 피폐해져 있었는데 그 문자를 보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하니 어머님은 이미 이전에 내 인스타를 보시고 호주에서 일부러 미국으로 디자인 주문을 넣어 선물을 보내주신 적도 있었다. 다섯 병아리를 안고 있는 여자 인형이다. 마치 멤버들을 안고 있는 내 모습 같다고. 그 선물을 받고도 눈물이 쏟아졌는데 정말 참 감사했다. 혜인이 어머님은 데뷔 날, 주문 제작하신 케이크를 멤버들과 어도어 구성원들에게 각각 보내주셨다. 내가 늘 야근하는 것을 걱정해 주시고 자주 안부를 물어 오신다. 할머님도 유투브로 혜인이를 찾아보시고 좋아하신다는 말씀에 ‘우리 부모님도 딸 일이라 뉴진스에 관심이 넘치신다’는 이야기를 하니,‘ 대표님 부모님에게도 혜인이 보여주심 좋겠네요’ 라고 하셨다. 이제 가족이 되는거라고. 우리 부모님도 내 준비 과정을 다 보셨기 때문에 당연히 각별히 보실 수 밖에 없다. ‘네 자식은 안 낳고 남의 자식들을 그렇게 공들여 키운다’고 재밌어 하셨는데, 어머님 말씀을 들으니 찡했다. 뭔가 같은 마음이구나 싶었다. 
뉴진스로 기대하는 바, 목표하는 바,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다름’을 제안하기 두려워 그렇지, 한번 제안되어 받아들여지면 또 다른 역사가 쓰일 것이라 생각한다. 늘 그래왔다. 내가 그리는 뉴진스는 대외적으로는 다소 엉뚱한 팀으로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실현되지 않은 기본적인 것들을 실천해 보는 팀이 될 것 같다. 멤버들은 이미 나와 모험할 준비가 되어있다. 나는 데뷔 전부터 이미 다음 음반을 구상하고 있었다. 내 생각대로만 진행된다면, 이 또한 재미있는 앨범이 될 것이다. 데뷔 기념으로 가졌던 식사 자리에서 내가 제안한 아이디어인데 우리 친구들이 굉장히 재미있어 했다. 첫 데뷔 음반이 잘되어도 의심은 계속된다. 한 번 잘해도 모두 다음이 더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수많은 업무 스트레스가 많지만 내가 이 일을 시작하려고 했던 본질을 떠올리며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잘 헤쳐나가 볼 생각이다. 4일 첫 방송 전날 밤, 멤버들과의 단톡방에서 우리 친구들이 ‘대표님 실망시켜드리지 않을 거예요! 뿌셔뿌셔!’ 쫑알쫑알 떠드는 문자에 ‘못해도 되니까 즐겁게 하라고’ 답했다. 사실 나는 듣지 못하는 말이기 때문에 우리 멤버들에겐 꼭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슬프지만 나는 늘 잘해야만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즐거움에도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즐거워지려고 노력하다 보면 실제로 즐거움에 가까워지고, 그런 즐거움이 뿜어내는 에너지는 늘 무엇보다 강력하다. 우리는 즐거운 팀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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