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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추억] ‘피지컬~ 피지컬~’ 80년대 들썩인 팝 여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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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뮤지컬 영화 ‘그리스’는 올리비아 뉴턴 존을 스타로 만들었다. 그는 서른을 코앞에 둔 나이에 10대 소녀 역할을 맡았다. [파라마운트 유튜브 캡처]

뮤지컬 영화 ‘그리스’는 올리비아 뉴턴 존을 스타로 만들었다. 그는 서른을 코앞에 둔 나이에 10대 소녀 역할을 맡았다. [파라마운트 유튜브 캡처]

상큼 발랄한 팝의 여왕 겸 배우 뉴턴 존이 8일(현지시간) 자택에서 별세했다. 73세. 그가 손에 넣은 그래미상 트로피는 4개, 판매한 앨범은 1억장이 넘는다.

그의 남편인 사업가 존 이스털링은 이날 뉴턴 존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리비아가 캘리포니아 남부에 있는 목장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원히 잠들었다”고 그의 사망을 공식 확인했다. 사인은 유방암.

1983년작 ‘환상의 듀엣’에 함께 출연한 존 트라볼타(오른쪽)와 뉴턴 존. [AFP=연합뉴스]

1983년작 ‘환상의 듀엣’에 함께 출연한 존 트라볼타(오른쪽)와 뉴턴 존. [AFP=연합뉴스]

뉴턴 존은 1992년 유방암을 발견한 뒤 치료에 전념,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2008년 암이 재발해 투병하다 숨을 거두었다. 그는 투병 중에도 무대에 끊임없이 올랐고, 유방암 치료를 위한 캠페인을 활발히 벌였다. 남편 이스털링은 “올리비아는 유방암과의 싸움을 30년간 이어가며 승리와 희망의 상징이 되어 주었다”고 전했다.

영국에서 태어나 5세 때 호주 멜버른으로 이주한 뉴턴 존은 10대부터 방송에 자주 출연했다. 그러다가 미국 할리우드로 건너왔고, 가수이자 배우로 인기를 얻었다.

2017년 암 투병 중에도 그는 무대에서 열창했다. [AFP=연합뉴스]

2017년 암 투병 중에도 그는 무대에서 열창했다. [AFP=연합뉴스]

그를 스타덤에 올린 대표작은 1978년 존 트라볼타와 주연한 뮤지컬 영화 ‘그리스(Grease)’다. 당시 서른을 목전에 두고 있었지만 10대 소녀로 출연해 금발에 동그랗고 커다란 눈동자에 낭랑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그의 모습에 전 세계가 열광했다. 스타덤에 오른 그는 이어 뮤지컬 ‘재너두(Xanadu)’ 주제곡 등 다수의 히트곡으로 그래미상까지 받으며 당대를 풍미했다. ‘나는 너를 진심으로 사랑해(I Honestly Love You)’라는 호소력 짙은 발라드곡으로도 인기를 끌었다.

80년대엔 섹시한 이미지로 변신, 스판덱스 레깅스와 머리띠를 하고 나온 뮤직비디오로 유명한 곡 ‘피지컬(Physical)’이 큰 인기를 누렸다. 헬스장을 배경으로 건장한 남녀가 운동복 차림으로 나오며 뉴턴 존이 “너의 몸이 하는 얘기를 들어봐”라고 노래하는 이 곡은 지금도 사랑받는다. 한때 국내에선 금지곡으로 묶이기도 한 이곡은 빌보드 차트에 10주간 1위에 랭크됐다.

뉴턴 존은 배우인 첫 남편 맷 라탄지와 84년 결혼을 하고 딸 클로이를 출산하며 육아에 전념했지만, 결혼 생활은 10년을 넘기지 못했다. 그는 이어 카메라맨이었던 패트릭 맥더모트와 10년에 걸쳐 연인 관계를 이어갔으나 헤어졌다.

2009년 유방암 퇴치 핑크리본을 상징하는 분홍 풍선과 함께. [로이터=연합뉴스]

2009년 유방암 퇴치 핑크리본을 상징하는 분홍 풍선과 함께. [로이터=연합뉴스]

이 관계는 뉴턴 존에게 비극을 안겼다. 2005년, 뉴턴 존과 이별한 뒤 맥더모트가 해변가에서 실종되면서다. 그는 바다에 빠져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뉴턴 존은 이후 2008년 사업가인 이스털링을 만나 결혼했다.

그의 가장 큰 비극은 그러나 유방암이다. 그는 92년 유방암을 초기 단계에서 발견해 치료에 들어갔고, 증세가 호전됐다. 이후 유방암 조기 진단 및 치료를 후원하는 캠페인에 앞장섰다. 2008년엔 기금을 조성해 호주 멜버른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올리비아 뉴턴 존 암 센터(ONJ Cancer Center)’를 설립해 암 연구와 환자 지원을 해왔다.

그러나 같은 해 암이 재발했고, 2018년 가을엔 자신의 척추암 투병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결국 지난 8일 유명을 달리했다.

머리띠는 ‘피지컬’ 이후 뉴턴 존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AP=연합뉴스]

머리띠는 ‘피지컬’ 이후 뉴턴 존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AP=연합뉴스]

뉴턴 존은 대중음악의 아이콘이자 옹호자였다. 그는 생전 음악 전문지 ‘롤링스톤즈’와 인터뷰에서 “어떤 사람들은 대중음악을 두고 깊이가 없다고 얕보지만, 그런 의견에 나는 동의할 수 없다”며 “음악은 관객이 있어야 하고, 그 관객이 즐거워한다면 모든 음악은 소중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암 투병을 하면서도 무대에 계속 섰다. 2007년엔 CNN에 출연해 “나는 가수로서 엄청난 기회를 누렸고, 나를 사랑해주는 관객을 만나 너무도 행복했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그와 ‘그리스’에서 공동 주연했던 트라볼타는 그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이런 글을 올렸다.

“친애하는 올리비아, 당신 덕에 우리 모두의 삶이 더 풍요로워졌어. 우린 결국 (천국에서) 다시 만날 거야. 사랑해. 당신의 대니(‘그리스’에서 그의 캐릭터 이름), 당신의 존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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