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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폭우 없었다, 483㎜ 강남 폭포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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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8일부터 서울 강남 지역 등 수도권과 강원 영서 지방에 쏟아진 역대급 폭우로 인명과 재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곳곳에서 시간당 100㎜가 넘는 ‘폭포비’가 쏟아진 가운데 기상청은 이번 폭우가 11일까지 이어져 최대 350㎜가 더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각 지자체에 따르면 9일 오후 10시까지 호우로 인한 인명 피해는 사망 11명(서울 5명·경기 4명·강원 2명), 실종 6명(서울 4명·경기 2명), 부상 9명(경기) 등으로 집계됐다. 또 이날 오후까지 폭우에 집을 잃은 이재민은 수도권에서 328세대 441명이 발생했다. 침수된 주택과 상가는 모두 741곳이다. 서울이 684곳으로 가장 많고 인천 54곳, 강원 2곳, 경기 1곳이다. 5000대 가까운 차량의 침수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이번 폭우는 8일 밤부터 9일 오전 사이 서울 강남 일대에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시간당 강수량이 100㎜를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곳곳에서 폭포수처럼 비가 퍼부으면서 침수 등의 비 피해를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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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기상청의 자동관측기상장비(AWS)는 8일 오후 9시5분에 141.5㎜의 시간당 강수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비공식적으로는 1907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많은 양의 1시간 강수량을 기록한 것이다. 지금까지 서울을 기준으로 시간당 강수량 역대 최고치는 1942년 8월 5일에 기록한 118.6㎜다. 다만 이 수치는 서울의 공식 강수량을 집계하는 종로구 송월동 서울기상관측소가 아닌 자동관측기상장비의 수치여서 공식 기록은 아니라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1시간에 142㎜ 역대급 비, 그 뒤엔 좁게 발달한 비구름대

8일 오후 10시30분 전국 강수량. 이날 자정까지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 381.5㎜의 폭우가 쏟아지는 등 8일 하루 서울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 [사진 기상청]

8일 오후 10시30분 전국 강수량. 이날 자정까지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 381.5㎜의 폭우가 쏟아지는 등 8일 하루 서울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 [사진 기상청]

기상청 관계자는 “한 시간에 141.5㎜의 비가 내린 건 오래 근무한 예보관들도 처음 보는 수치로, 상상도 하기 힘든 양의 비가 한꺼번에 쏟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자동관측기상장비의 강수량은 공식적으로 자료화가 될 수 없고 참고로 보는 수치”라면서도 “비공식적으로는 역대 가장 많이 내렸던 비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일 강수량 역시 381.5㎜를 기록해 1920년 8월 2일에 기록한 354.7㎜를 뛰어넘었다. 폭우가 이어지면서 8일부터 9일 오후 8시까지 서울 동작구 기상청 관측소는 483㎜의 누적 강수량을 기록했다. 서울 서초구의 누적 강수량은 447㎜였다. 이틀도 안 되는 기간 동안 7월 전체 강수량(252.3㎜)의 두 배에 가까운 비가 쏟아진 것이다. 경기도 광주가 454.5㎜, 여주(산북)가 434㎜의 누적 강수량을 기록하는 등 경기 곳곳에도 물폭탄 수준의 비가 내렸다.

이렇게 장마철보다 더 강하고 많은 비가 쏟아진 건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와 남쪽의 고온다습한 공기가 격렬하게 부딪치는 과정에서 강한 에너지를 가진 정체전선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수도권에 내린 집중호우로 한강 수위가 상승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올림픽대로 여의 상류와 동작대교 구간 도로가 차량이 통제돼 텅 비어 있다. [뉴스1]

수도권에 내린 집중호우로 한강 수위가 상승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올림픽대로 여의 상류와 동작대교 구간 도로가 차량이 통제돼 텅 비어 있다. [뉴스1]

여기에 비구름대가 남북으로 매우 좁게 발달하면서 에너지가 분산되지 않고 집중돼 한 곳에만 비를 계속 퍼붓는 형태를 보였다. 이로 인해 비구름대가 머무르는 서울 강남과 경기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비 피해가 크게 나타났다. 실제로 8일 밤 서울 동작구에서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가 퍼붓는 동안 불과 20㎞ 떨어진 도봉구에서는 비가 전혀 내리지 않았다.

이번 비가 야행성 폭우로 불릴 정도로 낮보다 밤에 집중된 것도 특징이다. 우 분석관은 이에 대해 “낮 동안에는 땅이 가열되면서 공기가 위로 향하는 힘이 작용하기 때문에 공기 벽에 막혀 수증기 공급이 원활해지지 않지만, 밤이 되면 (공기 벽이) 나타나지 않아 수증기가 원활하게 유입된다”며 “마치 발전기가 돌아갈 때 기름을 계속해 공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9일 오후 퇴근시간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도 시간당 50~100㎜의 매우 강한 비가 내렸다. 기상청의 초단기 강수 예측 지도를 보면 퇴근시간대인 오후 7시에 서울과 경기 지역에 걸쳐 강한 강수대가 동서에 걸쳐 좁고 길게 나타났다. 기상청은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11일까지 수도권 등에 최대 350㎜ 이상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11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과 강원 중남부 내륙·산지, 충청, 경북 북서 내륙, 전북 북부는 100~300㎜를 기록하겠고, 많은 곳은 350㎜ 이상의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우 분석관은 “이번 비는 야행성 폭우를 동반하기 때문에 밤에 특히 더 주의해야 한다”며 “침수와 기물 파손, 제반 붕괴 등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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