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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방탄용’ 당헌 개정 찬성한 이재명, 이게 ‘사당화(私黨化)’ 아닌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 후보가 7일 제주 호텔 난타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강력한 리더십으로 사랑받을 민주당을 만들고 국민의 사랑을 받을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대표 후보가 7일 제주 호텔 난타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강력한 리더십으로 사랑받을 민주당을 만들고 국민의 사랑을 받을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패 기소돼도 당직 유지케 당헌 개정 힘 실어  

민심 거스른 당헌 개정의 역풍 … 기억 잊었나

더불어민주당의 8·28 전당대회를 앞두고 압도적 우위를 보이는 이재명 의원이 어제 ‘이재명 방탄’ 논란을 낳고 있는 당헌 개정 움직임을 옹호했다. 부정부패 혐의로 당직자가 기소되면 그의 직무를 정지할 수 있도록 한 당헌 80조를 사실상 없애자는 것에 찬성한 것이다. 참으로 계면쩍은 일이다.

이 의원은 당 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검찰권 남용이 있을 수 있는 상태에서 여당과 정부의 야당 침탈 루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소만으로 당직을 정지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당원들의 당헌 개정 운동이 생기기 전에 전당대회 준비위와 비대위에서 추진했다”며 “이 조항을 개정하려는 게 저 때문이 아니다”고 했다.

인과관계가 잘못된 주장이다. 이 의원은 이미 대장동 개발 의혹과 성남FC 후원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으로 검찰뿐 아니라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다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도 있다. 최근 법인카드 의혹의 참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의 석연치 않은 죽음이 네 번이나 있었다. 이 의원은 “나라가 무당의 나라가 돼서 그런지 이재명과 무슨 상관이냐”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하나둘 드러나는 사실은 정반대를 가리키고 있다. 당사자가 ‘야당의 침탈 루트’ 운운할 일은 아니다.

더욱이 “나를 위한 게 아니다”란 주장도 기이하다.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을 포함한 이 의원 지지 당원 수만 명이 당헌 개정 청원에 동의했고 이 의원과 가까운 의원들이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그때는 내내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다가 이제 와 관련 없다고 하면 누가 믿겠나. 사실상 ‘이재명 방탄’이란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지 않나.

민주당은 이미 민심을 거스르는 당헌 개정을 했다가 역풍을 맞은 적이 있다. 박원순·오거돈 시장의 성 비위 문제로 치러진 지난해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때 귀책사유가 자신들에게 있으면 후보를 안 낸다는 당헌을 개정해 후보를 냈다가 참패했다. 대선·총선·지방선거를 연전연승하다 처음으로 졌고, 이후 대선·지방선거를 내리 졌다. 이번 개정 움직임도 민심에 반하는 일이다.

더 우려스러운 건 민주당이 근래 정치 상식에 어긋나는 결정을 하는데, 결과적으로 이 의원이 원하는 바를 위해서란 점이다. 이 의원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출마 과정도 그렇고 이번 당헌 개정도 마찬가지다. 이런 문제를 지적하는 게 마땅한 일인데, 이번 경선 과정에서 우려를 제기한 박용진 의원에게 야유가 쏟아졌다니 과연 건강한 정당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러니 사당(私黨)화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 김대중·노무현이란 거목을 배출한 민주당이 이래서야 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