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성공 공식? 또 다른 역사는 ‘다름’이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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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현재의 K팝 전성기를 일궈낸 대표적 인물이다. 올해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영향력을 미친 여성’ 리스트에 민 대표를 선정하기도 했다. 그의 레이블에서 처음 선보인 뉴진스(아래 사진)은 등장과 동시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 어도어]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현재의 K팝 전성기를 일궈낸 대표적 인물이다. 올해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영향력을 미친 여성’ 리스트에 민 대표를 선정하기도 했다. 그의 레이블에서 처음 선보인 뉴진스(아래 사진)은 등장과 동시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 어도어]

지난달 22일 5인조 걸그룹 뉴진스(NewJeans)가 데뷔했다. 이 그룹을 소개할 때 딱 한 문장이면 족하다. ‘민희진 걸그룹’. ‘천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통한 민희진의 포트폴리오엔 소녀시대·엑소·에프엑스·레드벨벳 그리고 샤이니가 들어있다. 2019년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나 하이브로 자리를 옮겨 레이블 어도어(ADOR·All Doors One Room)를 만들었다. 10대 소녀 다섯(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으로 구성된 뉴진스는 그가 캐스팅부터 트레이닝·음악·퍼포먼스·매니지먼트 시스템까지 전 과정을 진두지휘한 첫 걸그룹이다.

반응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K팝 데뷔 공식을 깨고 뮤직비디오부터 공개하면서 3개의 타이틀곡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단숨에 제일 궁금한 K팝 걸그룹으로 떠올랐다. 데뷔 앨범 ‘뉴진스’는 정식 음원 발매 이전 실시된 예약 판매에서 사흘만에 44만 장을 기록, 신인 걸그룹 예판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초동(앨범 발매 첫주)에서도 새 기록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음원 공개일인 5일 바로 주요 음원 사이트 차트에 진입해 앨범의 4곡 모두 상위권(9일 현재 스포티파이 한국 톱 50 1·2·3·7위, 멜론 톱 100 4·3·15·73위)을 지키고 있다.

이를 현실로 만들어 낸 민희진 어도어 대표를 만나 제작 과정과 전략에 대해 물었다. 대면 인터뷰는 지난달 뉴진스 데뷔 전, 데뷔 이후엔 서면 등을 통해 추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뉴진스 뮤비부터 공개, 기존 데뷔공식 깨

뉴진스 공개 소감부터. 예상한 반응 그대로인가. 혹은 그 이상?
“결과적으로는 예상대로의 반응인 것 같다. 그런데 또 이렇게 단답으로 표현하면 오해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떤 오해인가.
“너무 자신만만하다는 오해다. 자신감이 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고민이 없던 것도 아니다. 결정 하나하나마다 신중을 기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예상대로였다 해도 결코 과정이 편한 것은 아니었다.”
기존 아이돌 데뷔 공식을 깨고 뮤직 비디오부터 공개했다. 이유와 기대한 효과를 설명해달라.
“공식을 싫어하는 편이다. 특히 내가 생각하는 재미있는 문화란 공식이 없는 것에 더 가깝다. 티저의 본래 역할은 궁금증 유발인데, 어느 순간부터 관성처럼 느껴져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특히 이미 많은 관심 속에 데뷔하는 것이기 때문에 티저가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호기심 때문에 최초 공개 콘텐트에 대한 버즈량이 가장 클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내 최대 관심사는 그 호기심을 유의미한 효과로 전환하고 싶은 것이었다. 내게 호의적이든 아니든 궁금해서 한 번은 볼 테니까. 그 한 번의 호기심을 우리 음악을 보고 듣는 기회로 끌어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내가 선택한 곡들이 기존 K팝 아이돌 음악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이 좋은 곡이라 하더라도 학습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다. 따라서 음악의 장점을 극대화해 주고 여러 번 듣게 만드려면 유인을 할 만한 뮤직비디오가 필수였고. 오래 기다려준 팬들을 애태우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내겐 음악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에 첫 공개 되는 시점, 그 한번의 기회가 우리 음악을 무조건 청취하게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 기회를 꼭 잡고 싶었다.”

민희진의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지난달 22일 그룹명과 함께 공개된 ‘어텐션’ 뮤직비디오는 공개 9시간 만에 70만 조회수를 기록하고 9일 현재 1200만을 향해 달리고 있다. 예상을 깬 등장 방식에 대중은 멤버 찾기에 몰입했고, 하이브 주가는 공개 당일에만 6% 넘게 뛰었다.

음악이 특징적이고 K팝스럽지 않다.
“독자적인 레이블을 운영하려고 했던 이유는 온전히 음악 때문이었다. 보통 시각적 구현 영역과 음악을 구분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나 또한 십여 년을 그런 환경에서 일해왔기 때문에 더 갈급함이 컸다. 완벽하게 내가 원하는 음악으로 구성된 음반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개인적 욕구라기보다는 어떤 사명감도 있었고. 그래야만 했던 나름의 당위가 있었다. 그래서 무엇보다 음악에 대한 외부 간섭을 받지 않는 환경이 필요했기 때문에 독자 레이블을 출범한 것이다. 레이블 만들 때 독립권 보장이 유일한 협상의 조건이었다. ‘히트하려면 이래야 한다’는 어느 정도 공식화된 기존의 K팝 스타일을 암묵적으로 강요받아 온 느낌이었던 터라, 당연시돼온 그 공식을 깨 보고 싶었다. 성공을 위해 모두가 비슷한 스타일을 지향하는 것이 업계 종사자로 안타까웠고 다른 방식을 제안하고 싶었다. 기본으로 돌아가 편하게 듣기 좋은 음악을 내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다.”

독자 레이블 출범, 독립권 보장이 유일 조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레이블 대표일 때 차이가 있나.
“활동 반경이 너무 넓어졌기 때문에,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이전에도 말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지, 고정관념보다 업무 영역이 훨씬 넓었다. 하지만 대표의 역할은 정말 다르다. 사장이 되는 것이 목표이었다기 보다는, 음악·안무 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시절엔 제약이 있을 수 밖에 없었던 분야의 결정권을 갖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대표직이 필수였다. 뉴진스의 론칭은 개인적으로 프로듀서 데뷔 프로젝트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총괄 프로듀서로서의 역량 집중에 온 힘을 다했다. 내가 그렸던 팀의 모습은 자연스러움 그 자체였다. 그래서 보컬 트레이닝의 방식이나 보컬 디렉팅, 믹스, 마스터의 스타일을 기존과 다르게 요구할 수 밖에 없었다. 멤버들이 곡의 느낌을 스스로 해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했기 때문에 가이드 보컬을 사용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창법을 모방하지 않는, 자기만의 보컬 스타일을 만들 수 있도록 애썼다. 또 곡의 지향하는 분위기를 위해 추임새의 디테일만 수십 번 고쳤다. 안무와 뮤직비디오 연출 또한 내 작업에 대한 이해가 있는 감독들을 섭외해 실무 담당자를 두지 않고 내가 직접 진행했다.”
내부 반응은 어땠나.
“우리 집에서 간략히 청음회 같은 시간을 마련했었는데, 멤버들이 진심으로 너무 좋아했다. 어도어 구성원들도 마찬가지 반응이었고. 하지만 하이브 내에선 ‘밋밋하다’ ‘대중성 없는 스타일’ 등의 의견도 꽤 있었다. 기존의 K팝 아이돌 문법이 아니라 히트가 어려울 것이라 단언하는 의견도 들어봤고. 그런 평을 들었을 땐 순간 ‘정말 이해 못하려나’ 하는 불안감도 아예 없진 않았다. 하지만 취향은 개인 차가 있을 수밖에 없는 문제라 이해되기도 했고 애초 대중의 입맛을 100% 맞추기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결론적으론 개의치 않았다. 내가 하고자 하는 목표가 뚜렷했고 선택한 곡에 자신감이 있었으니까.”
뉴진스로 기대하는 바, 목표하는 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말해달라.
“‘다름’을 제안하기 두려워 그렇지, 한번 제안돼 받아들여지면 또 다른 역사가 쓰일 것이라 생각한다. 늘 그래왔다. 내가 그리는 뉴진스는 정말 엉뚱한 팀이다. 엉뚱하기 위해 엉뚱한 것이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것들인데 실천되지 않았던 것들을 실천해 보는 팀이 될 것 같다. 멤버들은 이미 나와 모험할 준비가 돼 있다. 우리는 데뷔 전부터 이미 다음 음반을 구상하고 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이 또한 아주 엉뚱한 앨범이 될 것이다.” 

민희진

SM엔터테인먼트를 거쳐 하이브까지 K팝 부흥기의 중심에서 20여 년을 일했다. 컬러 스키니진 유행을 불러온 소녀시대 ‘Gee’(지), 몽환적이고 유니크한 콘셉트로 가요계에 충격을 안겼던 f(x)(에프엑스) 정규 2집 ‘Pink Tape’(핑크테이프) 아트필름, EXO(엑소) ‘으르렁’의 교복 콘셉트, 매혹적인 ‘레드’와 감각적인 ‘벨벳’ 두 가지 콘셉트를 오가는 레드벨벳의 새로운 소녀상 등이 그의 작품이다. 4대 엔터사 중 연봉 5억원 이상(2021년 연봉 5억2600만원)을 받는 유일한 여성이며, 올 3월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가 꼽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영향력을 미친 여성’ 리스트에도 올랐다.

※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인터뷰 풀 버전은 중앙일보 홈페이지(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93281)에서 확인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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