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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말 안듣는 노조원에 갑질…공정위, 민주노총에 또 칼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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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민주노총 건설노조에 대해 또다시 칼을 빼 들었다. 지난 4월에 이어 최근 민주노총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에 대해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노동조합을 사업자단체로 보고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제재하려는 첫 시도의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 제재에 나섰다. 경찰도 해당 사건을 심각한 범죄로 보고 노조 간부에 대해 구속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합원에도 갑질, 두번째 제재 절차

9일 노조와 사업자단체 등에 따르면 공정위 부산사무소는 최근 민주노총 부산건설기계지부에 과징금 부과와 기관 고발 의견 등을 포함한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4월에 이어 두 번째다. 사건의 시작은 2019년 12월 부산 북항 오페라하우스 건설현장이다. 당시 노조 측은 건설현장에서 작업하고 있던 민주노총 소속 지게차 기사에게 현장에서 빠지라고 지시했다. 노조 측에서 건설사와의 단체교섭을 앞두고 압력을 넣기 위해서다.

지난 2월 부산의 한 공사현장 앞을 가로막은 민주노총 부산건설기계지부 굴삭기지회. 조합원 기계 임대 채용 요구가 목적이다. 사진 건설기계연명사업자협의회

지난 2월 부산의 한 공사현장 앞을 가로막은 민주노총 부산건설기계지부 굴삭기지회. 조합원 기계 임대 채용 요구가 목적이다. 사진 건설기계연명사업자협의회

공정위는 노조가 현장을 멈춰 세운 뒤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는 등의 조건을 밀어붙이기 위해 소속 지게차 기사에게 이 같은 지시를 했다고 본다. 해당 현장에서 이미 일하고 있던 지게차 기사는 노조의 요구를 거부했다. 민주노총 부산건설기계지부는 철수 지시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해당 기사를 노조에서 제명했다.

공정위는 노조의 이런 조치가 사업자단체가 단체 구성원의 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 금지 행위 위반이라고 판단하고 심사보고서를 보냈다. 지난해부터 건설사와 노조로 인해 피해를 본 사업자에게서 진술을 확보하는 등 조사를 벌인 결과다. 노조가 조합 소속 건설기계 투입을 위해 작업을 중단하고 공사현장에서 집회를 여는 이른바 ‘실력행사’가 여러 차례 있었던 만큼 공정위는 10여 건의 유사 사건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조도 사업자단체? 전원회의서 가린다

공정위 부산사무소는 지난 4월에도 사업자단체 금지 행위 위반을 적용해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에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한국노총 등 민주노총 소속이 아닌 사업자를 건설현장에서 몰아낸 혐의가 적용됐다. 건설사에 압력을 행사해 기존 계약을 해지하게끔 하는 식으로 노조에 가입되지 않은 사업자들에게는 불이익을 줬다는 게 핵심이다. 당시엔 노조 영향력으로 외부에 강요한 것이라면 이번엔 내부에서의 강요 행위에 대해 제재에 착수했다는 차이가 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관계자들이 6월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앞에서 '건설노조 탄압 규탄, 건설기계 노동자 생존권 사수, 노동기본권 쟁취' 공정거래위원회 규탄 건설노동자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관계자들이 6월 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앞에서 '건설노조 탄압 규탄, 건설기계 노동자 생존권 사수, 노동기본권 쟁취' 공정거래위원회 규탄 건설노동자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위는 이 사건을 전원회의에서 심의한다고 결정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과징금 규모가 크지 않은 사업자단체 금지 행위 위반을 소회의가 아닌 전원회의에서 심의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노조를 사업자단체로 보고 제재한 전례가 없는 데다 노조 측이 “우린 사업자 단체가 아니다”고 반발하고 있어 사건 중요도가 크다고 보고 전원회의를 열기로 한 것이다.

공정위는 법에 따라 단체의 회원 중 사업자가 2명 이상이면 사업자단체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덤프·굴착기 기사 등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지위를 갖기 때문에 근로자라고 주장하지만, 민주노총 가입자 중엔 건설기계를 여러 대 등록하고 임대하는 사업자도 포함됐다.

경찰도 칼 뺐다…노조 간부 구속 기로

한편 경찰도 부산 지역 건설노조 불법 행위에 집중 수사에 나서면서 노조 핵심간부에 대해 구속을 시도했지만 불발됐다. 이날 부산지법은 부산건설기계지부 정모 굴삭기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부산경찰청은 구속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법원이 “증거가 상당 부분 확보됐고,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다. 경찰은 정 지부장을 중심으로 GS건설 아파트 공사현장 등에서 노조를 동원해 집회를 열고 조합원 채용을 강요했다고 본다. 지난 4월 공정위가 제재 절차에 착수한 것과 동일한 사건이다.

경찰은 건설기계지부의 채용 강요와 이를 위한 건설현장 집회는 적법한 노조활동 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 지회장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실패하면서 노조 윗선을 향한 수사는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여러 차례 걸쳐서 조합원 채용 강요가 반복됐고 최근에도 비슷한 행위가 포착돼 구속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건설사 피해가 큰 만큼 영장은 기각됐지만,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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