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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듯 기품 있는 조선 찻사발…“일본선 국보급 대접 받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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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서울 인사동에서 열리는 ‘조선 찻사발에 담茶(다)’ 전시에 출품된 찻사발.

서울 인사동에서 열리는 ‘조선 찻사발에 담茶(다)’ 전시에 출품된 찻사발.

8일 오후 서울 인사동의 갤러리인사1010 전시장. 전남 구례 정해미술관의 지헌영 관장이 작은 찻사발을 두 손으로 조심스레 들어 올린다. 얼핏 이 거리의 고미술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찻사발 같다. 하지만 실은 평범한 물건이 아니다. 일본에서 국보로 친다는 이도다완(井戶茶碗)류 혹은 정호다완류 찻사발이다. 최고의 품질로 공인된 이도다완 자체는 아니라서 ‘류’다. 이도다완과 같은 가마에서 같은 시기에 제작됐다는 뜻이다. 이도다완의 대표적 특징으로 꼽히는 찻사발 밑부분 굽 언저리의 몽글몽글한 형태, 매화피는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이 찻사발의 정식 명칭은 코이도차완(小井戶茶碗, ※지 관장은 꼭 다완 대신 차완이라는 명칭을 썼다). 작은 이도다완이라는 뜻이다. 16~17세기 경남 진해(창원시) 지역의 가마에서 제작됐다. 지난 3일 시작해 23일까지 열리는 ‘조선 찻사발에 담茶(다)’ 전시 출품작 100점 중 하나다. 1990년대 중반 도자기와 인연을 맺은 지 관장이 어렵사리 발품 팔아 소장자들로부터 빌려온 물건들이 절반가량, 나머지 절반을 지 관장 본인 소장품으로 채워 마련한 전시다. 멀게는 14세기 고려시대에 제작된 청자 상감운학무늬대접부터 가깝게는 21세기 일본에서 제작된 라쿠차완(樂茶碗)까지 시기적으로 분산돼 있다. 대부분 15~17세기 물건들이다.

보통 찻사발보다 크기가 작은 코이도다완(오른쪽).

보통 찻사발보다 크기가 작은 코이도다완(오른쪽).

지 관장은 16세기에 제작된 분장회청사기(粉裝灰靑沙器) 덤벙무늬발 목련(木蓮)도 감상을 권했다. 철분 등 산화물 성분이 많아 회색 혹은 회흑색을 띄는 태토(胎土, 기본 점토)에 흰색 흙을 발라 제작하는 분장회청사기, 즉 분청사기다. 흰색 흙이 풀어져 있는 물에 ‘덤벙’ 담그는 방식으로 제작했다는 뜻에 더해 목련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찻사발은 높이가 다른 찻사발에 비해 낮다. 6.2~6.8cm. 직경은 다른 찻사발에 견줘 큰 차이 없지만(17.8~18cm) 무게는 232g에 불과하다. 들어 보면 예상 못한 가벼움에 살짝 놀라게 된다. 지 관장은 찻사발 밑부분 굽이 낮아 음식을 담아 사용하던 물건은 아니라고 했다. 찻사발 전용이라는 것이다. “25년간 도자기 수집을 했는데 부분 덤벙이 아니라 완전 덤벙 방식으로 제작된 전용 찻그릇은 처음 본다”고 했다.

국내 차를 마시는 인구는 정체 상태다. 커피의 위세에 눌려서다. 그러다 보니 찻사발 전시도 드문 형국이다. 도자기 생산 공장에 다녔던 지 관장은 2004년께 일본으로 건너갔다. 수년간 깨진 도자기를 붙이는 기술을 익혔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 작품을 내놓은 소장자들은 그릇 수선을 해주는 과정에서 알게 된 사람들이다. “조선 찻사발의 미학을 제대로 평가받고 싶어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고 했다. 정형이 아닌 찻사발의 아름다움이 지난 세기 초 다다이즘 같은 아방가르드 미학과 통하는 점이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갤러리인사1010 김수진 관장은 “아름답고 좋은 것의 원류를 체험할 수 있는 전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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