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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첫 재난상황 맞은 윤 대통령 “국민 지키는게 국가 책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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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신림동에서 전날 밤 내린 비로 40대 여성과 여동생 및 10대 딸 등 일가족 3명이 침수 사고로 숨진 반지하 주택을 살펴보고 있다.[사진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신림동에서 전날 밤 내린 비로 40대 여성과 여동생 및 10대 딸 등 일가족 3명이 침수 사고로 숨진 반지하 주택을 살펴보고 있다.[사진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11시40분쯤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 신림동의 다세대주택 반지하를 찾았다. 전날 밤 폭우로 40대 발달장애 여성 A씨와 그의 여동생, 그리고 그 동생의 10대 딸이 차오르는 물에 갇혀 참변을 당한 곳이다. 윤 대통령은 아직 물이 빠지지 않은 사고 현장으로 내려가 주인을 잃은 채 널브러진 집기들을 살펴봤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재난 상황과 마주했다. 윤 대통령은 현장을 찾기 전인 오전 9시3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집중호우 대처 관계기관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했다. 예정에 없던 일정으로 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이자 의무인 만큼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말고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에서 열릴 예정이던 국무회의 장소도 서울로 바꿨다. 윤 대통령은 긴급 대책회의 직후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민 재산과 생명보다 소중한 게 어디 있겠느냐”며 “무엇보다 인재로 목숨을 잃는 일은 없어야 한다. 주거 취약지역과 취약계층에 대한 안전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국무회의에 참석한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전 부처에 폭우와 관련한 피해 대책 마련 긴급 지시가 떨어졌다. 다른 안건들은 모두 후순위였다”고 전했다.

9일 오전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 통로에 침수 피해를 본 물건들이 쌓여있다. [연합뉴스]

9일 오전 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 통로에 침수 피해를 본 물건들이 쌓여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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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행안부와 지방자치단체에는 노약자와 장애인이 거주하는 지하주택 점검 대책을, 환경부엔 하천 수위 모니터 시스템 개발과 저지대 침수 지역에 대한 안전대책 수립을 지시했다. 페이스북에도 “추가 피해가 없도록 각별한 경계심을 가지고 상황을 끝까지 챙기겠다”고 썼다.

야당에선 윤 대통령이 8일 저녁 현장을 찾거나 직접 긴급회의를 주재하지 않고 서초동 자택에서 보고를 받으며 전화로 지시한 것을 문제 삼았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자택에 고립된 대통령이 도대체 전화통화로 무엇을 점검할 수 있다는 말이냐”며 “취임 전 무조건 대통령실과 관저를 옮기겠다는 대통령의 고집이 부른 참사”라는 논평을 냈다.

대통령실은 강력 반발했다. 강인선 대변인은 “재난 상황마저 정쟁 도구화를 시도하는 민주당 논평에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례적인 반박 성명을 냈다. 이어 “대통령이 자택에 고립됐다는 주장도, 집에 갇혀 아무것도 못 했다는 주장도 터무니없는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은 8일 오후 9시부터 새벽 3시까지 실시간으로 보고를 받고 지침을 내린 뒤 다시 새벽 6시부터 보고를 받았다. 대통령이 가면 보고나 의전에 신경쓸 수밖에 없어 대처 역량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번 폭우를 두고 윤 대통령이 또 한번 시험대에 올라선 것이라 보고 있다.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제대로 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더 큰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도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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