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플레 감축법 논란…“물가 못잡고 기업 순익만 감축”

중앙일보

입력 2022.08.10 00:01

업데이트 2022.08.10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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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7일 미 상원에서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이 통과된 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21세기 입법 업적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2일께 민주당이 장악 중인 하원에서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법안이 발효된다. [EPA=연합뉴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가 7일 미 상원에서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이 통과된 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21세기 입법 업적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12일께 민주당이 장악 중인 하원에서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법안이 발효된다. [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정부의 ‘정치적 승리’로 불리는 인플레이션 감축법 ‘효과’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와 피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중·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을 낮출 순 있지만, 당장 치솟는 물가를 잡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선 법안 명칭과 달리 인플레 잡기에 아무런 역할을 못 할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40% 줄이기 위해 기후변화 대응에 3690억 달러(약 479조원)를 투자하고, 대기업에 최소 15% 법인세 부과, 부자 증세 등으로 투자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게 골자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법안 통과에 전원 ‘찬성표’를 던진 민주당은 “이 법안이 앞으로 10년간 3000억 달러의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다”고 기대했다. 대규모 증세로 에너지 등 가계의 비용 부담과 재정적자를 줄여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무디스·피치는 “중장기적으론 인플레이션에 효과를 낼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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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장의 관심은 법안이 당장 효과를 볼지다. 바이든 정부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최대 현안도 4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솟구친 현재 물가다. 이와 관련해 무디스의 마드하비 보킬 수석부사장은 “이 법안이 올해나 내년에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진 못할 것”이라며 “단기적 관점에서 물가는 Fed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잡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학계에선 인플레 감축법이 ‘이름값’을 못할 것이란 비판이 거세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버논 스미스와 미 경제자문위원회(CEA) 의장을 지낸 케빈 해싯 등 경제학자 230명은 법안에 대한 우려를 담은 서한을 미국 상·하원 지도부에 보냈다. 이들은 “정부 지출은 수요를 진작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 키울 수 있고, 법인세 인상은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상치 못한 기후 위기나 환경 대응 관련 비용을 늘려야 하는 미국 기업들은 실적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대기업에 최소 15%의 법인세, 자사주 매입에 1%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 내용은 기업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서다.

오히려 투자자들의 관심은 인플레 감축법보다 10일(현지시간) 발표되는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쏠리고 있다. Fed의 통화정책 방향을 좌우해서다.

월가에선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6월 CPI 상승률(전년 동기대비)보다 소폭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월스트리저널(WSJ)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은 7월 CPI가 8.8%(전년동월대비)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정점 통과에 대한 기대감을 자극하는 전망이다.

미국 소비자들의 기대인플레이션도 하락하면서 Fed의 긴축 강도가 완화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CNBC에 따르면 뉴욕연방준비은행의 월간 소비자 예상 설문조사에서 소비자들은 내년 미 물가상승률은 6.2%로 6월 조사(6.8%)와 비교하면 0.6%포인트 하락했다.

한편 인플레 감축법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 관련해선,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수출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인플레 감축법이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투자팀장은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엔 호재일 수 있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 미국과 거래하면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점에서 향후 수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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