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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건 고발당한 공수처, 줄사표 사태…특별감찰관까지 부활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주요 사건 수사를 맡은 검사들이 최근 잇따라 사표를 내며 내부부터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전국 최대 지방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은 공수처가 고발당한 사건 10여건을 일선 지청으로부터 이첩받아 직접 수사에 들어간 상황이다. 여기에 공수처와 수사 범위가 상당 부분 겹치는 청와대 특별감찰관실이 부활하면 공수처의 존재감은 더욱 흐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수사인력 잇단 이탈…지휘부와 이견 있나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9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공수처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공수처는 이날 검사 임용 면접시험을 실시한다. 뉴스1.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9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공수처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공수처는 이날 검사 임용 면접시험을 실시한다. 뉴스1.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 5일 자로 수사3부장을 겸하고 있는 최석규 공소부장에 대해 수사3부장 겸임근무를 해제하고 차정현 수사2부 검사를 직무대리에 임명했다. 최 부장이 최근 사표를 낸 데 따른 것이다. 최 부장은 최근까지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 방해 의혹’과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공소장 유출 의혹’ 사건의 주임검사를 맡아 각각 1년 넘게 수사를 했다. 공수처 내에선 김진욱 공수처장과 여운국 차장에 이은 ‘넘버3’ 검사가 수사에서 이탈한 것이다.

공수처의 수사 인력 이탈은 최 부장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6월엔 문형석 수사3부 검사, 7월엔 김승현 수사3부 검사가 사표를 냈다. 공수처법이 규정한 공수처의 검사 정원은 25명이지만 잇단 사의로 처·차장을 포함해 검사 수가 20명까지 줄어든 상황이다. 여기에 김송경 수사3부 검사는 최근 병가를 내는 등 공수처 수사 부서에 ‘엑소더스’가 집중되며 일각에선 공수처가 ‘검찰의 이성윤 전 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 수사 방식 등을 놓고 일선 수사팀과 지휘부 간 견해차가 컸다는 말도 나온다.

‘檢 민주적 통제수단’ 이라던 공수처, 검찰 수사 대상으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외부적으로도 공수처가 처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공수처법이 공포된 2020년 12월 당시 “공수처는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수단으로 의미가 크다”고 의미를 부여했는데, 현재 공수처는 검찰의 수사 대상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27일 수원지검 안양지청으로부터 공수처 인사들이 피고발인인 사건 10여건을 이첩받아 수사 중이다.

공수처를 향한 검찰의 주요 수사로는 공수처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수사를 무마한 혐의로 당시 피의자 신분이던 이성윤 당시 서울고검장을 소환하며 관용차로 에스코트했다는 ‘이성윤 황제 조사 의혹’ 사건(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이 포함돼있다. 이 외에 공수처장 5급 비서관 등 특혜채용 의혹(김영란법 위반), 윤석열 대통령 낙선 목적으로 윤 대통령 일가 표적 수사 의혹(공직선거법 위반), 이성윤 황제조사 의혹을 비판 보도한 중앙일보·TV조선 기자들에 대한 보복수사 의혹(위계에의한업무방해) 등도 검찰 수사 중이다.

피고발 건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김한메 대표)’은 지난 5월 ‘고발 사주’ 의혹으로 공수처에 기소된 손준성 검사의 공소장이 “기소 8일 만에 언론에 유출됐다”며 “조만간 공수처 측을 손 검사 공소장 유출 의혹으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별감찰관 부활·수사이첩권 폐지說…좁아지는 입지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부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부처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향후 공수처의 수사 권한·범위도 담보하기 힘든 상황이다. 대통령실이 청와대 특별감찰관을 부활시킬 가능성이 있어서다. 특별관찰관법 제5조에 따르면 특별감찰관의 감찰대상은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대통령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의 공무원’이다. 공수처법상 고위공직자범죄의 범위가 대통령의 경우 본인과 배우자, 4촌 이내 친인척으로 돼 있는 것과 상당 부분 겹친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공수처의 수사사건 이첩권을 폐지하는 것을 국정과제로 선정한 것도 부담이다. 공수처법 제24조 ①항에 따르면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수사 이첩을 요청하면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응하게 돼 있지만,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이를 “공수처의 우월적·독점적 지위를 규정하고 있다”며 “독소조항을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인력 이탈 관련 공수처는 지난 9일 부장검사 2명과 검사 1명을 임용하기 위한 면접 전형 절차를 진행했다. 수사사건 이첩권 폐지에 대해선 반대 의견을 분명히 밝혔다. 공수처는 지난 2일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검찰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국민적 불신이 생기면 꼭 필요한 경우 공수처가 수사함으로써 국민의 소모적 논쟁을 피할 수 있다”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법제업무운영규정에 따라 공수처와 충분히 협의를 거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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