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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원장 주호영 임명날, 이준석은 "가처분 신청 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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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9일 여당이 된 지 3개월 만에 비상상황을 선포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 돌입했다. 비대위원장은 5선의 주호영 의원이 맡는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된 주호영의원이 9일 국회본청 당대표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된 주호영의원이 9일 국회본청 당대표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국민의힘은 이날 비대위 체제 전환을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오전 9시 비대면으로 전국위원회를 열고 ‘당 대표 또는 당 대표 권한대행’ 외에 현재 권성동 원내대표가 겸임하고 있는 ‘당 대표 직무대행’도 비상대책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다. 오후 2시 화상 의원총회를 열고 만장일치로 주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추천한 뒤, 곧바로 전국위를 속개해 주 의원을 비대위원장에 임명했다. 전국위 의장인 서병수 의원은 “전국위원 재적 707명 중 511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463명, 반대 48명으로 임명안이 가결됐다”며 “추후 비대위원들이 임명되는 순간 비대위가 출범하고, 그때 이준석 대표는 ‘전 대표’가 된다”고 발표했다.

주 위원장은 이날 임명안 가결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대위의 첫번째 임무는 당의 갈등과 분열을 조속히 수습해 하나되는 당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우리가 넘어진 이유는 정부ㆍ여당이 초심을 잃고 심각한 신뢰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라며 “2년 전 총선 때의 절박하고 처절한 마음가짐과 자세로 돌아가자”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권 초기에 국제적으로는 열강이 충돌하고 국내적으로는 민생이 어려워져 ‘퍼펙트스톰’마저 예고되는 이때 우리끼리 갈등하고 분열할 자유조차 없다”고 강조했다.

비대위의 성격을 “혁신형 관리비대위”로 규정한 주 위원장은 “우리 당에 비민주적이고 비합리적이고 불공정한 요소가 있다면 과감히 제거해 민주적이고 합리적이고 공정한 국민의힘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이준석 대표 체제에서 출범한 당 혁신위원회도 존속시켜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또 “당ㆍ정 협력은 필수적이지만, 민심의 창구인 당은 정부가 민심과 괴리되는 정책이나 조치를 할 때 이를 과감히 시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정부가 설익거나 소통이 부족한 정책을 제시하지 않도록 조율하고 견제하겠다”고 말했다.

서병수 국민의힘 전국위원회 의장이 9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전국위원회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 인준을 선포하고 있다 . 김성룡 기자

서병수 국민의힘 전국위원회 의장이 9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전국위원회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 인준을 선포하고 있다 . 김성룡 기자

주 위원장은 이르면 이번 주말(14일)까지 6명의 비대위원 인선을 완료해 자신과 권성동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등 당연직 비대위원 3명을 포함한 모두 9명의 비대위 구성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특히 비대위 구성과 관련해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을 염두에 둔 듯 “상황이 이렇게 어려운 데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되는 분들은 비대위에 참여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비대위 기간에 대해서는 “장기간 지속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첫 정기국회를 열고 예산을 편성하는데, 여당이 전당대회를 두 달 정도 하는 건 국민에게 비판을 들을 것 같다”면서도 “비대위원들과 의원들, 당원들의 뜻을 종합해서 일정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여당이 된 지 3개월 만에 또다시 비대위 체제에 돌입하는 초유의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물러난 지 1년 2개월 만이다. 이를 놓고 당내에선 “비대위로 전환한 것에 대해 지도부와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 모두가 반성해야 한다”는 자성도 나왔다. 한 초선 의원은 “당이 이 정도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린 데 대해 구성원 누구도 책임을 회피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이준석 대표는 이날 법원에 비대위 전환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 대표는 전국위가 비대위원장 임명을 최종 발표하기 직전 페이스북에 “가처분 신청 한다. 신당 창당 안 한다”고 썼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가처분 신청 대신 탈당 후 지지층과 함께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는데, 이런 우회로 대신 정면돌파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 대표는 가처분 신청을 완료한 후 13일에는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적으로 당의 결정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힐 예정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 캡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페이스북 캡처

주 위원장은 이날 “빠른 시간 안에 이 대표께 연락을 드려서 만나고 싶다”며 직접 이 대표를 설득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주 위원장은 “정치적인 문제를 사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하지하(下之下)’의 방법이고,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피차 회복이 어려운 상처를 줄 수 있다”며 “이 대표도 당을 이끌었고 당을 사랑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의 조언을 들어서 선택을 할 걸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가 가처분 신청을 강행할 경우에 대해선 “당 법률지원단의 도움을 받고 필요하다면 전문적인 법률가의 도움도 받겠다”며 맞대응을 예고했다.

당내에선 이 대표에 대해 가처분 신청 의사를 거두라는 압박도 커지고 있다. 5선의 정우택 의원은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가처분이 인용되리라고 전망하지는 않지만, 만약 인용이 된다면 비대위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당에 엄청난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며 “‘윤핵관’도 물론이고 이 대표 쪽에서도 한 발짝 더 나아가지 말고 양보해서 원만하게 수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표와 가까운 김용태 최고위원은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든 기각이 되든 대표는 본인이 처한 상황에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해볼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정치적인 메시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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